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김지은 기자 나와있습니다.
“TV 코드를 콘센트에서 뽑아 놓으라”
진행자 : 3월 학습 제강에서 당국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전력 절약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TV 접속두를 벽에 있는 콘센트에서 뽑아 놓으라” 지시했습니다. ‘접속두‘라는 건 플러그를 말하는 거죠? 전기 사정이 급한 건 알겠는데 이걸로 전기가 절약되겠습니까.
김지은 기자 : 북한에서도 벽면에 설치된 걸 콘센트, TV 등 전자 기계를 연결하는 것은 코드 또는 플러그로 부릅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지시죠. 학습 제강에 나온 내용이니 형식적으로 하는 지시로 여긴다고 해도 주민들,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아낀다며 TV 콘센트를 뽑아 놓는 사람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한 때 외출할 때 사용하지 않는 전기 기기의 콘센트를 뽑으라는 깜빠니아도 있었지만 이렇게 아끼는 금액이 밖에서 사 먹는 한 잔의 커피 값보다 적으니 이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종합 스위치를 설치하여 김치 냉장고와 냉동기를 제외한 일체의 전기 제품의 전원이 동시에 연결된 코드를 끄고 외출하지만 이건 그냥 낭비가 싫어서 입니다. 정부가 개인에게 전기를 절약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세를 내는 각 개인이 스스로 절약하는 습관이 생긴 겁니다.
특히 당에서 주민들에게 전기 절약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 가정의 전기세는 모두 같습니다. 일률적으로 각 가정에서 매달 1만원씩 거둡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자들이 평균 한 달 노임(월급)이 3만원 정도인데요. 월급의 3분의 1이 전기세인 셈입니다.
북한 한 달 전기세, 노동자 월급의 3분의 1
진행자 :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산술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죠.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은 쌀 1 킬로도 살 수 없는 월급에 크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제가 평균적으로 3만원이 월급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1만원 정도 받는 사람도 많고 그런 가정들도 그 돈으로 전기세를 내는 것에 불평하는 게 아니라 그 돈을 내는데 전기가 오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진행자 : 남한의 전기세는 각 가정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를 통해 사용량을 측정해 사용량만큼 내는데 북한의 체계는 얼마를 쓰던 같은 금액을 내는 것이잖아요? 이러면 누가 전기 절약을 하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에는 아직 전력전산계가 일반화되지 않았고 있는 것마저도 고장나 거의나 무용지물입니다. 그동안 중국에서 전력적산계를 수입하기도 했는데 주민들이 설치비를 내지 못하니 무역 회사에서 무상으로 사다가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많이 쓴 가정도 만원, 적게 쓴 가정도 만원, 이런 게 사회주의식 운영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은 주민들에게, 또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가정에 똑같이 부과되는 전기세의 모순
쓴 것만큼 내고 전력공급망에서는 또 그 돈으로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하여 공급하는 선순환적인 방법으로 사회가 돌아가야 점차 발전할텐데 일률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그 기능이 애초에 마비된 상태인 것입니다. 그러니 전기 발전 부문에서 자금 부족으로 기술 도입을 할 수 없고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북한 사회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전기 수급 상황에도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나 사적관, 관련 우상화 선전물은 특별히 24시간 전기가 공급됩니다. 주민들이 밥을 지어 먹을 수 없어도 우상화는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니, 전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고 콘센트를 뽑아 전기를 절약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가 내려지는 겁니다.
진행자 : 지난해부터 특별히 전기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됩니다. 최근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농촌 지역은 전기가 하루 1시간도 공급되지 않고 있고, 도시는 하루에 여러 차례에 나누어 1시간 정도 공급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걸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소식통이 전하는 최근 전기 공급 실태는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저희도 이 시간을 통해 여러 번 소식을 전하지만 지난해부터 확실히 더 힘듭니다. 우선 20*10 정책 등으로 공사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평소는 건설에 들어갈 시멘트 생산에 공급되고 그걸 운반하는데도 전기가 들고 또 농번기에는 농촌에 우선 공급됩니다. 그러니 주민들에게 갈 전기가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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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부쩍 어려운 전기 상황, 원인은?
최근에는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서 기차도 제대로 운행하지 못합니다. 평양만 놓고 봐도 하루에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이 지나면 고층 아파트도 계단을 걸어 다녀야 합니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닌데요, 양수기가 돌아가지 못하니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물이 나오지 않으니 배변 문제가 걸립니다.
그러니 북한의 아파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위생실(화장실) 냄새입니다. 물이 귀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씻고 방 걸레까지 빨고 나서야 변기 오수물로 사용합니다. 특히 밤중에 변을 처리해야 할 경우 주민들은 비닐봉지에 담아 아파트에서 창밖으로 던져버립니다. 평양 등 도시들도 이런 형편이니 농촌은 더 심합니다. 이런 현상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니, 북한에서 전기를 마음대로 쓰는 사람은 김정은 외에 없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 올해, 관광도 연다고 하죠? 완공했다는 지방 공장도 돌려야 하고요. 이런 상황을 타계할 해결책이 있습니까?
김지은 기자 : 지금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북한의 전력 생산이 수력과 화력뿐인데 수력 발전이라고 해도 발전 설비의 낙후화(노후화)가 이미 진행되었고 수력 발전소의 댐 건설도 전문 집단이 아닌 군대와 돌격대를 내몰아 건설하다 보니 사방에 금이 가고 균열이 생겨 물을 저장할 수 없어 전기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합니다.
수력·화력발전 모두 노후화와 구조적 한계
진행자 : 북한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웠던 희천청년발전소도 제구실을 못 하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희천발전소는 김정은의 업적으로 당에서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현재까지 전력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합니다. 당초 계획했던 전기 생산량이 전혀 나오지 못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화력 발전은 석탄이 있어야 하는데요. 석탄을 생산하려면 탄광에서 채굴 설비와 운반 광차의 운행이 이뤄져야 합니다. 전기가 없으니 이 모든 것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탄광에서 곡괭이로 석탄을 캐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하 막장에 내려가 수도구(자동화가 아닌 사람 손으로 사용하는 도구)로 석탄을 캐내어 등짐에 지고 날라야 합니다. 석탄 생산 실태가 이러니 화력 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합니다.
또 캐낸 석탄을 긴급한 곳에 먼저 쓰여야 하는데 이를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밥을 지어 먹고 땔감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에 화력 발전소에 보내지는 양이 극히 적습니다.
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80년이 되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에 발전소를 새겨 넣고 전력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날이 갈수록 전력사정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이는 북한의 당 정책이 민생 중심이 아니며 지도자의 지도력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진행자 : 당연하게 사용하는 전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