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 식량난의 거짓과 진실] ① 달라진 군량미 조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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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신당동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북식량직접지원운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식량가방'에 쌀을 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이날 군량미 전용 우려가 높은 북한 공식기관을 통하지 않고 식량가방 등을 이용해 식량을 전달하는 '직접지원' 방식을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

북한의 악화된 식량난으로 군량미 조달에 차질을 빚어 군대에서 탈영병들이 속출하고 집단항의 행동까지 있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당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국제사회에 인도적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또다시 북한의 식량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문성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달라진 북한의 군량미 수집(조달)실태부터 정리해드립니다.

화폐개혁에 실패한 북한은 지난해 2월부터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습니다. 북한당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입쌀 1kg당 45원 가격을 열배나 뛰어넘어 당시 장마당에서 500원 이상으로 쌀값이 폭등했습니다.

아사자가가 속출하고 주민들의 혼란이 가증되자 당황한 북한당국은 화폐개혁의 책임을 뒤집어 씌워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 리태일과 재정경리부장 박남기를 총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조취의 하나로 과도한 식량난을 불러온 군량미 수집(조달)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했습니다.

기존에 북한은 매 협동농장별로 지정해 주는 국가식량생산계획에 따라 가을철 수확량이 어떻게 되든 무조건 일정량을 군량미로 거두어 가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러다나니 농사가 제대로 안된 협동농장들에서는 가을철에 쌀 한줌도 차례지지 못했고 아사자가 무리로 발생했던 것 입니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에 발표되고 5월에 구체화된 것이 새로운 군량미 수집계획입니다.

달라진 군량미 수집계획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의 군량미 총 소요량은 160만 톤입니다.

여기에는 북한당국이 먹여 살려야 할 군인들과 돌격대, 군수공업부분 노동자, 사법기관 간부들의 배급이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북한은 황해북도를 군량미를 전담하는 지역으로 선포하고 160만 톤의 군량미 중 60%에 해당하는 량인 90만 톤을 황해북도에서 충당하도록 했습니다. 기타 70만 톤의 군량미는 10만톤 군(한해 벼 10만 톤을 생산하는 군)으로 지정된 28개의 군들에서 거둔다는 조취였습니다.

새로운 군량미 수집계획이 발표되자 군량미 시름에서 벗어난 농민들은 크게 환호했고 북한 당국은 이를 후계자 김정은의 농민에 대한 특별배려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취는 지난해 황해북도의 농사가 망치면서 큰 차질을 빚게 됐고 급해 맞은 북한당국은 농민들과의 약속도 뒤집어엎은 채 군량미 수집계획에서 제외된 모든 협동농장들을 상대로 추가적인 군량미 수집에 나섰습니다.

이미 가을걷이를 끝내고 일부 식량배급까지 풀었던 협동농장들은 야단이 났고 미처 건조시키지 못한 강냉이(옥수수)와 감자를 비롯한 부실한 군량미들이 대거 납품되는 사태가 잇따랐습니다.

북한은 일단 보관이 어려운 감자와 덜 건조된 강냉이를 먼저 소비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에게 잡곡(감자나 강냉이)과 백미(벼)를 5:5의 비율로 보급했습니다.

보급되는 량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군 간부들과 돌격대 간부들이 백미를 많이 빼돌리다나니 대원들에게 차례지는 것은 감자나 강냉이와 같은 잡곡뿐이고 밥의 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군인들이 감자로 끼니를 때운다는 소문이 민가(주민지구)에까지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급기야 올해 1월 초부터 장마당에서 식량가격이 급속히 뛰어오르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북한당국도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당초 약속한 군량미 수집계획을 뒤집은 당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었습니다.

화폐개혁 실패로 야기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모질음 쓰는 북한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새로운 군량미 수집계획. 다급하게 시행한 군량미수집계획이 또 다른 화를 불러와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