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은 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속수무책인가?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3.12.29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은 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속수무책인가? 북한군 공군부대의 돼지 공장.
/연합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 안녕하세요.

MC: 북한이 식량 위기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축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난주에 이야기 나눴는데요. 좀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북한에서 기르는 가축은 대부분 70년대에 해외에서 들여간 품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도 개량이 시도된 적이 아예 없지는 않았죠?

조현: . 간간이 있었습니다. 돼지 같은 경우는 2014~2016년까지, 그땐 시장이 활성화 됐고 노동당도 여기 힘을 좀 실어주면서 중국에서 사료도 수입할 수 있었습니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품종도 좀 들여왔어요. 그래서 2016년엔 평안남도 순천목장과 대동강과수농장의 목장에서, 포유능력이 뛰어난렌드레이스’, 다산성의요크셔를 얻어다가 한국처럼 1년에 두 번, 2산에 성공했습니다. 그걸 활성화 시켜야 했는데 질병도 생겼고, 코로나 이후로 국경 봉쇄가 이어지다 보니 사료 수입도 어려워서, 쭉 진행해 나가지 못한 거죠.

MC: 현재는 시장도 위축 됐잖아요. 그럼 1 2산은 다시 불가능한 일이 된 겁니까?

 

북한 축산업

경직된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야

 

조현: 그렇습니다. 그때 성공한 돼지들은 2019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다 죽어서, 현재는 다시 퇴화된 평양종으로 1년에 겨우 1회 생산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북한 종축 공급체계는 큰 문제예요. 매년 협동농장 축산지도원이 자기 농장에 필요한 종축 두수를 작성해서 올려 보내면 군 단위에서 가축을 각 농장에 보내는데요. 최종 결정의 권한은 국가계획위원회가 갖고 있습니다. 제가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에 있을 때에 농장별 종축 공급량 후보 그리고 가축 보유 상태와 새끼 생산용, 상품용, 수출용 축산 사료, 기초와 기말 재고량 등을 모두 밝혀 문서를 작성해 놓았지만, 국가계획위원회는 그걸 협동농장에 필요한 만큼 보장해 주지도 않았습니다. 국가가 담당자의 마음대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배정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이 제도를 벗어나지 못하면 북한엔 답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MC: 결국은 실수요와 공급을 파악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일과 북한 축산 당국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새 품종을 들여가는 투자가 꼭 필요하겠군요.

조현: . 당연합니다. 새 품종을 들여와야 하고요. 계속 돼지의 예를 들게 되는데요. 지금은 운곡목장과 사리원축산연구소 쪽에서만 종자 돼지를 육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북부지역이나 동해, 서해, 이렇게 지역에 맞는 품종을 키워내려면 지역마다 품종연구소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없어진 평성의 자모산연구소도 다시 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노동당은 이런 노력을 해주길 바랍니다.

MC: 한국에선 요즘이베리코라는 스페인이 원산지인 돼지 품종이 인기인데요. 다른 품종보다 고가지만 맛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거든요. 한국도 이전엔 생산성이 높은 품종만 선호했는데 양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지역에 맞는 품종연구소 개설

적응 용이한 한국산 도입이 필요

 

조현: . 그렇지요. 한국은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문제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양보다는 질, 좀더 좋고 고급스러운 걸 찾는 거지요. 그래서 고유 혈통을 잘 지킨 고급 품종이 인기를 끄는 겁니다. 그래도 한국은 돼지의 품종이 아주 다양합니다. 일명 지리산 품종이라고 하는버크셔가 제일 많고요. 지방(fat)이 많이 있는 품종, 구워 먹을 때 맛은 별로 없지만 대신 햄이나 소시지 등의 가공식품용으로 쓰이는 돼지 품종도 전문적으로 키웁니다. 하지만 북한은 외부에서 품종을 들여가면 개량이 불가피합니다. 일단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요. 또 남북한은 생고기를 구워먹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유럽의 보존식 혹은 저장식 고기와는 소모하는 속도나 유통과정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엔 다른 곳에서 가져오지 말고 한국에서 품종을 얻어가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MC: 꼭 필요한 조언이네요. 그런가 하면 축산물 생산량을 높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전염병 아닙니까, 올해 북한의 가축 전염병 상황이 어땠는지요?

