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김정일 생일 앞두고 열병식 훈련 참여한 여학생들
- 6개월 전부터 하루 12시간씩 맹훈련
- 다리 굳고, 관절염과 소화기계통 장애 호소
- 동작 틀린 학생은 따로 추가 교육까지
- 열병식 행진에 군대뿐 아니라 민간인․학생도 참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06년 8월에 평양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평양 3대혁명기념관 인근 광장에서 군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열병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열마다 줄을 맞춰 길게 늘어선 여학생들이 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며 한발 한발 행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발 높이! 걸음 맞춰서!"
이들은 16~17세, 중학교 5~ 6학년 학생들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열병식에 나서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2월 16일인 것을 고려하면 무려 6개월 전부터 연습을 시작한 겁니다.
영상 속 한 여학생의 어깨에 3번이라는 번호표가 붙어 있습니다. 또 높게 설치된 탑 위에는 통제관이 서 있는데, 통제관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번호표를 통해 학생들의 동작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끝에서부터 두 번째, 나와라!"
"왜 머리 숙여?"
심지어 머리를 숙였다며 호통을 치고 동작이 틀린 학생은 따로 적어 추가 훈련까지 시키는데요,
"차려 자세 신호를 준 다음에는 까딱하지 말아야지, 왜 움직여?"
"나오라, 이리. 동무도 나머지 훈련조에 속해. 다 적어놓으라, 중대장들"
영상을 촬영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행사 당일 선보일 1분간의 열병식을 위해 여학생들이 1년 동안 하루에 12시간씩 훈련을 받습니다. 특히 행사를 6개월 앞둔 시기부터는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되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의 다리가 굳고 심각한 관절염이나 소화기계통의 병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심지어 변기에도 앉지 못해 '서서 변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 따르면 열병식에는 실제 군인뿐 아니라 일반 주민과 학생들도 군복을 입고 나갑니다. 열병식에 참가한 모두가 군인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열병식에 모든 사람이 다 군복을 입고 있는데요, 군대뿐만 아니라 민간인, 그리고 학생들도 군복을 입고 학생부대로 나갑니다. 외부세계에서는 다 군인인 줄 아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일반 직장인, 청년동맹, 학생도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전군․전민이 경애하는 지도자를 위해 나라를 지키고, 목숨을 걸어 혁명 수뇌부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멋있게 해야 하잖아요. 열병식에 학생들도 자주 동원되는데 다리를 얼마나 올리는지에 관한 각도와 속도 등 단결하는 모습을 영상화해서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열병식 행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지도자 밑에서 일심 단결된 사회다.', '북한의 군사력은 지금도 강하다.', '나라가 매우 어렵다고 하지만 군사 강국이다.'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열병식을 이용한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이것은 매우 중요한 연출 행사이기 때문에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팀에 대학교 교원 출신의 탈북자가 있습니다. 그에게 자세히 들었는데 보통 학생의 경우 6개월 전부터 훈련을 시작한답니다. 물론 온종일 (연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 계속 한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것 때문에 공부도 못 하고 신체적인 부담도 크다고 합니다. 많은 학생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요, 이런 내막이 있습니다.
북한의 어린 학생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열병식뿐만이 아닙니다. 체제 선전과 외화벌이의 목적으로 매년 선보이는 아리랑 공연도 열악한 환경과 혹독한 훈련 등으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수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거나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몸을 부딪쳐가며 연습하는 과정 등이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인권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바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 한 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리고 체제의 우월성과 단결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해 단 1분의 열병식에 참가하고자 수개월 전부터 하루에 12시간씩 몸에 병을 얻어가며 연습하는 북한 학생들.
절도와 패기 있는 행진으로 북한 군대에 대한 공포감마저 주는 북한 열병식 뒤에 숨겨진 오늘날 북한의 진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