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주민들에 “결혼식 낭비를 없애라”

앵커: 최근 북한이 식량, 원유 낭비를 없애기 위해 결혼식을 검소하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검소하게 한 모범 사례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최근 당국이 절약과 낭비 근절을 강조하는 가운데 결혼식 철을 맞아 결혼식을 검박(검소)하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아침 조회 때 결혼식을 사회주의 생활문화에 맞게 검박하게 할 데 대한 내용의 해설담화가 있었다”며 “결혼식 때 먹자판을 벌려 식량을 낭비하고 승용차 여러 대를 동원해 원유를 낭비하는 등의 현상이 지적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밤늦게까지 술판, 춤판을 벌여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현상, 많은 사람이 친척, 친구, 동창 등의 가족 결혼식에 참가하느라 출근하지 않는 현상도 지적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검박한 결혼식이란?

소식통은 “평양의 한 간부가 아들 결혼식을 간단하게 한 내용이 모범으로 소개되었다”며 “직위가 높아 결혼식을 요란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아랫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과 가까운 친척만 모였으며 승용차를 부르지 않고 시내 버스를 이용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실제로 결혼식 과정에 허례허식이 많다”며 “그러니 결혼식이 많은 4월을 맞아 당국이 낭비와 절약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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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간부들에게는 결혼식 낭비와 관련한 내용이 이미 포치되었다”며 “간부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라는 게 당국의 의도”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결혼식을 요란하게 하는 집을 보면 다 간부나 돈주 가족들”이라며 “최근 쌀 등 각종 물품 가격이 크게 올라 민심이 안 좋은 만큼 당국이 간부들에게 조심하라고 신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보통 결혼식에 많은 사람이 참가해야 부조(축의금)가 많이 들어오고 결혼식 과정에 신부가 옷을 두세 번 갈아 입고 승용차 소형버스 등 차를 여러 대 동원해야 결혼식을 잘 치렀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 4월 18일, 평양의 한 공원에서 신랑 신부가 분수 앞에서 웨딩 사진 촬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웨딩 촬영 2019년 4월 18일, 평양의 한 공원에서 신랑 신부가 분수 앞에서 웨딩 사진 촬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D JONES/AFP)

사진 찍으러 온 신혼 부부 일행의 자동차 숫자까지...

과거와 달리 결혼식 사진 촬영에 들러리와 친척, 친구 등 수십 명이 우르르 따라 다니는데 이들의 이동을 위해 차가 여러 대 동원되고, 신부 집에서 식을 마친 후 신랑 집으로 갈 때도 승용차는 물론, 신부가 준비한 혼례품을 실은 화물차가 동원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요즘은 당국이 말로 강조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며 “동상 주변에서 사진 찍으러 오는 신혼 부부 일행이 차를 몇 대 이용했는지 감시하고 차 번호도 몰래 적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결혼식을 요란하게 하는 게 민심에 좋지 않은 만큼 개인적으로는 당국이 결혼식을 통한 낭비를 통제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