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북한 인권 영상 전시회 열려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3.10.02
미국 뉴욕에서 북한 인권 영상 전시회 열려 FSI의 케이시 파티그 공동대표가 전시회에 방문한 뉴욕 주민에게 탈북민 박은미 씨의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RFA Photo

앵커: 미국에서 해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진 뉴욕에서 최근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영상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탈북민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들이 당한 인권 침해 사례를 증언한 영상 전시회는 많은 뉴욕 주민과 관광객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연례 국제 인권회의인 ‘뉴욕 오슬로 자유포럼에서는 중국이 시행한 반간첩법때문에 탈북민 구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문제가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발히 진행된 북한 인권 운동을 서혜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욕 주민들의 걸음 멈추게 한 북한 인권 전시회

  

미국 뉴욕 맨해튼의 다운타운.

 

많은 사람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북한 인권에 관한 영상 전시회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전시장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유심히 읽어보는 관광객도 눈에 띕니다.

 

탈북민에게 영어를 가르쳐온 한국의 비영리 민간단체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FSI)’이 주최한 북한 인권 영상 전시회는 지난 926일부터 102일까지 개별 화면을 통해 총 8 명 탈북민이 겪은 인권 침해 사례를 영상으로 소개했습니다.

 

각 영상은 탈북민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북한 내 식량난, 강제 북송, 장애인 인권 상황 등을 영어 자막과 함께 설명했으며, 화면 앞에 앉은 관람객들은 숨죽여 영상을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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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들른 한 관광객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갔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RFA Photo

 

이 단체의 케이시 라티그, 이은구 공동대표는 (928)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전시회는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상황을 탈북민들의 목소리로 전 세계에 전하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케이시 라티그] 우리는 북한 내 위기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줌으로써 이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 연설, 글쓰기 등 어떤 수단이든, 탈북민들이 (영어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실태에 대해 넓은 이해와 공감, 그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이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케이시 라티그] 탈북민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습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을 때 미국이나 영국 등의 국가에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듣고 싶어할 거란 사실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대한) 기사를 읽고 영상을 보는 것 이상으로 더 깊은 차원에서 관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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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를 제안한 FSI 고등학생 자원봉사그룹의 클로이 리 학생. 그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다음 세대가 북한 인권 활동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RFA Photo

 

특히 이번 전시회는 한 고등학생의 용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전시회를 제안한 FSI 고등학생 자원봉사그룹(FSI-Global High School Union)의 회원인 클로이 리(Chloe Lee) 학생은 뉴욕이 각국 사람들이 모이는 대도시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처음 탈북민의 사연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똑같이 부여받아야 할 북한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로이 리] 아오지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하다 탈북한 샤론 장의 자서전을 접했습니다. 그 후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나도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까?’란 질문을 했고, 제 삶은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축복받은 삶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단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고 그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 인권을 알리기 위해 자신과 같은 다음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클로이 리] 저는 옹호활동(advocacy)’이란 지역적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매체의 힘을 이용해 작은 지역적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권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인권 단체를 팔로우하는 겁니다. 변화를 가져오기엔 세상이 너무 크다는 변명 대신 사회적 관습을 극복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면서 우리 세대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그러면 긍정적인 변화의 고리에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국제 인권회의, 탈북 다큐 유토피아를 넘어서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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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열린 ‘오슬로 자유포럼’에 참석해 연설 중인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 / 갈렙선교회 제공

 

FSI의 북한 인권 영상 전시회가 열린 28, 뉴욕의 관광 명소인 타임스퀘어 인근에서는미국 뉴욕 소재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의 주관으로 연례 국제 인권회의인 뉴욕 오슬로 자유포럼(Oslo Freedom Forum in NY)’이 열렸습니다.

 

이날 기조 연설자 중 한 명으로 나선 탈북민 구출가,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북한 인권 실태를 강하게 꼬집었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중국이 시행한 반간첩법때문에 탈북민 구출 활동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며,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최근) 인신매매로 팔려갔던 탈북민 여성 네 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한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중국이 탈북민들의 주요 탈북 루트인만큼 언젠가는 중국 정부가 인권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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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렙선교회는 지난 23년 동안 1,000명 이상의 탈북민을 구출했으며 2019년 한 가족의 탈북 과정을 도왔고 이는 ‘유토피아를 넘어서’란 다큐 영화로 제작돼 주목받고 있다. / 갈렙선교회 제공

 

또 이날 회의에서는 탈북민 구출을 다룬 기록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Beyond Utopia)’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토피아를 넘어서는 지난 2019년 탈북한 일가족 5명의 탈북 여정과 이들을 도운 김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지난 1월 세계적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또 이 영화는 최근(9 27~10 1) 뉴욕에서 열린 제 24우드스톡 영화제(Woodstock Film Festival)’에서 최우수 장편다큐멘터리상과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오는 1023~24일 미국 800개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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