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최근에 재일 조선신보는 북한에서 개발한 고효능 천연식물 활성제 '진심'이 평양과 지방의 많은 농장에 도입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뭄과 저온, 비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천연 유기질 비료라고 하는데 소장님도 이 제품을 알고 계십니까?
북한 대부분 농장에서 보지 못한 ‘진심’
대량생산이 먼저다
조현: 네.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진심1'이고요. 이미 작년 연말에 '진심'이란 이름으로 같은 내용이 '조선의 오늘'에서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료를 만들어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수년 전에도 식물 활성제 '727'이 나왔지만 원자재 확보를 못해서 대량생산을 못했습니다. 이번 '진심1'도 제가 아는 대부분 농장에서는 보지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현재 북한은 '진심1'이 좋다고 선전하면서 모든 단위에서 알아서 보급하라고 지시하는 분위기인데 그러면 안 되죠. 그렇지 않아도 힘든 농민들이 식물 활성제까지 신경 쓰게 하지 말고 국가가 투자하든지 아니면 외부의 투자를 유치해서라도 규모를 키워, 큰 생산 단지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거죠.
MC: 아직은 부족하다는 얘기군요. 천연식물 활성제가 작물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고 이에 대해 소장님께서 방송을 통해 적극 주장하신 적도 있습니다. 보급만 잘 되면 큰 도움이 될까요?
조현: 당연히 없는 것보단 훨씬 낫고요. 제대로만 사용하면 도움이 되겠죠. 그러나 북한엔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천연식물 활성제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유기질 비료입니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토양에 유기물질이 많아야 합니다. 북한 땅의 상태를 볼 때, 그 땅에 유기질 비료를 주어서 토양의 상태가 좋아져야만 북한이 선전하는 '진심 1'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겁니다.
MC: 고효능 천연식물 활성제 이전에 유기질 비료가 충분히 공급되어야만 한다는 거죠?
조현: 바로 그겁니다. 식물이 활성화되어 잘 자라려면 뿌리 내린 농경지에서 부식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하는데요. 이는 시비되는 유기질 비료의 질과 토양의 부식 함량이 얼마나 높은지, 이런 것과 관계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래서 현재 북한에선 '진심 1'도 중요하지만 유기질 비료를 선택하는 법과 사용하는 법을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겁니다. 농민 여러분은 노동당이 선전한다고 무조건 사용하지 말고요. 유기질 비료나 식물활성제도 불량인지 아닌지 감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농민이고 농사의 주인이죠. 사실 북한의 경우 더 그렇습니다. 주체농법이 좋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다가 지금까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주체농법에선 화학비료 1:10원칙을 강조합니다. 쌀 10kg을 얻으려면 화학비료 1kg을 줘야 한다는 건데 근거 없는 방식을 따라 무조건 독한 화학비료를 뿌렸으니 북한 땅이 모두 황폐화된 겁니다.
MC: 일단 친환경 농법이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거든요. 따라서 식물을 발효시킨 활성제가 인기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한국에서 흔히 식물성 '효소'라고 불리는 제품과 같은 거죠?
천연식물활성제 활용보다
지력 회복이 시급한 북한 땅
조현: 맞습니다. 같은 겁니다. 일단, 그 부분에 대해 설명 드리면 식물을 발효한 효소를 농업에 활용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28개국에 달하고 한국도 사용 농가 수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주로 상추, 배추 등의 채소류와 사과 등의 과수원에서 사용 중인데요. 최근엔 벼농사에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효소는 식물의 항노화작용, 또 수명을 연장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식물 발효 효소를 사용할 때 작물의 생육 촉진, 품질 향상, 내병성 강화, 수확량 증대, 저장성 향상 등 전반적으로 효과가 좋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북한에서도 천연식물 활성제를 개발한 건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경우도 농업진흥청의 이용환 박사 팀이 실험한 결과, 효소 제품을 사용한 상추가 잎의 길이는 물론 무게도 증가하는 등 수확량이 늘었고 양배추는 엽록소 함량이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또 충남대학교 장기운 교수팀도 효소가 고추 재배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한 결과 고추 무게가 늘면서 수확량도 10~16%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단 북한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MC: 어떤 부분에서 다르지요?
