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동포 여러분, 오늘 말씀드릴 무죄추정 원칙이라는 말은 죄를 범한 사람이라고 인정되어 조사를 받는 피의자라고 해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죄가 없는 무고한 사람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하는 원칙이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무죄추정 원칙이란 과연 어떤 것이며 왜 북한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는 존재하는 무죄추정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이 무죄인 자와 마찬가지로 대우받아야 하며, 적법절차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이 있더라도 비례원칙에 따라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잔혹한 고문을 통해 범죄가 의심되는 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고대시기와 봉건사회의 극악한 인권탄압 행위는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일어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등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 발표되면서 처음 무죄추정 원칙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 인권선언 9조에는 “누구든지 유죄라고 선고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기 때문에 체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 경우라도 그 신병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지 않은 모든 강제조치는 법률에 의해 엄중하게 억제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7세기말 영국에서도 권리장전에 “유죄 판결이 있기 전에 그 자에게 과해질 벌금 혹은 몰수에 관해서 권리를 주거나 약속을 하는 것은 모두 위법이며 무효”라고 규정한 것은 당시 부르주아개혁을 통해 봉건사회를 타파한 유럽 국가들의 무죄추정 원칙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그 당시 무죄추정 원칙을 강조하면서 무죄추정의 범위와 효력에 관한 헌법재판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많은 판례를 통하여 무죄추정이 수정헌법 제5조 및 제14의 적법절차조항을 구체화하면서 사법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권리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한국은 해방 후 영미법 사법제도인 구속피의자와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권, 불법 인신구속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제도, 보석제도, 유치장감찰권, 손해배상청구권과 형사처벌 등 선진화된 형사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한국 현행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무죄추정 원칙의 헌법적 지위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것은 형사소송법 제275조의 2항에서 제차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1990년 4월 10일자로 가입한 UN인권규약 제14조 제2항에도 무죄추정을 피고인의 기본적 권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류역사발전에서 고문과 자백에 의존하던 국가형벌권의 행사와 규문주의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이같이 무죄추정 원칙이 생겨난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헌법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여 고문과 자백과 같은 반인권적인 방식으로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북한의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 어디를 찾아봐도 무죄추정의 원칙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9년 겨울, 북한보위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던 그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2003년부터 몰래 듣던 대북라디오 방송을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더 이상 김씨왕조 독재국가에서 살 수 없기에 탈출을 결심했던 저였습니다.
21세기 지구상에 그 어느 나라도 낡고 부패한 사회인 봉건왕조와 같이 권좌를 대대로 물려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무능한 김정일이 백두혈통을 조작해 권좌에 올라, 전 세계가 번영과 기적을 이루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북한의 경제를 여지없이 파괴하여 북한을 가장 빈곤한 거지국가로 만들었다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갓 김정일의 기쁨조 무용수에 불과했던 고영희의 아들인 김정은이 현대판 김씨왕조의 3대 후계자가 된다는 사실에 더 이상 북한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탈출을 시도하려다가 적발되어 보위부에 잡혔을 때 그들은 수사를 고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 대방에게 탈북을 방조해달라는 전화를 하다가 현장 체포되어 혜산시 보위부 3층 취조실에서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당한 고문으로 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탈북한 고향친구를 통해 들은 소식에 의하면 1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북한에서는 여전히 수사과정에 고문이 강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야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법학적 용어를 접하고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고문이 허용되지 않으며 고문을 강행한 수사관은 도리어 법적 처벌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고문과 강제자백 같은 반인륜적인 행위는 금지되고 있습니다. 오직 북한에서만 김씨왕조의 영원한 계승을 위해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자유가 침해되고 있습니다.
유엔고문협약의 정식 명칭은 [유엔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입니다. 이 협약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고문이나 강제자백 같은 그 어떤 인권유린행위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부당한 구금을 들 수 있습니다. 부당한 구금으로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무죄로 간주되는 권리를 침해당하게 되며 결국은 수사단계에서부터 죄인으로 취급되게 됩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피의자가 유죄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불구속수사를 진행하며 혹시 도주의 우려가 확실하여 구금되는 경우에도 그 동안에 무죄로 간주하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다음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입니다. 피고인이 무죄로 간주되는 권리를 침해한다면 재판 과정에서 편향성이나 편견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부당한 판결이 이뤄지거나, 정당한 방어권이 침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회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잘못된 판결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면, 사람들은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이는 사회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유죄 판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면 죄 없는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유죄로 판결하여 무고한 사람들이 형벌을 받거나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공평하고 봉건적인 잔재인 성분을 토대로 사람들을 가르고 세습과 충성경쟁을 통해 영원한 김씨왕조를 유지하려는 북한의 현실은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너무도 거리가 말다는 것은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실 거라고 봅니다.
사람을 가장 귀중히 여긴다고 하면서도,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도 더 귀히 여기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김씨왕조와 특권족속들 그리고 북한의 법관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북한 주민들이라고 하여 공포정치에 항상 눌려서 사는, 한갓 저들의 노예로만 치부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거리가 먼 고문을 일삼고 강제자백 등을 강요한다면 반드시 그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