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충청도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 제가 몇 년 전에 중국에 여행을 갔다가 북한 접경지역을 둘러본 적이 있어요. 압록강인가, 두만강을 배를 타고 쭉 가는데 어디가 북한이고 어디가 중국인지 헷갈려 하니 관광 안내원이 우리한테 푸른색이 안 보이는 민둥산 쪽이 북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도 나무 심는다는 소리는 들은 거 같은데, 민둥산은 왜 전혀 회복이 안 되고 있나요?”
이제 푸른 초목이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는 계절이 다가왔네요. 북한의 민둥산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지고 있는데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섞인 질문이 오늘 들어온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산림은 그동안 수많은 고초를 겪었죠. 일제 강점기, 일본은 산림을 무분별하게 개간하고 목재를 군수물자로 사용하면서 한반도의 산림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이후 8.15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어진 6.25 전쟁으로 인해 또 다시 한반도는 집과 건물, 도로뿐 아니라 산림마저 폐허로 변했습니다.
6.25 이후 이곳 남쪽에선 피난민과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산마다 땔감으로 쓰기 위해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는 일이 많아졌고, 그렇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남한의 많은 산들이 점점 민둥산으로 변해 산림 황폐화를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공적인 산림 복원 국가로,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탈북민들 역시 이곳에 와서 엄지를 치켜들며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어딜 보든 푸르른 초목으로 덮여 있는 산들의 모습입니다.
북한에선 왜 식수절이 3월인가
일단 질문자 분이 북한에서는 나무 심기 운동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식목일, 북한에도 있습니다. ‘식수절’로 그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산림을 회복하고 나무 심기를 장려한다는 의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식수절의 날짜를 알게 되시면 식수절마저 북한답다는 생각을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식수절은 1949년 제정될 당시 4월 6일이었습니다. 그러다 1999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모란봉에 올라 산림구상을 제시한 것을 기념해 3월 2일로 변경했고, 이후 김정은 시대 들어 김일성 주석이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전국적으로 복구할 것을 지시한 날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2023년부터 식수절은 3월 14일로 다시 변경됐습니다.
보통의 나라들에서 식목일은 나무 심기가 적합한 시기에 제정되지만 북한에서 3월은 아직 땅도 다 녹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함경북도에선 여전히 눈이 덮여 있는 곳들이 많아 삽이 튕겨져 나가고 사람의 손으론 땅을 파낼 수조차 없는 날씨지만 기념일이나 중요 일정들이 모두 정치적이고 주민사상계몽용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북한은 식수절 또한 있기는 하나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식수절이 아니더라도 간간이 나무 심기 행사들이 열리고 주민과 학생들까지 동원되긴 하지만 단순한 행사일 뿐, 실제로 산림이 보호되고 복원되는 효과는 미미합니다.
북한의 산들은 오랫동안 민둥산으로 방치돼 있다 보니 나무를 심어도 잘 자라지 못할 정도로 땅의 산성화까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식량난으로 인해 많은 산들이 경작지로 개간되다 보니 여름철 큰물 피해가 반복되면서 봄철 나무를 심더라도 뿌리내리기조차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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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북한에도 식목일에 해당하는 식수절이 존재하지만, 나무를 심는 행사만 진행될 뿐 실질적인 산림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난방연료 부족으로 2025년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민들이 땔감을 위해 나무를 계속 베어가면서 숲이 재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식량난으로 산을 밭으로 개간하면서 지속적인 산림 훼손이 진행되면서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산림을 더욱 파괴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민둥산이 지속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민둥산이 남한에 미치는 영향
북한의 산림 문제는 에너지난, 식량난, 자연재해, 정책 실패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이며, 어느 한 고리가 아닌 총체적인 변화와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엄중한 단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민둥산의 문제는 사실 북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미세먼지, 그리고 여름철 큰물이 남쪽까지 범람하게 되는 현상 등 산림 황폐화로 인한 피해는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여기 남쪽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산림폐허국에서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산림 강국이 된 경험을 갖춘 나라입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한다면 이제라도 한국의 산림청과 협력해서 북한 민둥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