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안정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북한 핵 문제 관련 발언과 유엔이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 없이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소식, 그리고 파키스탄 핵 과학자의 핵 거래에 대한 소식 등에 관해 이동혁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라이스 장관이 25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회견을 가졌는데요. 북한 핵 문제가 다시 언급됐지요?
이동혁 기자: 라이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회견을 가졌습니다. 포스트는 회견내용을 다음날인 26일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이 회견에서 라이스 장관은 최근 아시아 순방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이: 라이스 장관은 중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에 대해 이번 순방에서 중국 측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한반도의 안정은 결코 같이 갈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을 헤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따라서 이 점에서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퇴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세계식량계획 - “북한에 추가 지원 시급“
유엔의 대북 식량지원 기구인 WFP, 즉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 대한 추가 지원이 시급하다며 지원을 촉구했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이: 안토니 밴버리 세계식량계획 아시아 국장은 26일 북한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지원용 식량이 앞으로 2개월 안에 바닥이 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대북 식량지원을 늘려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만약 다음 주까지 새로운 추가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북한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세계식량계획은 이미 90만 명의 북한 노인들을 위한 정신적, 육체적 성장을 돕는 고농축 야채기름 제공을 중단했으며, 곧 어린이들을 위한 야채기름 제공도 중단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필요한 대북 지원식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 벤버리 국장에 따르면, 세계식량계획은 2천 300만 북한 인구 가운데 올해 긴급 구호가 필요한 650만 명에게 식량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모두 50만 톤의 식량, 미화로 약 2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긴급 구호가 필요한 북한 주민들은 주로 노인과 여성, 어린이등이며 어린이의 37%가 유엔 기준으로 볼 때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벤버리 국장은 특히 부족한 대북 지원식량의 확보를 위해 남한과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 등에 대해 추가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이 지난해 대북지원을 약속했다가 두 나라 관계 문제 등으로 지원을 중단했다며 당시 약속한 지원분 절반을 계획대로 인도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 자강도 지역의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 됐다는 보도가 있는데요.
이: 지난 24일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주간 구호 보고서에 따르면, 자강도 지역에 대한 외부 식량 지원의 중단으로 이 지역에 사는 취약계층의 식량 사정이 심각한 상태라고 합니다. 보고서는 세계식량계획 요원들이 3월 둘째 주부터 자강도 7개 군데를 정기 방문해 조사를 벌인 결과 그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탁아소와 유치원 같은 현지의 육아 단체들이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을 받지 못함에 따라 배식이 크게 줄어 출석률이 저조했으며 이들에게 위탁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도 악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자강도에 대한 세계식량계획의 식량 공급은 왜 중단됐습니까?
이: 자강도에 대한 식량지원이 중단된 것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이 지역에 대한 세계식량계획 요원들의 현장 접근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식량계획측은 ‘현장 접근 없이는 식량 공급도 없다’는 내부 원칙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식량 공급을 중단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북한당국은 자강도에 대한 세계식량계획의 현장 조사를 다시 허가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올해 들어 북한이 현장조사를 불허한 평양시의 강동구역과 황해남도 신천군, 그리고 함경남도 고원군의 식량 사정도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 칸 박사 핵 거래 조사 적극 협조
북한과 이란 등에 핵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의 핵 거래와 관련 소식이 있는데요. 칸 박사의 핵 거래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는 현재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금까지 칸 박사의 핵 거래와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 등 외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를 극도로 꺼려 왔습니다. 때문에 파키스탄 당국이 자체 조사를 통해 칸 박사의 핵 거래망을 폐쇄했다는 파키스탄 정부의 공식 발표 외에는 거래가 누구를 통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은 확인된 사실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미 언론 등의 간헐적인 보도만 있었습니다.
칸 박사의 핵 거래는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개발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 관리가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이: 북한과 이란 등이 칸 박사의 핵 거래망을 통해 핵 기술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에는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핵물질을 파키스탄을 통해 리비아에 판매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 관리가 25일 파키스탄이 칸 박사의 핵 거래와 관련해 미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 어떤 사실들이 추가로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미 국무부 관리는 이날 비공개 기자설명회에서 칸 박사의 핵 거래와 관련해 언급했습니다. 이 관리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관리는 파키스탄과 외교적인 관계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파키스탄 측과 이 문제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이 미국에 어떻게 협력하고 있다는 소식은 있습니까?
이: 이 관리는 이날 설명회에서 FBI 즉 미국 연방수사국이 칸 박사를 직접 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미국은 칸 박사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칸 박사의 핵 거래와 관련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파키스탄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공개하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만,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들어 이 문제에 대한 외부 조사에 과거보다는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 예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25일 파키스탄의 한 방송과 회견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칸 박사는 농축 우라늄 핵개발에 쓰이는 원심분리기의 부품을 이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 회견에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를 돕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측에 관련 부품을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는 칸 박사가 이란에 원심분리기 부품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부품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