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살몬 보고관 서한에 “탈북민은 불법체류자”
2023.10.13
앵커: 중국에 구금됐던 탈북민 500여 명이 지난 9일 저녁 강제북송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은 유엔이 지난 6월과 7월, 탈북민 강제 북송 정보를 요청한 서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답장을 입수했습니다.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불법 입국하는 자는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발생한 탈북민 강제 송환과 관련해 “여러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이 국제 인권 의무를 존중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보도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중국 “탈북민 북송,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 아냐”
지난 6월 7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매튜 길렛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부위원장은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살몬 보고관과 길렛 부위원장은 당시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된 8 명의 탈북민을 언급하며 이들의 체포와 구금, 혐의에 대한 법적 근거, 구금된 이들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정보 등을 요청했습니다.
또 탈북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강제송환 금지 원칙 (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개별적 평가가 진행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요청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21일 주제네바 중국 대표부를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 앞으로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월 10일 입수한 중국 정부의 답변에 따르면 “북한으로부터 입국한 사람들은 출입국관리법과 규정을 위반한 불법체류자로서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르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또 “중국은 법치국가로서 불법 입국한 외국인을 법에 따라 조사∙처벌하고, 관련자에게 필요한 생활환경, 식량, 의료, 야외활동, 통역 등의 권리를 보장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탈북민에 관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법, 국제법, 인도법을 결합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서한에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탈북 구출 단체들이 중국에 구금된 탈북민 500여 명이 지난 9일 북송됐다고 밝혔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한국 정부도 13일 탈북민 강제 북송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습니다.

앞서 국제사회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대규모 강제 북송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현실이 된 겁니다.
이미 살몬 보고관과 길렛 부위원장은 지난 6월 중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탈북민 북송을 결정할 경우, 이들은 북한에서 구금과 각종 고문 등 인권 침해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따라 어떤 당사국도 고문의 위험이 있다고 볼 만한 실질적 근거가 있는 경우,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상기시켰습니다.
특히 살몬 보고관과 길렛 부위원장은 “중국 정부는 송환을 중단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임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난민최고대표사무소 등 유엔 산하 기구과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강제북송 상황 심각하게 우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특별보고관은 최근 500여 명의 탈북민이 강제 북송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재 일어나고 있을 일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I am seriously concerned about what may be happening.)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유엔 안밖의 여러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이 국제인권법에 따른 의무를 존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I am in touch with several actors both inside and outside of the United Nations and monitoring the situation closely. I urgently call on China and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respect international human rights obligations.)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보고관과 길렛 부위원장, 아우아 발데 강제∙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 의장 조사관 등 총 6명은 지난 7월 18일에도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7장짜리 추가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은 “2023년 7월 기준으로 2천 명 이상의 탈북민이 중국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탈북민들이 강제 송환될 위험과 송환됐을시 구금, 고문, 강제 실종, 처형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또 “구금된 세 명의 탈북민이 강제 북송에 처할 두려움에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자살 시도를 한 다른 구금자도 있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다”며 “강제 북송되면 이들이 처할 위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한은 탈북민 강제 북송이 국제법에 따른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대한 중국의 국제적 의무와 어떻게 양립하는지를 설명할 것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13일 답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답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시민 단체와 한국 정부가 수백 명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확인함에 따라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가운데 일제 브랜즈 케리스(Ilze Brands Kehris) 유엔 인권사무차장은 지난 12일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을 서술한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에 주목했습니다.
[케리스 사무차장] 사무총장이 발표한 북한인권상황 보고서는 (북한에서) 계속되는 강력한 국경봉쇄와 이동의 자유, 더욱 극심해지는 인도주의적 상황, 기본적 자유의 제한 등의 상황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북한 인권 상황을 정리한 ‘북한인권상황’ 보고서를 통해 “수십 년 동안 실종 상태에 있는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우려되고, 북한에 의한 강제 실종은 주변국으로부터의 강제 송환도 포함한다” 지적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남혁 북한 주유엔대표부 3등 서기관은 유엔 사무총장의 보고서가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과 이중적 기준의 산물”이라며 보고서 내용을 거부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