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동유럽 체제변혁 20년, 현장을 가다] ② 폴란드의 자본주의 배우기 ‘열풍’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09.10.20
2009.10.20
RFA PHOTO/박정우
동유럽 국가들의 공산주의 독재 청산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도입을 위한 지난 20년간 노력의 현장,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폴란드인의 ‘뜨거운’ 자본주의 학습 현장을 폴란드 현지에서 박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LG LCD 복합단지(클러스터)로 가는 택시 안]
지난 5일(현지 시간) 폴란드 남서부의 산업 중심 도시인 브로츠와프. 공항을 빠져나온 택시는 곧장 LG 폴란드 LCD 복합단지로 향합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50대의 택시 기사에겐 그냥 “LG” 라고만 하자 주소를 묻지도 않고 기자를 브로츠와프 시 외곽에 들어선 공단 입구에 정확히 내려 줍니다. 총 115만 제곱 미터의 대지에 펼쳐진 LG의 LCD 복합단지에 들어선 흰색의 산뜻한 공장 건물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LG 전자 LCD 공장]
LCD 복합단지 안에 있는 LG 전자의 LCD 텔레비전 생산 공장은 현재 전체 8개 생산 라인에서 7초 마다 텔레비전 한 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LCD 텔레비전공장 한 곳에서만 관리직 사원 250명을 포함해 1천800명이 넘는 폴란드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구슬땀을 흘려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3억 달러 규모. 올해엔 20% 이상 늘어난 16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될 만큼 공장 가동이 성공적입니다.
LG 전자 성학봉 생산실장은 폴란드 현지인 직원에게 공장 운영과 관련해 권한을 과감하게 부여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성학봉 LG전자 생산실장: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노력했죠. 그랬더니 처음엔 퇴근 시간만 되면 회사를 빠져나가기 바빴던 직원들이 나중엔 스스로 회사에 남아 남은 일을 처리하더군요.
하지만 과거 공산주의 아래서 50년 가까이 ‘내 것’ 없이 살아온 폴란드인에게 자본주의 사고방식을 이해시키기가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고 성 실장은 털어놓습니다.
성학봉 LG 전자 생산실장: 회사를 가동하던 초기, 금요일 오후에 생산직 직원들에게 초과 근무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 날 이곳 신문에 ‘LG 전자가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라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났습니다.
3년이 지난 현재, 폴란드 현지 직원의 태도는 확 바뀌었습니다.
텔레비전 생산 책임자인 캐롤 로바체브스키 씨는 폴란드 사회 전체가 자본주의로 ‘마음가짐’을 확 바꿔야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캐롤 로바체브스키: 저뿐 아니라 모든 폴란드인 직원의 문제였다고 생각되는데요, 기본적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여야 했습니다. 또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충 일해서는 안 되고….무엇보다 스스로 알아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LG전자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생산 책임자로 초고속 승진한 직원답게 로바체브스키 씨는 ‘혁신’ ‘효율’ 등의 용어를 자주 구사하면서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힙니다.
캐롤 로바체브스키: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살고 있고, 자본주의는 시장이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우리는 시장이 기대하는 바에 맞추려 노력하는 거죠.
LG전자를 포함해 관계 회사와 협력업체가 폴란드 LCD 복합단지에 투자한 금액은 이미 8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는 폴란드가 동유럽 구 공산권 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폴란드 투자청에 따르면, 폴란드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해 165억 달러에 이릅니다. 비록 국제 금융위기 탓에 2007년 246억 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폴란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폴란드 투자청의 이보나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해외 투자 담당 국장은 말합니다.
