“북, 중국 수출 가발 70% 교화소서 강제노동 생산”
2024.11.29
앵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수출하는 가발 가운데 70% 정도가 교화소에 수용된 여성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이 29일 발표한 ‘북한 교화소 노예제 부추기는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날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북송된 여성 탈북민이 집중적으로 수용된 함경북도 전거리 12호 교화소 내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동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이지윤 NKHR 캠페인팀 팀장의 말입니다.
[이지윤 NKHR 캠페인팀 팀장] 수감자들은 수출품 생산 할당량을 위해서 최대 20시간이 넘는 노동에 동원되고 있고, 부족한 식량이나 위생, 고문과 직업병에 노출되는 것 등으로 인해서 전거리 교화소 구금 중 사망률은 연간 2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전거리 교화소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탈북민을 포함해 전직 북한 검사와 경찰관, 국가보위성 요원, 세관 감독관 등 관련 목격자 약 30명의 증언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거리 교화소는 당초 남성 범죄자 수용을 위해 설립됐지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중국 내 탈북민이 대거 강제북송 되면서 전체 수감자 가운데 80%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연간 평균 1천여 명의 여성 수감자를 수용하고 있고, 10개 정도의 생산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수출 허가를 받은 북한의 국영 무역회사들은 함경북도에 인접한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통해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 및 생산 하청 계약을 맺고, 교화소에 수출용 가발과 인조 속눈썹, 갈대 가방 및 의류 생산을 위탁했습니다.
이 생산품들은 재봉이나 뜨개질 등 정교한 수작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사실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노예노동’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반인도범죄라는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중국에서 공급된 원자재는 수감자 강제 노동을 통해 제품화된 뒤 중국산으로 원산지가 바뀌어 수출되고, 이는 국제 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지윤 NKHR 캠페인팀 팀장] 이런 북중 합작 투자를 통해서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렇게 얻은 외화 수익은 북한의 군사 확장 및 정권 유지에 이용되면서 반인도범죄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외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서울서 ‘반인도범죄 김정은 기소’ 첫 국제모의재판 열려
“북, ‘정상국가 이미지’ 위해 정치범수용소·공개처형 정당화 시도”
연구진은 여성 수감자들이 하루 동안 노동하는 시간과 가발 생산 속도를 감안해 이들이 1년에 9천 개의 수출용 가발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전거리 교화소 가발 생산량이 북한의 전체 대중국 가발 수출 비중 가운데 각각 42%와 71%를 차지한다고 추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가발 수출과 관련된 여성 교화소 수감자들의 노예노동을 통해 지난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22만 6천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이 같은 경제적 이득 추구를 위해 북중 간 공조를 통해 자행되는 중국 내 북한 여성 강제송환 및 강제 노동을 위한 협력은 ‘노예 무역’과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지윤 NKHR 캠페인팀 팀장] 수감자들은 교화소 안에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불타는 연기를 목격하는데, 죽음이 전시됨으로써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없으니 더 노동에 전념 해야겠다’고 느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죽음조차도 교화소 안에서 이용되고 있는 실태를 알리고 싶습니다.
연구진은 지난 2007년부터 전거리 교화소 안에서 자행된 인권 유린 행위들이 국내 최초의 반인도범죄 사건을 구성할 수 있다며, 피해자 권한 강화를 위한 추가 조사와 한국 법원을 통한 책임 규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