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정전협정 58주년을 맞아 한국 대학생들과 탈북 대학생들이 지난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자전거 행진에 나섰습니다.
이번 자전거 행진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탈북자 30명을 포함, 모두 150명. 이번 행사는 북한인권학생연대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동해 최북단,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서쪽 끝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장장 300km의 거리를 달렸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들의 뜻깊은 자전거 행진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젊음의 질주>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노재완 기자입니다.
"여기 물이 있습니다. 물 받아 가세요"
행사 이틀째. 이른 아침 참가자들이 잔디밭 광장으로 모여듭니다.
어제보다 더 더운 느낌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게 한낮엔 불볕더위가 예상됩니다.
[INS: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한남수 대표]
한남수: 오늘 날씨가 뜨겁습니다. 그러나 이런 뜨거운 날씨도 우리의 이런 노력을 꺾을 수 없습니다. 햇볕이 뜨거운 만큼 우리의 젊음도 식지 않길 바랍니다.
출발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그래도 장정을 앞둔 참가자들의 얼굴은 무척 밝습니다.
[인터뷰: 심경희 국민대 3년]
심경희: 젊으니까 완주는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동료끼리 서로 챙기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와~~ 파이팅~!"
출발 시각이 다가오자 행사 성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집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 행사 성원들은 오늘 타고 갈 구간을 확인합니다.
교통 통제를 맡은 행사 성원들은 무전기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용진, 행사 스텝]
박용진: 지금은 안전수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거니까 출발 순서를 정해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시키는 겁니다.
오전 9시 힘찬 구호와 함께 일제히 자전거들이 출발합니다.
하나 둘셋 파이팅~!!!
1㎞쯤 지났을 때 첫 번째 큰 오르막길이 보입니다.
고갯길에서 자전거 변속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처지기 시작합니다.
행사 성원들은 처지는 학생들을 챙기기 위해 대열의 앞뒤를 오가며 분주합니다.
오르막길을 만날 때마다 옆에서 행사 요원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 속력을 더 내야 될 것 같습니다."
나름 기어 변경을 하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자전거가 마음먹은 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들의 의지를 꺾습니다.
[인터뷰: 김선영 이화여대 3년]
김선영: 힘들어도 끝까지 가야죠. 기자: 너무 힘들면 차 타고 가세요? 김선영: 아닙니다. 우리 조는 끝까지 갈 겁니다.
양구 진입을 앞둔 마지막 언덕길을 넘어 넓은 4차선 도로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행사 성원들의 힘찬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 ~ 다 왔어요. 여기 내리막길만 내려가면.."
점심을 위해 도로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갈 모양입니다.
이윽고 자전거 행렬이 도로변 한쪽으로 붙기 시작합니다.
점심 장소인 양구 통일관에 도착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음식 맛을 탓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던 겁니다.
[INS 통일관 식당 현장음]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숨을 고르고 출발을 준비합니다.
성원들은 출발에 앞서 다시 한 번 안전을 당부합니다.
[INS: 행사 성원 목소리]
자전거 행렬은 다시 이어집니다.
이날 최종 도착지인 양구 숙소까지는 40여km.
땡볕에 지친 일부 참가자들은 대열에서 잠시 빠집니다. 성원들은 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버스에 낙오자들을 태웁니다.
이날의 가장 큰 고비는 양구로 가는 길 가운데 지대가 가장 높은 돌사령 고개입니다.
주최 측은 돌사령에서 대열을 정비하고 다시 출발하기로 합니다.
대열에서 뒤처진 참가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탈북대학생 김인호]
기자: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김인호: 네, 오르막 갈 때요. 정말 포기하고 그냥 버스를 탈까도 생각했는데요. 친구들이 다 타다 보니까 같이 힘을 냈습니다.
오후 2시 통일관 식당을 출발한 자전거 행렬이 오후 5시쯤 숙소인 포시즌 별장(펜션)으로 하나둘씩 들어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특별한 사고 없이 완주했습니다.
점심 후 달린 구간은 길었지만, 오전보단 가파른 언덕이 없어서 비교적 여유 있게 달려왔습니다.
아침나절보다 참가자들의 자전거 타는 요령도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변속기 조작이 능숙해졌다는 점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인터뷰: 주인주 전북대 2년]
주인주: 허벅지가 끊어질 것 같지만, 완주한 기쁨이 아픔을 이길 것 같습니다. 내일도 완주했으면 좋겠는데.. 선배님이 완주하라고 오늘 다리에 배긴 알을 다 풀어주신다고 했습니다.(웃음)
자전거로 쌓인 피로를 풀기에 오락만한 게 없겠죠.
저녁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오락 시간에 맞춰 잔디밭으로 나옵니다.
[INS 레이크레이션 현장음]
참가자들의 얼굴엔 해냈다는 자신감과 기쁨으로 밝은 표정이 묻어납니다.
본격적인 자전거 행진이 시작된 이날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양구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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