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의 선대 흐리기, 복병은 주민 반응?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지난 시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을 앞두고 지난해에 이어 태양절 등 김일성 수식어가 빠지는 듯 하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뚜껑을 열어 보니, 올해는 태양절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쓰였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지난해 사라졌던 ‘태양절‘단어가 다시 쓰인 이유

이승재 기자: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 113주년을 맞아 김 주석의 업적을 칭송하는 한편, 이를 계승한 김정은 총비서에게 충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노동신문은 15일 사설에서 김 주석의 주체사상을 김 위원장이 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노동신문에 한 차례만 사용됐던 ‘태양절‘이라는 단어는 올해 7차례나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지난 시간에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한 말이 떠오르는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그동안 독자 우상화 작업을 위해 선대 지우기를 하다 보니 부작용이나 단점이 커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죠. 실제로 김 주석 생일 당일 북한을 지켜 보니 정말 갈피를 못 잡는 듯 지난해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비교 좀 해주시죠.

이승재 기자: 네. 북한 정권이 ‘태양절‘이란 단어를 지난해 보다는 확실히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보도에서 “만수대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해외 동포 단체와 외국인사, 재중동포들이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전하면서 ‘태양절에 즈음하야’ 이런 표현을 썼는데요. 한국 통일부에 의하면 4월 15일 즈음에서 노동신문에는 ‘태양절‘이란 단어가 7번 나왔다고 합니다.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죠? 작년엔 ‘태양절‘이란 말을 딱 한 번 썼고요. 이전과는 다르게 ’4월 명절‘, ’4.15’ 이런 표현을 썼으니,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이 태양절이란 용어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단어의 사용 중단은 북한식 주체연호의 사용 중단이나 김정은 단독 배지의 등장과 함께 벌어진 현상이기 때문에, 이는 김정은 단독 우상화를 위한 ‘선대 흐리기‘로 해석된 거죠.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달라진 것이죠. 김일성 주석의 생일 당일 노동신문만 봐도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시작을 하긴 합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은”... 하지만 다음을 들어보시죠. “혁명의 영재이신 김정은 동지의 비범한 사상 이론활동에 의해 발전 풍부화 되고 있다”, “총비서동지가 펼친 새 시대 5대 당 노선, 제2차 국방공업혁명에 관한 사상들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승승한 발전에로 이끄는 과학적 실천 강령이다”, “오직 총비서 동지의 사상 의지대로만 혁명과 건설을 밀고 나가는 강한 기풍을 세워야 한다”... 결국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도 이 사설이 결국 김정은 총비서를 띄우는 내용인 점에 주목해서 “이 또한 선대 흐리기와 김정은 독자 우상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4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국방대학교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visits the National Defense University in Pyongyang 2024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국방대학교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Reuters)

김정은의 선대 흐리기, 복병은 주민 반응?

진행자: 자신의 우상화 작업을 위해 선대 업적 흐리기에 나섰던 김정은 총비서가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주민들의 반응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승재 기자: 네. 한국의 통일부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약 30년 동안 사용된 ‘태양절‘이란 용어를 김정은의 독자적 우상화를 내세워서 갑작스럽게 줄인 것이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이나 혼란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박사도 RF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의견을 전했는데요. 김 박사는 “북한의 언론은 철저하게 지시와 통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와 관련해서는 당 중앙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중에서 북한 주민들로부터 나오는 지지도를 따지면 김일성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선대 흐리기를 하는 것이 김정은 자신의 위신을 세우는데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실제로 김정은 자신이 인터넷과 보위부의 보고로 이어지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통해서 그것을 느꼈을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총비서는 아무래도 북한 주민들의 지지도부터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4강에 진출했습니다. 한국도 타지키스탄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4강에 합류했는데요. 남과 북 두 팀은 각각 준결승에서 이기면 결승에서 맞붙습니다. 과연 남북 맞대결을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2025 U-17 아시안컵, 남북 축구 맞대결 성사될까

이승재 기자: 오태성 감독이 이끄는 북한 U-17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이 주최하는 ’2025 U-17 아시안컵‘에서 4강에 진출했습니다. 북한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킹압둘라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준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에 전반 2골, 후반 4골을 몰아치면서 6:0으로 대승을 이뤄냈습니다. 인도네시아팀은 이 경기에 앞서 한국을 이겼는데요. 이로써 북한은 오는 18일 열릴 대회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대결합니다.

