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1년6개월만 첫 대북 구호품 배분 ‘초읽기’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3.05
유니세프, 1년6개월만 첫 대북 구호품 배분 ‘초읽기’ 북한 무산군의 진료소에서 어린이가 영양실조 검사 후 예방접종을 맞고 있다.
/UNICEF

앵커: 유엔아동기금 (UNICEF·유니세프)의 북한 내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구호물자 배분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유니세프는 16개월 만에 재개되는 이번 구호물품 배급이 그동안 중단됐던 정기적인 대북지원 재개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구호품 분배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지원과 구호물품 제공을 위해 분배감시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으로 북한 취약계층의 영양 상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대북 지원 중단 기간 북한 내 산모와 영유아 등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유니세프 북한 보건부와 긴밀한 협력 아래 구호품 시설에 배포 중

 

유니세프는 북한 보건부 당국과 협조해 영유아와 임산부를 위한 영양 및 보건 관련 물자 배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222) 밝혔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와 코로나비루스 대유행, 그리고 북한의 자체 국경 봉쇄 탓에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물자가 배분 중단된 지 1 6개월 만에 구호품 배급이 초읽기에 들어간 겁니다.

 

유니세프 대변인은 RFA "유니세프가 북한에 전달한 물품은 현재 북한 보건영양 시설에 배포되고 있으며, 유니세프는 모든 물품이 가능한 신속하게, 합의된 유통계획에 따라 배급될 수 있도록 북한 보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니세프 대변인은 이어 이번 구호물품 배분이 정기적인 대북지원 재개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술적 지원과 보다 포괄적인 분배감시 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국제 요원들이 북한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유니세프는 여전히 북한 어린이와 여성들의 결핍과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여성과 아동을 우선순위에 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이러한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국제 사회가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유니세프는 지난해 10월 중국 다롄-북한 남포 항로를 통해 임산부 16만 명을 도울 수 있는 미량영양소 치료제를 포함한 영양 공급 1차 물량을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이후 구호물품은 남포항에서 몇 달의 검역 이후 소독에서 풀려나 북한 내 보건∙영양 관련 시설에 배분될 준비를 해왔습니다.

 

유니세프는 다만 구호품이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들에게 실제 분배되기 시작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4일 현재까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비루스 방역을 위한 국경 전면 봉쇄로 그동안 북한 내부에서 활동하던 국제기구 요원들이 전원 철수해 현장 분배감시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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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 유니세프 지원 차량이 평양에서 예방접종 물자를 이송하고 있다. /유니세프

 

고난의 행군과는 또 다른 질적 영양 불균형가능성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구호물품 지원이 전면 중단된 지난 1년 반 동안 영유아와 임산부 등의 영양 상태에 대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북한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이승주 감시본부장은 대북지원 중단은 질적 영양 불균형을 초래했으리라 진단했습니다.

 

[이승주] 고난의 행군만큼의 양적인 식량 위기라기보다는 질적 측면에서 영양 불균형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반입되던, 취약계층과 영양 결핍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제 공급이 제한됨에 따라 영양 섭취 문제가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은 북한 당국이 그동안 아동과 산모를 위한 물품의 자체 생산을 늘려 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안경수] 영양 식품 공장이나 아동 영양, 보건의료, 산모들이나 모자 보건 관련한 전반적인 상황이 2010년 이후에 개선된 건 사실이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한이 모자보건 사업에 주력해 산모와 영유아의 영양 상태를 개선해왔다는 겁니다.

 

[안경수] 2010년대 이후부터 북한 보건 의료 특히 모자 보건 관련한 전반적인 개선이 뚜렷하기 때문에 통계 지표에 나타나지 않은 영향까지 얘기한다면 그렇게 큰 영향은 없다고 이렇게 보고 있어요.

 

그는 북한산 아동용품과 산모 용품이 늘어난 점을 근거로 꼽습니다.