조현: 북한은 땅이 황폐화 되었거든요. 다른 나라는 꾸준히 땅을 관리하기 때문에 농사의 시작부터 다르다는 거죠. 연구를 진행한 한국 농업진흥청의 이용환 박사도 "친환경 유기농 자재는 유기질 비료나 퇴비 등과 함께 양분 공급과 병해충 방제에 '보조적',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당부했습니다. 땅을 바꾸는 게 먼저라는 뜻이죠.
MC: 그렇군요. 북한에는 유기질 비료가 먼저라는 소장님 말씀이 더욱 이해가 되네요. 북한에서 유기질비료를 구하기는 쉬운가요?
조현: 북한에 없지는 않지만 질 좋은 유기질 비료를 구하기는 힘들고요. 우선 비료 자체가 많이 부족하니 유기질 비료를 일부러 찾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유기질 비료는 쉽게 표현하면 질소, 인, 칼륨이 다량 함유된 비료입니다. 이런 비료는 토양에 뿌렸을 때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분해되는데 이때 생성되는 물질이 아미노산, 핵산, 부식 등 타 비료에 비해 월등합니다. 북한 비료를 아시는 분들은 항상 마대에 번호가 적힌 걸 봤을 겁니다. 예를 들어 4-2-1이라고 적혀있으면 이는 차례대로 질소, 인, 칼륨의 함유율을 적은 겁니다. 질소가 4%, 인이 2%, 칼륨이 1% 함유되었다는 뜻이죠. 동일한 비료라도 질소, 인, 칼륨이 많이 함유된 비료가 고급 유기질 비료입니다. 한국의 유기질 비료는 식물 열매를 가공하고 남은 박 종류나 쌀겨, 톱밥, 볏짚과 같은 식물성 잔재물을 이용해 제품화 하는데요. 이런 원료를 가지고 민간에서 만들어 봐도 좋겠습니다.
MC: 단일 원료로 제조한 비료보다 다양한 종류의 유기질 혼합 비료는 각각의 유기물이 갖는 장점들이 상호 보완되어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기질 비료가 가진 장점을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북한에서
좋은 비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법
조현: 현재 북한 상황에선 더더욱 필요한 게 유기질 비료입니다. 유기질 비료는 다량의 유기물과 망간, 규소, 붕소, 염소, 철 등 소량의 미량 원소도 함유하고 있어 작물에 유용할 뿐 아니라 토양의 물리성, 화학성, 미생물성 등 전반을 개량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합니다. 땅 온도의 상승 효과와 토양광물의 중화 작용을 촉진하여 양분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하고요. 유익한 길항균의 증식으로 병해의 발생을 완화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해독을 돕습니다.
MC: 노동당이 농민을 생각해서라도 좀더 규모 있고 체계적인 시설을 만들어서 많은 양의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고 원활하게 공급하면 좋겠네요. 앞서 북한에 있는 비료는 질이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농민들이 좋은 비료를 판단하는 법이 있을까요?
조현: 네. 불량 비료를 판별하는 비법은 간단합니다. 손으로 비료를 꽉 쥐었을 때 수분이 느껴지거나 악취가 심하면 불량 비료입니다. 잘 완숙된 퇴비는 아무리 계분, 돈분 같은 가축 분뇨로 만들었더라도 악취가 없습니다. 또 물과 섞었을 때 모래, 흙 등이 과하게 침전되면 불량 비료입니다.
MC: 네. 천연식물 활성제도 좋지만 북한에 더욱 필요한 것은 유기질 비료와 전국 농장에 보급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량생산이라는 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