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미국의 제이 레프코위츠(Jay Lefkowitz) 북한 인권특사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미국은 앞으로도 탈북난민들을 계속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아울러 남한과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해 북한에 보다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레프코위츠 특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지난달 미국 국무부 엘렌 사우어브레이 차관보는 꽤 많은(fairly sizable) 탈북난민들이 곧 미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저희 방콕 지국에서는 구체적으로 24명이 미국으로 곧 온다는 소식도 보내왔는데요. 이와 관련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탈북난민 개개인의 이동과 관련해서는 그들의 안전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난민 중 일부가 중국을 벗어나 미국으로 오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탈북난민들은 남한으로 가서 최종적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은 북한에서 박해받고 있는 어떤 탈북난민이라도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인권특사 직을 맡은 이후 모두 몇 명의 탈북난민이 미국에 정착했습니까?
정확한 통계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3-4개월 전 쯤 15명에서 20명 정도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30명 정도 됐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숫자를 알기는 힘든데 탈북 난민들이 여러 다른 단계의 미국행 절차 속에서 미국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동북아지역의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난민들의 미국 정착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동남아국가에서 탈북자들이 미국행을 기다리다 지쳐 남한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들의 미국행 처리가 빨리 진행될 방법이 없겠습니까? 일각에서는 미국 내 관료적인 장애가 여전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문제의 일부는, 동남아 지역의 많은 국가들에서 아직도 탈북자들의 유입이 늘어나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탈북자를 위협하거나 강제 북송하는 중국의 태도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지역 국가들에게 미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확신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료적인 장애를 지적하셨는데, 관료적인 장애라기 보다는 이들 탈북자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작업에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신분확인을 해서 난민지위를 부여하고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절차를 촉진하기 위해 남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탈북 난민들의 미국행 처리를 더 빨리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국이 탈북자 처리만은 좀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수용하는 과정은 사실 좀 어렵습니다.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안에 관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신원확인도 해야 하고, 또 탈북자들 중 북한 당국에 협조한 사람이 있는 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있지만, 관료적인 장애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처음 북한 인권특사 임무를 맡았을 때와는 지금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당시는 탈북 난민을 미국이 단 한명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 각 부처에서 이제는 탈북자들을 미국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과 의향이 생겼습니다.
지난 2004년 미국은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습니다. 그 이후 북한 내 인권상황이 진전된 모습을 목격하셨습니까? 또 진전이 있었다면 미국의 북한 인권특사로서 어떤 기여를 하셨다고 보십니까?
북한 내 인권상황에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진전이 있었는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 인권상황 진전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솔직히 미국은 국제사회와 한마음으로 유엔에서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오랫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왔던 남한 측의 지지도 얻어냈습니다. 이같이 국제적으로는 진전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북한 정권은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이고 난폭합니다. 북한 정권은 많은 주민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하고 서방세계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여러 기본적인 삶의 자유를 빼앗고 있습니다. 제가 탈북자들을 만났을 때 또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북한을 탈출한 이들의 용감함에 무척 놀랐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RFA나 VOA 혹은 남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외부세계의 소식을 접하고 북한을 탈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언급해 주셨지만 지난 6월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인권보고서 내용을 보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한의 경우 북한 인권문제 제기를 꺼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유엔 총회와 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의 찬반 투표 결과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물론 모든 다른 나라들이 미국만큼 북한 인권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남한 같은 경우 아무런 대가 없이 너무 많은 대북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과 남한 두 나라가 북한 인권향상을 위해 보다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만 매달릴 뿐 인권문제에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전혀 정확하지 않은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 인권문제에 큰 책임과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문제가 미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의미에서 인권문제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을 보유한 북한 독재정권은 전 세계에 당면한 위협입니다. 게다가 핵무기의 유출 가능성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다룰 지 살펴볼 때, 또 앞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인권문제는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사안입니다. 북한 당국이 인권관련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북한은 결코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해 여러 가지 우려사항을 직접 살펴보고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성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다시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개성공단에 방문할 계획이 있습니다. 두 번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었는데 두 번 다 개성방문 1주일 정도를 앞두고 북한 당국은 핵 실험을 하는 등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다른 사심 없이 개성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조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원합니다. 기자들, 민간단체 대표들을 데리고 개성공단에 가서 상황을 검토하게 된다면 상당히 생산적인 방문이 될 것으로 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에게 옳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떤 지 또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우를 받는지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지, 제대로 된 월급을 받는 지 여부 등입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이 같은 사항들을 면밀히 살펴봐야만 합니다.
미국의 대북식량지원 재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남한 정부는 이미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대북식량지원을 시작했는데 미국의 지원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미국은 지난 10여 년간 북한에 엄청난 양의 식량을 지원해왔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의 식량부족상황으로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포함에 전 세계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에서 지원한 식량이 군부에 전용되거나 암거래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외국인들과 국제 사회를 초청해 식량 배분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만 한다면 식량 지원 뿐 아니라 의료지원 등 엄청난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특사로서 저의 임무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북한 주민들의 삶의 개선을 돕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북한의 독재 정권입니다.
앞으로 북한 인권특사로서 남은 임기동안 북한 인권개선과 관련한 어떤 사업에 가장 역점을 두실 생각입니까? 현실적인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현재 세 가지 목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에서 박해받으며 매일같이 강제북송 당할 위협에 처한 탈북자들의 신속한 제3국행을 돕는 것입니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내 탈북자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두 번째는 북한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늘리는 것입니다. RFA와 VOA의 대북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바깥의 자유세계를 직접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체육인 교류와 전시회 등 북미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또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방향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 정권 행동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북미교류의 첫 단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