이보나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국장: 이젠 대규모 제조업체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는 대신 투자 규모는 작지만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을 유치하려 노력 중입니다.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국장은 해외 자본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폴란드 정부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공산주의식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자본주의식 경제체제엔 여전히 미흡한 세금제도를 보완하고 도로를 포함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도 노력 중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보나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국장: 과거 공산주의 잔재를 털어 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뿌리 깊은 과거 공산주의식 사고방식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폴란드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폴란드 전역에 경제특구를 지정해 각종 행정적 편의와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 섬유산업의 중심지였던 우츠도 폴란드 경제특구 14곳 중 한 곳입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우츠는 구소련을 포함한 공산권이 붕괴한 뒤 낙후된 지역으로 방치됐다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폴란드 경제부 산하의 우츠 경제특구청에 따르면 이미 150개 해외 기업이 입주했고 우츠 시 권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장 중입니다.
세금 감면을 포함한 각종 지원, 그리고 투자를 결정한 기업마다 전담 직원이 배치돼 회사 설립부터 모든 행정적 지원을 맡는 등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한 점은 우츠 경제특구의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공산주의 잔재를 완전히 털고 투자자들에게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우츠 경제특구청 마렉 체시락 청장은 강조합니다.
마렉 체시락 우츠 경제특구청 청장: 기업 활동에서 안전성이란 곧 법을 지키는 데서 나옵니다. 투자가가 처음 계약한 그 조건 그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니까 투자가 계속 이어지더군요.
우츠 경제특구의 성공에는 경제특구 설치를 포함한 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우츠 주민의 마음가짐 변화도 중요한 몫을 했다고 체시락 청장은 강조합니다.
경제특구의 성공에 힘입어, 과거 일자리를 찾아 바르샤바로 떠났던 우츠의 젊은이가 고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건물 재건축 회사에서 일하는 줄리앤 보이체시크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줄리앤 보이체시크 : 경제특구는 저를 포함해 우츠의 많은 젊은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보이체시크 씨는 특히 2004년 폴란드가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로 우츠 경제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주리앤 보이체시크: 사무실 바로 앞에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던 옛 섬유공장 건물이 최근 아파트로 재개발됐습니다. 방만 100개가 넘는 대형 아파트인데요 이미 분양이 다 끝났습니다.
브로츠와프와 우츠에서 만난 폴란드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시장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자본주의라는 새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라는 새 옷을 갈아입은 지 20년, 폴란드는 오늘도 자본주의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우츠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정우입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LG LCD 복합단지(클러스터)로 가는 택시 안]
지난 5일(현지 시간) 폴란드 남서부의 산업 중심 도시인 브로츠와프. 공항을 빠져나온 택시는 곧장 LG 폴란드 LCD 복합단지로 향합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50대의 택시 기사에겐 그냥 “LG” 라고만 하자 주소를 묻지도 않고 기자를 브로츠와프 시 외곽에 들어선 공단 입구에 정확히 내려 줍니다. 총 115만 제곱 미터의 대지에 펼쳐진 LG의 LCD 복합단지에 들어선 흰색의 산뜻한 공장 건물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LG 전자 LCD 공장]
LCD 복합단지 안에 있는 LG 전자의 LCD 텔레비전 생산 공장은 현재 전체 8개 생산 라인에서 7초 마다 텔레비전 한 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LCD 텔레비전공장 한 곳에서만 관리직 사원 250명을 포함해 1천800명이 넘는 폴란드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구슬땀을 흘려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3억 달러 규모. 올해엔 20% 이상 늘어난 16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될 만큼 공장 가동이 성공적입니다.
LG 전자 성학봉 생산실장은 폴란드 현지인 직원에게 공장 운영과 관련해 권한을 과감하게 부여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성학봉 LG전자 생산실장: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노력했죠. 그랬더니 처음엔 퇴근 시간만 되면 회사를 빠져나가기 바빴던 직원들이 나중엔 스스로 회사에 남아 남은 일을 처리하더군요.
하지만 과거 공산주의 아래서 50년 가까이 ‘내 것’ 없이 살아온 폴란드인에게 자본주의 사고방식을 이해시키기가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고 성 실장은 털어놓습니다.
