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현장을 가다]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 ② 영어 배우며 내일 꿈꾼다

중국-이진서 leej@rfa.org
200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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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북한의 룡천과 인접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중국관광객이 탄 모터보트가 지나가자 북한 어린이들이 따라가며 장난치고 있다.
2004년 4월 북한의 룡천과 인접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중국관광객이 탄 모터보트가 지나가자 북한 어린이들이 따라가며 장난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 중국에는 탈북자 부부가 출산한 아동과 탈북자와 한족 사이에 낳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서류상에선 존재하지 않는 무국적자입니다. 국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관여하기 애매한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살아야 하는 중국 내 북한 아이들.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던 아이 중 일부는 지금 다행스럽게도 미국과 남한 등의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으며 보호시설에 위탁돼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출신 아이들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내일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편을 보내드립니다.

취재 보도에 이진서 기자입니다.

하얀 창가림(커튼)을 한 아파트의 거실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아동 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선 선생님을 따라 하는 영어 단어 공부에 신이 나있습니다.

아무도 돌봐주는 이가 없어 또는 생활고에 찌들려 아이에게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어 방치되다시피 한 북한 아이들이 이제 태평양 건너 머나먼 땅 미국인들이 쓰는 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간 한인 동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얼마 전까지 호구가 없어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외국어인 영어까지 가르친다는 것이 어른의 욕심이 아닐까? 하지만 중국에서의 영어에 대한 관심은 무척 높았고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보모: 지금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많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니까요. 기자: 전도사님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해서 하는 건가요? 영어 교육은 어떻게 시작이 된 건가요?

보모: 영어를 가르칠 사람이 없었는데 있어서 시작됐습니다.

기자: 한자공부 조선어 등 학교 공부 따라가기도 어려운데 아이들이 영어까지 배우려면 힘들지 않을까요?

보모: 됩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도 영어를 못하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에선 한 3년 전부터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교육에 힘쓰면서 전반적으로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아이들의 보모는 말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 세 곳에서 만난 아동은 총 열세 명. 이 아이들은 지나치게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그 어디에서도 과거의 어두운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해맑은 표정을 되찾기까지는 누군가가 아이들 곁에서 커다란 관심과 사랑을 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모: 그냥 시골에 아이들을 놔둬 보세요. 어떻게 되겠습니까? 시골에는 아이들이 없으니까 학교도 없고 유치원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전부 시내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남의 자식이란 생각은 안 합니다.

9살 된 철이(가명)의 아빠는 한족입니다. 정신장애인인 철이의 아빠는 아이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 출신으로 탈북자인 엄마는 철이가 4살 때 공안에 잡혀갔습니다. 엄마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이는 아이. 이 아이는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의 품에 안기길 유난히 좋아합니다.

열한 살 된 해인(가명)이의 아버지도 역시 한족입니다. 술독에 빠져 사는 아버지. 엄마는 해인이가 7살 때 공안에 잡혀갔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해인이 아버지의 행동은 거칠어졌습니다. 한 번은 쇠뭉치로 해인이가 머릴 맞아 피가 터졌고 아이의 아빠가 딸의 상처 부위를 치료한답시고 담배로 상처부위인 머릴 지져서 아이가 거의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합니다. 해인이도 혼자 있을 때면 동화책을 보면서 가슴에 묻어둔 엄마를 꺼내봅니다. 그래서 해인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도 어린이날 선물 받은 ‘우리 엄마 엄마’

기자와 해인: 이 책은 내용이 뭐예요? 학교에 다른 아이의 엄마는 다 왔는데 이 아이 엄마는 안 왔단 말입니다. 친구가 네 엄마는 왜 안와 그러니까 화를 냈습니다. 엄마가 편지를 써 놓고 갔습니다. 조금만 읽어 줄래요? “우리 귀여운 딸을 속상하게 한 것은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던 거야 그러니 네가 엄마를 사정도 좀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니? 여기 있는 떡 먹고 엄마 올 때까지 영구보면서 집에 있어주기 바란다 엄마”

영어 공부를 잠시 쉬고 준비해간 닭고기 튀김과 고기겹빵(햄버거)를 먹는 시간 . 접시를 준비하고 물컵을 꺼내고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조선족 보모가 기독교인이라 아이들은 음식을 먹기 전 꼭 식사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합니다. 오늘은 해인이가 식사 전 기도를 할 차례입니다.

해인: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날 이렇게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웃과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 싸우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잘 먹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도 쐬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미국식 닭튀김을 파는 켄터키후라이드치킨에 가서 먹었으면 좋으련만 또래 아이들 십여 명을 데리고 움직인다는 것은 남의 시선이 있어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조촐한 토요일의 만찬은 이렇게 집에서 이뤄졌습니다.

아이들: 밖에서 파는 햄버거 맛있습니다. 넌 왜 햄버거 안 먹니? 나중에 먹을 겁니다. 와 크다! 다 먹은 사람은 또 먹자. 와 맛있다!

번갯불에 콩 볶듯 고기겹빵을 먹어치운 명빈(가명)이가 이번에는 닭다리 한쪽을 종이에 잘 싸서 자기 사물함에 넣어둡니다. 명빈이는 이것을 나중에 먹겠다고 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인 매일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끝내면 성경을 한 구절씩 외우고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기 위해 보모는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성경 암송 실력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할 정도였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습니다.

올해 아홉 살인 이 아이의 엄마는 명빈이가 5살 때 공안에 잡혀갔습니다. 탈북자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아이는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도 가끔 알 수 없는 상상 속 이야기를 해서 학교 선생님을 어리둥절 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자면 공안이 쫓아와서 자기 엄마가 인형을 안고 물속으로 걸어가 죽었다는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청개구리’ 짓을 해서 보모를 특히 힘들게 하는 아이입니다.

놀랍도록 머리가 영리해 반에서 우등생인 아이, 자기만 알고 자기 배만 부르면 그만인 아이, 이상한 행동을 해서 선생님이 귀찮을 정도로 보모를 학교로 오게 하는 아이, 이렇게 여러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집.

이 집의 아이들은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면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출신 성분에 대해 또는 아이들 부모의 국적이 어느 나라인지 알아야 될 필요는 없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는 이 노래는 올해 열한 살인 민정(가명)이와 영민(가명)이가 부르는 노래로 귀한 생명을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 편을 전해 드립니다. 중국 현지에서 이진서 기자의 보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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