 

[안경수] 실제로 북한에서 아동용이나 산모용 상품 나오는 거 보면 분유나 그런 게 다들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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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어린이식량공장을 시찰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봉투를 살펴보는 모습을 2015년 11월 1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Reuters

 

취약계층에 분배 안 되는 것은 여전

 

하지만 탈북자들이 전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북한 당국의 직접적인 구호조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백두산 인근에 살다가 2019 10월 탈북자 황지선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산모의 영양 부족으로 유산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아이가 태어나도 영양 부족에 시달리거나 쇠약한 탓에 성장과 발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영양 부족인 산모와 영유아들에게 지원되는 보급 물자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황지선] 아이가 영양실조 걸렸다고 해서 병원에서 영양제를 주는 등 그런 혜택이 전혀 없어요. 병원도 다 돈을 내고 가야 하니까. 그리고 사실 북한에는 영양 보조제 이런 것들을 병원에 가서 타기보다는 개인이 장사하는 게 많아요. 약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데 가서 다 개인적으로 영양제를 맞는다든가, 링거(수액)도 개인적으로 사서 맞는다든가, 알약 같은 거를 먹는다든가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임산부들은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오기 전까지 강제동원에 참여해야 했다고 황 씨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김정숙교원대 출신으로 한국에서 통일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탈북민 정유나 씨도 영양 부족인 산모와 영유아들이 무상으로 영양 보조제나 보조 식품을 지원받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유나] 보급품을 받거나 그런 거는 사실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그렇게 지원되는 분유들이나 이런 것들이 장마당으로 많이 풀려 나왔기 때문에 분윳값이 조금 싸질 수는 있겠으나 임산부들을 집중적으로 어떻게 도와주거나 뭐를 공급하거나 이런 건 사실 본 적이 없어요.

 

이승주 감시본부장은 국제기구의 분배감시 노력에도 최근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대북지원 물자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분배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승주] 저희가 4년간 탈북민 인터뷰를 해 온 부분 중의 하나가 이 질문인데요. 북한에 이제 지원되고 있는 많은 식량이나 이런 보급품들 그런 것들이 이제 직접 수령하신 적이 있느냐 여쭤보면 대부분이 수령한 경험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시장에 가면 유엔이라고 적힌 물품들이 팔리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부모가 없는 경우, 장애를 가지거나 국가 영예 군인 같이 군 복무 중에 다쳐서 나오거나 이럴 때에도 특별한 지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불균형하다든지 국가로부터 배급도 받지 못하고 자력으로 먹을 것을 구하지도 못하는 경우에 대한 어떤 지원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황지선 씨도 탈북하기 전까지 대북지원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황지선] 사실 일반인들은 몰라요. 위에 간부들을 통해서 그런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친척들한테 말하는데, 이 소식이 많이 퍼지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지원이 들어온다는 말을 하는 자체가 비밀이기 때문에. 지원이 들어왔는데 일단 주민들한테도 그 소식을 막 유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정유나 씨는 시장에 유통되는 쌀의 모습을 보고 외부에서 들여왔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유나] 대북 지원이 된다는 걸 어떻게 아냐면 북한 거하고 다른 쌀들이 들어올 때이게 남한에서 들어오는 쌀이구나알 수 있었고, 우리가 있을 때는 알랑미(안남미)라고 하는 동남아에서 나오는 길쭉한 쌀 있잖아요. 그거 지원 들어올 때는이게 외국에서 들어왔구나정도로만 인지하지 그게 대북 지원으로 들어온다고는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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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부 주관 외신기자 방문에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유치원 어린이들이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Reuters

 

북한의 조직적인 간섭과 실효성 없는 분배감시 개선 요망

 

이승주 감시본부장은 세밀한 분배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승주] 북한의 조직적인 간섭 그리고 방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런 것은 인도적 지원 협력을 해 본 기관들에 따르면은 계속해서 협력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더 많은 지역에 대한 그런 개방을 타진해서 점차 넓혀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 내 취약계층을 구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개선된 인도적 지원과 효과적인 분배감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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