조현: 일단 현지 소식통에게 들은 바로는 평안남도에서만도 구제역, 돼지열병, 돼지오제스키, 브루셀라병, 결핵,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사슴만성소모성질병 등 전염병이 10 종류가 넘게 발생했다고 합니다. 소의 경우엔 1950년대부터 결핵이 끊이지 않고 발병하고 있습니다. 결핵은 인수공통 전염병이라 주민 건강에도 치명적이죠. 현지소식통은 평안남도뿐 아니라 전국 어디나 이런 병이 만연해 있다고 전해왔는데요. 모두 가축 생산 방식의 열악성, 사료 부족, 비위생적인 도축, 소독약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각 도에 동물약품공장을 건설하고는 있지만 생산 원료로 겨우 산야초나 아편 등을 이용하는 정도거든요. 약품 공장이라면 화학약품이 주를 이뤄야 합니다. 또 항생제, 아스피린, 페니실린 이런 것도 대강 만들어선 안 됩니다. 국제 기준에 맞춰서 정확하게 만들어야죠. 그런 게 아니라면 동물약품공장은 필요도 없습니다. 차라리 이전의 가축방역소에서 수의사들이 약품을 만드는 방법을 지속하는 편이 낫겠네요.  

MC: 게다가 요즘 환경이 바뀌면서 질병도 너무나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조현: 그렇습니다. 기존엔 토착병 즉 현지 토양에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병이 많았는데 지금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이 더 많아졌습니다. 사실 북한은 외부와 교류가 많은 것도 아닌데도 그러네요.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북한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온 거였죠. 그러니 외부와 교류를 끊는다고 해도 질병이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또 지구 환경이 변하면서 미생물이나 세균이 변이되어, 예측할 수 없는 병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죠. 또 이전엔 가축으로부터 사람에게 옮기는 병이 많았는데 지금은 반대로 사람이 가축에게 병을 옮깁니다. 최근 몇 년간 남북에서 죽은 고양이 중 30%가 코로나로 죽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도 비상이 걸렸어요. 북한의 축산 공장들은 주변 살림 지역과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거 반드시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요. 지금 당장은 그게 안 될 테니 꼭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질병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요. 외부인의 출입도 금지하고요. 병이 사료로 옮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대로, 위생적으로, 영양을 갖추어 만들어진 배합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MC: 그렇겠네요. 한국 같은 경우는 이런 전염병이 발생했을 시 OIE(The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국제수역사무국에 보고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데요. 북한도 여기 가입되어 있지요?

 

가축 사육 환경 개선,

OIE와의 협력이 시급하다

 

조현: . 북한도 가입이 되어있는데 전염병이 생기면 보고를 안 하는 게 문제죠.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한 것이 마지막 보고였습니다. OIE(국제수역사무국)에선 각 나라들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통보 받으면 방역대책을 수립하고 다른 나라에 정보도 알려줍니다. 여길 통해 약품이나 백신도 교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당시 이 단체에서 한반도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국제기구에서 이미 이야기를 했는데 북한이 방심하고 있다가 당한 거였어요. 이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와 교류를 단절한다면 축산업엔 희망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MC: .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어느새 1년이 다 지났습니다. 북한 농민들께 힘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던 한해였는데요. 애청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내년에도 더욱 유익한 내용으로 여러분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조현: 저도 그렇습니다.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잘 되었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혹한 겨울 용기 내서 잘 이겨내시고 건강해서 새해에는 좀 더 편안하게 농사하는 해, 농민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C: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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