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청소년 일상 통해 인권침해 고발…NKDB 전시 ‘오늘의 명주’

앵커: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일상화된 인권 침해를 평범한 북한 청소년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전시 ‘오늘의 명주’를 홍승욱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전시실에 들어선 관람객들을 처음 맞이하는 것은 분홍색으로 칠한 문입니다.

열리지 않는 문 위에는 북한에 살고 있는 가상의 인물 ‘명주’의 일상을 소재로 한 전시 제목 ‘오늘의 명주’(Her Day in North Korea)가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문서영 NKDB 조사분석원의 말입니다.

문서영 NKDB 조사분석원: 문이 당장이라도 열릴 것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열어보면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북한 사회도 당장 열릴 것 같지만 열리지 않고, 북한 당국이 꽉 닫고 있잖아요.

전시실에는 꽃과 곰인형으로 장식된 북한 소녀의 방이 소박하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지만 책상을 둘러싼 북한 당국의 원색적 구호와 생활총화 자료들은 보이지 않게 ‘명주’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마치 투명한 창살처럼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이들을 구속하는, 인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을 나타낸 공간입니다. 안하영 NKDB 연구원의 말입니다.

안하영 NKDB 연구원: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것을 계속 보면서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명주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당국이 이야기하는 것 이상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은 어려운 현실이라는 걸 이 방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NKDB 북한인권전시실 신규 전시 '오늘의 명주'
NKDB 북한인권전시실 신규 전시 '오늘의 명주' NKDB 북한인권전시실 신규 전시 '오늘의 명주' (RFA)

전시는 북한 청소년 ‘명주’가 먼저 탈북한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북한을 벗어나는데 성공하지만,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채 중국이라는 제3의 지역에서 구금·강제송환 등의 위협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차가운 현실을 담았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을 주제로, 문 밖에 있는 이들이 북한 주민을 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 했다는 것이 전시를 준비한 NKDB의 설명입니다.

문서영 NKDB 조사분석원: 우리가 문 틈 사이로 많은 것들을 집어놓고, 연대해서 언젠가는 열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같이 이 문을 열고자 하는 마음을 같이 보태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13일부터 상설 운영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모든 전시물에는 한국어와 영어 설명이 제공됩니다.

NKDB 전시 '오늘의 명주'는 '열리지 않는 문'을 소재로 억압 받는 북한 내 개인이 처한 현실을 나타냈다.
NKDB 전시 '오늘의 명주' NKDB 전시 '오늘의 명주'는 '열리지 않는 문'을 소재로 억압 받는 북한 내 개인이 처한 현실을 나타냈다.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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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배경학생 90%가 제3국·국내 출생...교육지원 필요”

이런 가운데 학습과 진로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배경학생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김지혜·유예림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23일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탈북민인 학생을 가리키는 ‘북한배경학생’ 교육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언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전국 초·중·고교에 모두 2천9백여 명이 재학중인 것으로 나타난 북한배경학생들은 학기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수업 이해도와 학업성취수준은 일반학생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배경학생은 가정 배경과 학습, 진로, 심리·정서 등 영역에서 일반학생과 구분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특히 제3국에서 출생한 학생들은 이주배경학생, 즉 본인이나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학생들과 비슷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다문화교육, 한국어 학급 편성, 지역사회 기반시설 공유 등 이주배경학생 정책과 연계·협력 지점을 확대해 북한배경학생에 대한 지원 체계를 더욱 통합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4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북한배경학생 교육 실태조사’와 ‘공교육 모니터링을 위한 학교 교육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북한배경학생과 일반학생, 이주배경학생을 비교해 이뤄졌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배경학생 정책이 처음 도입된 지난 2010년엔 북한에서 출생해 탈북한 뒤 한국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제3국이나 한국 내에서 출생한 학생이 전체 북한배경학생 가운데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