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14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4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첫 번째 시간은 박성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예진: 안녕하세요.
박성우: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박성우: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예진: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지난해 12월 12일에 처형됐으니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장성택과 관련된 뉴스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보도됐었죠?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이 장성택 처형 사건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1년 내내 숙청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죠.
1년여전 조선중앙통신이 소개한 판결문을 보면, 북측은 장성택의 추종 세력으로 행정부를 비롯한 로동당 조직과, 군부, 그리고 내각 기관뿐 아니라 기업소까지 거론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전방위적인 숙청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었죠.
다시 말해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통해 북측은 정권은 물론, 사회 분위기도 쇄신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됐었는데요. 이 전망은 그대로 들어맞았던 거죠.
이예진: 장성택 숙청 이후 권력지형을 한 번 살펴보죠. 득세한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박성우: 먼저,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독주가 두드러지죠. 한때 황병서에게 군 총정치국장 자리를 내주고나서 좀 주춤했지만 지금은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러시아를 다녀오는 걸 봐서는 견제세력이 없어 보입니다.
두번째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입니다. 장성택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과정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그 공을 인정받고 있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최룡해가 득세하니까 덩달아서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그룹인데요. 바로 빨치산 2세들입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빨치산 2세대 출신의 대표적 인물이 최룡해, 오일정, 오금철 등입니다. 김정은이 빨치산 2세대 출신의 인물을 발탁해서 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최룡해(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가 좌장 역할을 하고 있고, 그 휘하에 오금철(오백룡 전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의 아들)과 오일정(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등, 이른바 ‘혁명 1세대’의 자식들이 최근들어서 급성장하고 있는 건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믿을 수 있는 인물이 김정은의 주변에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오경섭 연구위원은 설명합니다. 특히 지난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한 이후로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친인척의 세력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빨치산’ 후손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예진: 이번엔 장성택 처형 이후 사라진 인물들을 좀 소개해 주시죠.
박성우: 네, 장성택의 잔당세력으로 숙청당한 대표적인 인물들은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 문경덕 전 평양시당 책임비서, 장용철 전 말레이시아 대사, 이런 사람들입니다. 모두 처형된 걸로 확인이 됐거나, 아니면 자살했거나 처형당한 걸로 추정되고 있지요.
이런 거물급 말고도 지난 1년 내내 숙청은 광범위하게 진행됐는데요.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지난 5월 평양 평천구역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가 있었잖아요. 이 사건과 관련해서 대략 20여명이 숙청됐습니다.
아파트 사고와 장성택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설명을 좀 드리면, 이 아파트의 건설을 담당했던 게 보안부 산하 건설7총국이었습니다. 보안부는 장성택이 관할하던 부서 중 하나죠.
김정은 제1비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장성택의 뿌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 직후에 보안부 산하 건설7총국 간부 20여명이 총살되거나 오지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이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이예진: 숙청이 1년 내내 진행됐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숙청이 이뤄졌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박성우: 숙청 작업은 올해 상반기 들어서 좀 주춤해졌다가 지난 여름을 지나면서 다시 본격화된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 조직지도부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현대판 종파일당이 집행했던 문제를 전면 재검증하고 간부들의 충실성을 검증해서 이색분자를 색출, 제거하라”는 지침을 지난 8월에 하달했고, 이후 9월까지 한달동안 ‘전당 사상투쟁회의’가 대대적으로 전개됐다고 하고요. 이 과정에서 색출된, 이른바 ‘이색분자’들이 숙청의 대상이 됐다고 보면 되는 거죠.
이예진: 그럼 9월 이후 숙청이 많아졌겠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난 9월에는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당 선전부 간부 20여명을 ‘반당 종파행위’와 뇌물 수수, 여자 문제, 마약 복용 등의 혐의로 총살했고, 10월에는 장성택과 연계된 중앙당과 지방당 간부 10여명을 ‘유일영도체계’를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평양에 있는 강건군관학교에서 총살했다고 하지요.
이밖에도 숙청 규모는 분명치 않지만, 숙청 대상과 대략적인 시점이 파악되는 경우도 여러 건 있습니다.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해주시당 책임비서 등 황해남도 간부들이 횡령과 한국 연속극 시청 등의 죄목으로 지난 10월 처형됐고, 당 재정경리부 일부 간부들도 지난 10월 노래방에서 김정은 찬양 노래를 개사해 부르다가 적발되어 총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예진: 이렇게 광범위한 숙청이 이뤄지면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정권 안정화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 걸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워낙 무자비한 공포통치가 이어지니까, 간부층 내에서도 이젠 신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거죠. 또 장성택을 처형한 주된 죄목이 ‘김정은의 권위를 훼손한 것’이라는 점을 의식해서 간부들이 언행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고, 이게 충성심 과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난 10월 18일에 김정은이 공군부대를 방문한 사진이 공개됐는데요. 이 사진을 보면, 김정은이 무슨 말을 하고 나니까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고, 최룡해 비서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서 웃는 모습이 나옵니다. 최대한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거죠.
이예진: 그게 ‘면종복배’일 수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 간부들의 속마음을 추정하는 표현인데요. 요즘 자주 등장하죠. 이게 무슨 뜻이냐면,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한다’는 거잖아요. 간부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처벌과 처형이 보편화되면서 고위간부들은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고지도자의 눈치만 보면서 몸을 사리는 행태들이 만연화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앞에서는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하지만, 뒤에서는 일을 전개하지 않고 불만을 토로하며 불안해하는 현상들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고위간부들이 지도자가 무섭다고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고 아첨만 하고 일들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장성택 처형을 ‘종파 오물’을 제거한 것이라고 표현했지요. 이후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장성택 추종세력에 대한 숙청 작업을 지속하면서 사회 안정과 유일지도체계의 정착을 노렸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그 과정이 공포정치로 이뤄졌기 때문에 지금 말씀드리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거지요.
지금쯤 북측 지도부도 올 한 해를 총화하고 있을 겁니다. 지난 한해 내내 지속된 숙청 작업의 결과를 북측은 어떻게 결산할지, 그 일단은 김정은의 2015년 신년사를 보면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예진: 박성우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4년 10대 뉴스 1편 ‘장성택 숙청, 그 이후 북한은?’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의혹만 부른 김정은 건강 이상설’ 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