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한국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합니다.
첫 조기경보기 공개, 13m 장신 레이돔 뽐냈지만 실상은
(진행자) 지난주,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에서 북한의 조기경보기를 다뤘는데, 공교롭게도 며칠 뒤에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둘러봤는데, 근접 사진과 실내 사진이 공개된 북한 조기경보기, 이전 분석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이일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3월 27일에 “김정은이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 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굉장히 많은 양의 사진들이 공개됐는데요. 이번 보도를 통해서 다양한 유형의 자폭 무인기, 북한판 글로벌호크라고 불리는 새별-4형 등 첨단 무기들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조기경보기와 무인 정찰기였는데요. 북한의 조기경보기는 이번에 처음으로 근접 촬영한 사진과 내부 콘솔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통해서 이 항공기가 러시아의 A-50U, 중국의 KJ-2000 같은 기존 모델들과는 직접적인 기술적 접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기존 분석에 더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됐습니다.
예전에 먼저 분석드렸던 것에서는 기존의 A-50U라든가 KJ-2000보다 굉장히 큰 레이더가 식별됐고 또 레이더는 3면 고정형 위상배열 레이더, 정확히는 수동형 위상배열 레이더 PESA라고 부르는데요. 근접 촬영 사진으로도 북한 조기경보기의 레이더는 굉장히 커 보였습니다. 러시아의 A-50U는 11.5m, 중국의 KJ-2000은 9m 정도였는데 북한의 조기경보기 레이돔은 13m 정도로 굉장히 큰 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에 분석해 드렸던 대로 이 레이더가 북한이 자체 개발한 모델의 높이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정확히는 별찌-1-2형이라는 북한이 만든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때 식별됐던 지상 기반 위상배열 레이더를 개조해서 만든 레이더 모델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입니다. 이 레이더는 플랩 리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제 위상배열 레이더인데요. 북한이 2010년대 초반에 시리아에서 밀수해서 확보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직접 뜯어본 레이더이기도 하고요. 기존에 운영하던 방공 시스템과 공통성도 있기 때문에 이 레이더를 개조해서 조기경보기에 장착하되 레이더 개조 작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협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조기경보기에 달린 레이더가 기존에 갖고 있었던 PESA 레이더를 기반으로 개조 개발한 물건이라면 탐지 능력도 기존 레이더에서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 위상배열 레이더라는 것은 굉장히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장비입니다. 그리고 북한 조기경보기의 기반이 된 기체가 일류신-76(IL-76) 중에서도 구형 기체인 IL-76TD라는 모델을 쓰고 있는데 이 TD모델은 구형의 D30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생산량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게임 체인저 수준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요. 이러한 판단은 한국 정보 당국, 군 당국도 똑같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 정찰기 ‘화중지병‘…겉은 최첨단, 속은 구식
(진행자) 조기경보기와 함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신무기는 ‘북한판 글로벌호크‘라고 불리는 ‘새별-4형‘입니다. 북한은 이 기종을 ‘무인전략정찰기‘라고 소개하면서 지상과 해상에서 적군의 활동을 감시∙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 무인기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일우) 북한이 새별-4형이라는 기종을 공개한 것은 2023년 7월 무장장비전시회 때였습니다. 당시 북한은 새별-9형이라는 무인기도 공개했는데, 새별 4형이 미국의 RQ-4 글로벌 호크를 모방한 거라면 새별-9형은 미국의 MQ-9 리퍼를 모방한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의 고급 정찰 장비들을 복제한 무인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경로를 찾아보면 ‘이란‘이 나옵니다. 이란은 지난 2019년 6월에 자국산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해서 미군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했습니다. 그리고 그 잔해를 수거해서 리버스 엔지니어링 작업을 했는데요. 이란은 예멘 후티반군이 여러 차례 격추해서 수거해서 갖다준 MQ-9리퍼도 여러 대를 뜯어봤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모방품을 만들어서 자국군은 물론이고 수출용으로도 쓰고 있는데요. 이란이 최근에 열심히 선전하고 있는 샤헤드-149라는 모델이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MQ-9과 외형∙크기∙구조가 거의 동일한데요. 외형이 똑같다고 해서 성능이 똑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양을 흉내 낼 수는 있는데 내부에 탑재된 첨단 전자장비들을 이란의 과학 기술 그리고 인프라로 똑같이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인데요. 북한의 새별-4형을 보면 글로벌 호크와 정말 똑같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들은 도색도 미군하고 비슷하게 적용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군의 무인 정찰기로 오해할 수준인데요. 그런데 세부적인 부분을 뜯어보면 외형은 글로벌 호크여도 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북한은 장거리 정찰 드론을 먼 거리에서 원격으로 제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암호화된 위성 통신 인프라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정 거리 이상 지상 관제소와 멀어지면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건데요. 상업용 위성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이러한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미국이나 일본이 이 네트워크를 해킹해서 드론에 대한 제어권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정찰 장비 역시 천지 차이인데요. 미군 글로벌 호크는 전자광학 적외선 센서는 물론이고 엘린트(ELINT)라고 하는 주파수 감청 등이 가능한 첨단 정찰 장비를 풀세트로 갖추고 있습니다. 미군용 글로벌 호크에는 MS-177이라는 전자광학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이것은 전자광학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습식 카메라 수준의 해상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존하는 그 어떤 정찰기보다 우수한 정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이러한 전자광학 카메라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강력한 보안 속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북한이 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이 새별-4형이 얼마나 조악한지 알 수 있는데요. 북한이 공개한 고화질 사진들을 보면 랜딩 기어 즉 착륙 바퀴가 미그-21(MiG-21), 정확히는 중국제 복제품인 J-7 전투기의 것을 가져다 쓴 것을 알 수가 있고요. 엔진도 마찬가지로 J7 전투기에 사용되는 중국제 W13F로 식별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첨단 전략 무인 정찰기라는 무기는 글로벌 호크라는 껍데기에 반세기 전에 나온 전투기 부품을 끼워놓고 민수용으로 판매하는 광학 카메라를 붙인 정도의 항공기라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연합군의 작전에 큰 지장을 주거나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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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경보기로 ‘하방탐지’ 가능