진행자: 북한은 한국이 졌던 인도네시아를 6-0으로 대파했죠. 반대로 한국은 준준결승전에서 어렵사리 상대를 꺾었기 때문에 과연 남과 북이 결승에서 맞붙을 수 있을까 살짝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남북 맞대결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은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승재 기자: 해외 스포츠 전문지의 관전평을 보겠습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충격의 골 러시다. 북한은 전반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후반전에 공격의 끊을 놓지 않았다”라고 관전평을 내놓았고요. 베트남의 ‘더 타오’ 역시 “북한이 경기력과 점수 모든 측면에서 승리를 거뒀다. 오태성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경기 스타일에서 견고하고 안정적이었다고 평했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현재까지 대체로 조마조마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했고요. 종전 8강전에서도 타지키스탄과 2:2로 비기다가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거든요. 만약 한국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북한의 승자와 격돌합니다. 두 팀 모두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는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팀이기에 남은 여정이 험난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남기는 SNS 댓글을 보니까 의외로 북한과 결승에서 맞붙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의견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스포츠 경기다 보니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결 상대로 생각하는 것 같진 않고요. 한국 선수들을 향해 “잘 해서, 결승에서 꼭 이기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글들이 많았습니다. 정작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SNS에서 북한 선수들을 칭찬하더라고요. “17세 같지 않은 몸상태이다”, “6명이 각각 한 골씩 6골을 넣은 것이 무섭다”라는 반응을 보였죠.

반면 한국에선 북한 선수들을 향한 걱정도 많았습니다. 과거 북한의 한광성 선수가 뛰어난 실력으로 유럽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이태리에서 활약했고 유럽 유명구단의 제의를 받기도 했는데요. 후에 알려진 바로는 한광성 선수가 벌어들인 돈을 모조리 북한에 넘겨줘야 했고, 대북제재가 한창일 때 한광성 선수는 북한으로 돌아간 뒤 세간에서 잊혀졌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이런 대회에 나오려면 어릴 때부터 국가나 기업의 지원을 충분히 받고 건강한 상태로 나오는데, 북한 선수들은 국가에서 실시하는 강압적인 훈련을 받고 나와 체제 선전에 이용당한다고 탈북민들이 많이들 말씀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북한 선수들을 걱정하는 의견들, 어린 선수들을 이용해서 북한을 선전하지 말라는 그런 내용들이 간혹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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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 축구 2024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여자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북한의 조봄미가 러시아의 발레리야 비젠코바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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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그런 맥락에서라면 북한 여성 축구선수들의 뛰어난 실력이 계속 묻히고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세계 무대를 휩쓸었던 북한 여성 축구를 올해 한국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대회에 북한이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고요?

이승재 기자: 네. 맞습니다. 오는 7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축구에 북한이 빠지고 대만이 합류하게 됐습니다. 북한은 작년 12월 치러진 대회 예선에서 대만을 5:0으로 꺾고 본선행 티켓을 받았으나 끝내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북한은 과거에도 상황에 따라 여러 번 이 대회에 불참했고요. 전문가들은 아마도 올해의 경우 한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탓에 취소 결정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아쉬운 건 북한 여성 축구는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공개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북한이 축구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2013년 설립한 평양국제축구학교에서 학생 200여 명 중 40%가 여자선수”라면서 “이들은 유럽식 체계 아래에서 훈련하며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을 키운다”고 전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대한 보상도 파격적이라고 하네요. BBC는 “일단 여자 축구 대표팀에 선발되면 가족과 함께 평양으로 이주할 권리를 준다. 북한에서는 평양 거주 자체가 어마어마한 혜택”이라고 전했습니다.

역대 동아시안컵 성적을 살펴보면 북한 여자축구는 3회나 우승했습니다. 북한이 대개 유소년 스포츠에 강하다가도 성인이 되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실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국제대회는 북한 여성 선수들의 실력을 더욱 발휘하고 성장시킬 기회가 될 텐데, 이번에도 그 중요한 기회를 또 놓친 것 같아 아쉬움으로 남고요. 좋은 성적을 거둬 선수들과 그 가족의 생활 형편이 나아질 수 있는 기회까지 날아가 버려 선수들에겐 특히 더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