성학봉 LG 전자 생산실장: 회사를 가동하던 초기, 금요일 오후에 생산직 직원들에게 초과 근무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 날 이곳 신문에 ‘LG 전자가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라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났습니다.
3년이 지난 현재, 폴란드 현지 직원의 태도는 확 바뀌었습니다.
텔레비전 생산 책임자인 캐롤 로바체브스키 씨는 폴란드 사회 전체가 자본주의로 ‘마음가짐’을 확 바꿔야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캐롤 로바체브스키: 저뿐 아니라 모든 폴란드인 직원의 문제였다고 생각되는데요, 기본적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여야 했습니다. 또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충 일해서는 안 되고….무엇보다 스스로 알아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LG전자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생산 책임자로 초고속 승진한 직원답게 로바체브스키 씨는 ‘혁신’ ‘효율’ 등의 용어를 자주 구사하면서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힙니다.
캐롤 로바체브스키: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살고 있고, 자본주의는 시장이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우리는 시장이 기대하는 바에 맞추려 노력하는 거죠.
LG전자를 포함해 관계 회사와 협력업체가 폴란드 LCD 복합단지에 투자한 금액은 이미 8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는 폴란드가 동유럽 구 공산권 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폴란드 투자청에 따르면, 폴란드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해 165억 달러에 이릅니다. 비록 국제 금융위기 탓에 2007년 246억 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폴란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폴란드 투자청의 이보나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해외 투자 담당 국장은 말합니다.
이보나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국장: 이젠 대규모 제조업체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는 대신 투자 규모는 작지만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을 유치하려 노력 중입니다.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국장은 해외 자본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폴란드 정부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공산주의식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자본주의식 경제체제엔 여전히 미흡한 세금제도를 보완하고 도로를 포함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도 노력 중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보나 호이노브스카-하포니크 국장: 과거 공산주의 잔재를 털어 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뿌리 깊은 과거 공산주의식 사고방식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폴란드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폴란드 전역에 경제특구를 지정해 각종 행정적 편의와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 섬유산업의 중심지였던 우츠도 폴란드 경제특구 14곳 중 한 곳입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우츠는 구소련을 포함한 공산권이 붕괴한 뒤 낙후된 지역으로 방치됐다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폴란드 경제부 산하의 우츠 경제특구청에 따르면 이미 150개 해외 기업이 입주했고 우츠 시 권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장 중입니다.
세금 감면을 포함한 각종 지원, 그리고 투자를 결정한 기업마다 전담 직원이 배치돼 회사 설립부터 모든 행정적 지원을 맡는 등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한 점은 우츠 경제특구의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공산주의 잔재를 완전히 털고 투자자들에게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우츠 경제특구청 마렉 체시락 청장은 강조합니다.
마렉 체시락 우츠 경제특구청 청장: 기업 활동에서 안전성이란 곧 법을 지키는 데서 나옵니다. 투자가가 처음 계약한 그 조건 그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니까 투자가 계속 이어지더군요.
우츠 경제특구의 성공에는 경제특구 설치를 포함한 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우츠 주민의 마음가짐 변화도 중요한 몫을 했다고 체시락 청장은 강조합니다.
경제특구의 성공에 힘입어, 과거 일자리를 찾아 바르샤바로 떠났던 우츠의 젊은이가 고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건물 재건축 회사에서 일하는 줄리앤 보이체시크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줄리앤 보이체시크 : 경제특구는 저를 포함해 우츠의 많은 젊은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보이체시크 씨는 특히 2004년 폴란드가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로 우츠 경제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주리앤 보이체시크: 사무실 바로 앞에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던 옛 섬유공장 건물이 최근 아파트로 재개발됐습니다. 방만 100개가 넘는 대형 아파트인데요 이미 분양이 다 끝났습니다.
브로츠와프와 우츠에서 만난 폴란드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시장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자본주의라는 새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라는 새 옷을 갈아입은 지 20년, 폴란드는 오늘도 자본주의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우츠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