(진행자) 기술적인 부분에서 뜯어보면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들은 실전 사용이 어려워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많은 돈을 들여 이런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이일우) 조기경보기의 경우에는 아무리 조악한 성능의 항공기라고 하더라도 일단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북한에 있어서 한미 연합군이 개전초에 대량으로 쏟아붓는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라든가 천룡 같은 미사일들은 굉장히 치명적인 위협인데요.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방공 무기들로는 순항 미사일처럼 저고도로 침투 비행하는 공중 표적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지상에 배치된 지대공 미사일용 레이더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산이나 언덕 위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지면에 바짝 붙어서 접근하는 순항 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엔 전투기가 있죠. 북한 공군의 수적 주력인 MiG-21이나 MiG-19 같은 전투기는 워낙 구형이기 때문에 레이더 자체가 없어서 순항 미사일 탐지가 안 되는 폐급 장비고요. MiG-23이나 MiG-29같이 비교적 신형인 전투기의 레이더가 있기는 하지만 룩 다운 (LOOK DOWN) 즉, 하방 탐지가 안 되는 레이더를 달고 있기 때문에 저공 침투 표적에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조기경보기 같은 물건을 사용하면 공중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에 평양으로 접근하는 순항 미사일들을 먼 거리에서부터 일찌감치 탐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조기경보기가 순항 미사일을 탐지하더라도 이들은 디지털화된 데이터링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조기 경보기가 탐지한 정보를 전투기나 다른 방공 자산으로 공유해 줄 수는 없을 겁니다. 그저 조기경보 정보를 받고 ‘미사일이 접근하고 있으니 피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 딱 그 정도가 이 조기경보기의 역할일 것으로 보입니다.
새별-4형의 경우에도 북한이 주장하는 전략 정찰과는 좀 거리가 멉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별-4형 무인기의 경우에는 먼 거리에서 원격으로 이 항공기를 제어하기 위한 암호화된 위성 통신 네트워크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인기의 작전 범위는 기껏해야 북한 영공 주변일 것이고요. W13F라는 엔진을 썼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엔진은 터보팬 엔진보다 굉장히 연비가 떨어지는 터보제트 방식입니다. 바이패스 비(Bypass Ratio)라고 해서 공기가 흘러가는 연비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이런 엔진을 쓰는 북한 새별-4형은 터보팬 엔진을 쓰는 진짜 글로벌 호크와 비교했을 때 체공 시간이 매우 짧을 겁니다. 당연히 먼 거리까지 날아갈 수가 없겠죠. 그래서 이 무인기의 용도는 북한 주변 해역을 돌면서 북한 주변으로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 같은 대형 전략 표적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글로벌 호크처럼 고해상도 사진이나 영상을 획득할 수는 없어도 대략적인 위치만 파악할 수 있으면 그 좌표로 핵 미사일을 쏴서 대응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점들로 미루어 봤을 때 북한이 이런 신무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개전 초에 시간을 벌어서 최고 수뇌부의 안위를 보장하는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비싸고 큰 효용은 없는데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이렇게 돈을 써서 만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 조기경보기, 실전에서 얼마나 버틸까?
(진행자)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거나 군사적 위기가 조성됐을 때, 북한의 조기경보기와 전략 무인정찰기는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이일우) 지난주에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에서 언급했지만, 북한 조기경보기와 전략 무인 정찰기는 실전이 벌어지면 최상의 조건들이 갖춰지더라도 최소한의 역할 정도만 겨우 할 수 있을 겁니다. 조기경보기는 평양 주변에서 선회 비행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거고, 전략 무인 정찰기는 서해나 동해 상공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면서 운용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런데 한미 연합군은 굳이 북한 근처에 접근하지 않더라도 이들 항공기를 초장거리에서부터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능력들은 점점 강화되고 있고요. 한국 공군의 KF-21 전투기와 여기에 탑재되는 미티어 미사일 조합은 최대 300km 거리에서 북한 조기경보기나 무인 정찰기를 격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능력을 갖춘 KF-21 전투기를 내년부터 강릉 공군 기지에 실전 배치할 예정인데요. 강릉에서 이륙한 KF-21은 이륙 직후에 기지 상공에서 미티어 미사일을 발사해도 평양 일대의 조기경보기나 동해안 일대를 날고 있는 무인 정찰기를 격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서도 SM-6 함대공 미사일을 사용하는데요.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460km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의 경기도나 강원도 인근 바다에 배가 떠 있으면 북한 조기경보기, 무인 정찰기가 한반도 어느 공역에 떠 있어도 격추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미군도 올해 말부터 200킬로미터 이상 사거리를 발휘하는 신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260을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고요. 이미 동북아를 담당하는 7함대 조지 워싱턴 항모 전단이 와 있죠. 여기에 들어가는 슈퍼호넷 전투기에는 사거리 400~500km 이상 발휘하는 AIM-174B라는 미사일이 탑재됩니다. 그리고 이 미사일들은 위성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등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받아서 초장거리에서 조준하고 사격이 가능한 무기들입니다.
북한이 없는 살림에 정말 많은 돈을 들여서 새로운 항공기들을 만들고 있고 그것을 또 전략 항공기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유사시에 이 항공기들은 한미 연합군의 최우선 표적이 되어서 전쟁 발발과 거의 동시에 격추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