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정은과 북한의 앞날③] 권력세습, 식량난 해결을 위한 가장 나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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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과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기획특집 <'김정은 등극의 파장'>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젊은 후계자 김정은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김정은 시대의 식량난 해결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후계자로 전면 등장한 김정은의 첫 공개 행보는 지난 5일의 군부대 훈련 참관이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851부대 협동훈련을 지켜본 이들을 언급하면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소개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동지 ..."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시대와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북한체제를 지탱하고 선도하는 근간으로 군을 내세울 것을 천명하는 행동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첫 공개 행보로 군을 선택하며 향후 김정은 시대의 통치 모습을 짐작케 했던 그 다음 날인 지난 6일, 유엔의 식량구호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을 아시아에서 가장 굶주림이 심각한 나라로 발표했습니다.

북한 인구 2천300만 명 중 780만 명이 영양실조로 지난 15년간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굶주린다고 집계된 나라는 아시아에서 북한이 유일하다고 유엔 식량기구들은 진단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나나 스카우 북한 담당 대변인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이 열악한 농업 환경 탓도 있지만,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정부 당국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합니다.


나나 스카우

: 북한은 농사를 지을 경작지가 부족합니다. 비료와 농기계를 구하기 어렵고 농업기술 역시 뒤처져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면적의 농작지에서 생산되는 곡물량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북한의 곡물생산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북한은 올해 160만 톤 가량의 곡물이 부족하다고 집계되는데 곡물 생산이 부진한 북한과 같은 나라는 상당량의 곡물을 수입해서 부족분을 보충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북한은 국제교류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곡물 수입량이 많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식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스카우 대변인은 북한의 곡물 수입이 연간 30만 톤에 불과하다면서 곡물생산량과 소비량의 격차가 200만 톤에 이르는 만큼 수입량을 크게 늘리거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미국의 식량문제 연구소인 세계식량정책연구소(IFPRI) 미셸 피에트로우스키 대변인도 북한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식량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셸 피에트로우스키

: 1990년대 북한 주민 10명 중 2명이 영양 부족이었지만, 2005년 자료를 보면 영양 부족 주민이 10명 중 3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세계식량정책연구소는 매년 굶주림 지수(Global Hunger Index)를 발표하는데 아시아의 모든 나라의 굶주림 지수가 1990년보다 호전됐지만, 북한만 유일하게 1990년보다 나빠졌습니다.

식량난 해소를 위해서는 농업 분야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최근 재편된 북한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농정을 펼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류길재

: 농업분야는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계속 맡아왔는데 계속 최태복이 자리를 지키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면 협동농장 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혁명자금을 관리하던 탈북자 김광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은 수급정책도 문제고 농기계와 비료, 설비가 부족한 면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협동농장체제라고 단언합니다.

김광진

: 1978년 중국이 개혁 개방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집단농장체제의 혁파였습니다. 중국이 했던 것처럼 북한도 농민이 농사를 지어서 생산물을 처분할 권한을 주면 식량문제 해결됩니다.

협동농장은 상부의 지시가 일괄적으로 하달되는 방식이어서 생산현장에서 일어나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다면서 농장단위나 개인 단위로 생산과 판매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피터슨경제연구소의 제니퍼 리 연구원은 북한 정권에 국제사회의 식량지원과 관련한 분배감시의 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습니다.

분배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면 구호단체와 원조국으로부터 대북식량지원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고 국제사회와 신뢰를 회복할 기회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전문가들이 제안한 식량난 해소를 위한 기회의 문을 열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오랫동안 지켜본 전문가들은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는 북한 권력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2010 식량안보위험지수(Food Security Risk Index)’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식량위기를 ‘가장 위험(Most Risk)한’ 범주로 평가했던 영국 기업자문회사인 메이플크로포트의 피오나 플레이스 식량안보분석가는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마티아 센(Amartya Sen) 박사의 이론을 독점권력이 3대째 세습되는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으면 기아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센 박사의 주장입니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짐바브웨, 수단과 에티오피아는1970년대 말 대규모 식량부족 사태를 겪었습니다. 보츠와나와 짐바브웨에서는 굶어 죽은 사람이 없었지만 수단과 에티오피아에서는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센 박사는 식량생산량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국민이 굶어 죽는 사태에 직면했을 때 정부 정책과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를 굶주림 해소에 돌리게 하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느냐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식량안보분석가인 플레이스 씨는 김정은의 사진이 서방에 처음 공개된 후 ‘가난한 북한의 살찐 후계자’라는 별명이 등장하기도 했다면서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모르는 청년 지도자는 북한의 식량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의 류길재 교수도 3대로 이어지는 권력세습이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류길재

: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은 김일성에서 이어지는 군벌화, 가족사유화를 연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받으면 결국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만들고 김정일, 김정은의 족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 내부의 경제적인 재원이나 식량이 권력 쪽으로 집중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경제 전망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어둡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농장 폐지와 생산과 판매의 자율성 부여, 농업분야의 개방과 자유화 등은 중국이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해 성공한 사례들입니다.

이외에도 국제사회 지원의 분배감시 협조, 국제사회와 농업기술협력 등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방안들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이 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보다 우선이기 때문에 15년 이상 지속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은 새로운 지도체제에서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