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축산 부산물을 이용한 출구전략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09.27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축산 부산물을 이용한 출구전략 장마당에서 각종 육류가 판매되고 있다.
/갈렙선교회 유튜브 동영상 캡쳐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안녕하세요.

 

MC: 기상 전문가들은올해 가을은 그저 스치듯 빨리 지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안 그래도 식량이 부족한데 농민들은 겨울을 대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조현: . 맞습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 풍요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제가 북한에 있던 10여 년 전에도 농민들은 봄, 여름 애써 지은 농작물을 당국에 바치고, 빚 갚고, 종자 내놓고 하면 춥고 엄혹한 겨울을 견디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니까요. 그래서 올핸 출구전략을 잘 짜면 좋겠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야 합니다.

 

MC: 겨울 식량난을 벗어날 출구전략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농민이 직접 축산물 도축, 가공한다면

겨울 견딜 목돈 마련할 수 있어

 

조현: . 저도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요. 가장 효과적인 게 바로 시장을 이용해서 목돈을 마련하는 거잖아요?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농민들은 바로 축산 부산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축산 부산물이란 가축을 도축하면서 주산물인 정육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런 축산 부산물은 소비자에겐 먹거리가 되고 생산농가에겐 소득의 일부분이 됩니다. 보통 북한 농민들이 해마다 고기 지원을 해야 하거든요. 아마 지금이 그 시기일 텐데요. 농장원 1인당 돼지고기 10kg을 꼭 바치게 돼있어요. 그게 후방총국 산하의 ‘514’라는 기관을 통해서 군대로 보내지는데 이때 보통 농민들이 고기 10kg을 생체로 바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엔 절대로 그러지 마시고요. 도축을 해서 고기로 바치고 축산 부산물을 따로 분리해서 시장에 팔면 더욱 이득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MC: 생각지도 못했던 분들에겐 유용한 조언이 되겠습니다. 축산 부산물이라는 게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부속고기를 말씀하시는 거죠? 돼지 머리, 꼬리, , 허파 그런 거 말이에요.

 

조현: 맞습니다. 정육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말합니다. 1차 도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머리와 간, 쓸개, 심장 등 내장과 혈액이 주요 부산물이 되고요. 2차로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뼈와 지방도 포함됩니다. 이게 고기는 아니지만 고기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또 고기 같은 효과를 내잖아요? 하지만 제가 북한 상황을 보니 농민들이 축산 부산물을 유통해서 돈을 버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런 생각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도, 농장도, 개인도 그냥 생기면 닥치는 대로 소비할 뿐이죠. 보통은 농민이 생체로 유통업자에게 넘기면 그들이 도축해서 부산물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데요. 하지만 농민들이 스스로 도축하고 거기에 가공하는 것까지 더하면 올해 농민들이 겨울을 날 돈을 넉넉히 벌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출구전략을 짜 보면 좋겠습니다. 보통 정육 비율이 염소 47%, 돼지 65%니까 남은 비율은 모두 축산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관련기사>

[농축산 현장] 골든타임 놓친 북한의 양돈농장

운곡목장 소고기는 고위간부용…주민들엔 머리고기 판매

 

MC: 그렇군요. 농민들이 직접 도축하고, 가공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거기에 유통까지 하려면 좀 복잡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까요?

 

조현: . 현재 북한에서 농민이 유통업자에게 돼지, 염소, 닭 같은 가축을 넘길 때 부위별로 파는 게 아니라 마리당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민들이 자체로 도축을 하고, 다양한 부위별로 구분을 해서 1차 가공, 즉 삶기 혹은 절이기 작업을 마치고 포장만 해서 시장에 내다 팔아도 농민이 돈을 벌 수 있죠. 축산 부산물 양이 엄청나거든요. 보통의 한 농장, 500세대가 포함된 농장에서 돼지 500마리가 도축 된다고 가정하면 약 1200kg 축산 부산물이 나옵니다. 도축 이후 축산 부산물을 가공하지 않고 팔면 돼지고기 1kg 가격의 50% 정도 받을 것 같고요. 가공을 해서 팔면 거의 비슷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돼지, 염소, , 토끼 이런 건 개인이 해도 되니까 가축 내장을 잘 손질해서 팔면 농민들에겐 훌륭한 부수입이 되지요. 좀 번거롭고 도축 과정이 시끄럽겠지만 한번 해보시고요. 순대(창자)나 족발은 워낙 인기가 좋아서 돼지고기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MC: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다만 농민들이 직접 하는 게 위생 문제도 있고, 까다롭진 않을까요?

 

조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닭, 토끼 이런 건 개인적으로 해도 되고요. 돼지, 염소, 개도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지만 도축할 때 챙겨야 할 위생 문제들이 있으니, 가급적이면 혼자 보다는 마을 단위로 도축장을 만들어서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각 작업반마다 탈곡장이 있고요. 탈곡장 옆엔 대부분 작업반 선전실로 사용하는 단층 건물이 있습니다. 보통 이 건물이 꽤 큰데요. 하지만 겨울엔 춥고 불도 때지 않아서 그 건물 전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거기서 방 한 칸만 사용하면 됩니다. 깨끗한 물탱크 하나 가져다 놓고 도축하면 공간은 충분합니다. 도축장은 무엇보다 위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축산 부산물 자체는 안전하지만 세척 과정이 비위생적이라 지금 북한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든요. 최근 평안남도에서 돼지와 닭 부산물 요리를 먹고 많은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린 사건도 발생했는데요. 보통 북한의 시장과 식당에서 판매되는 돼지 간, 비장, 위는 여름에 대장균 검출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원인은 축산 부산물을 씻는 물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어요. 보통 수돗물, 우물, 개울물을 이용하는데 소독이 안 된 물인 거죠. 그러니 농민들이 직접 도축장을 만든다면 꼭 끓인 물이나 소독한 물을 이용해서 씻어주십시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북한에서도 다른 건 다 익혀 먹는데 돼지 간은 그냥 씻어서 소금 찍어 먹고 그러거든요. 현재 북한 상황에선 위험이 큽니다. 꼭 익혀서, 안전하게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MC: 남한에도 부속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거리에서 부속고기 전문식당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서양에선 이런 걸 잘 안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천정부지로 오르는 돼지고기 값

북한도 한국처럼 축산 부산물 수입해야

 

조현: . 맞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이 축산 부산물 잘 안 먹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수입하면 아주 싼 값에 들여올 수가 있어요. 보통 고기 가격의 절반 이하일 겁니다. 그래서 한국도 축산 부산물을 수입하거든요. 자료를 보니 작년에 돼지 머리는 5개 나라에서 수입해 왔고요. 돼지 위의 68%는 칠레로부터 수입했고, 돼지의 장은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 12개 나라에서, 돼지 족발은 스페인, 독일, 칠레 순으로 17개 나라에서 수입했습니다. 북한도 이렇게 외국에서 축산 부산물을 수입하면 주민들이 시장에서 싼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돼지고기는 1kg당 북한돈으로 3만원이나 됩니다. 2019년엔 돼지고기 1kg 1만원 정도였고 올해 4월만 해도 잘 구하면 1 5~6천원에 구할 수도 있었는데요.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돈이 없는 일반 주민들은 고기 먹는 게 하늘의 별 따기 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비싼 고기 수입하기 어렵다면 이런 것을 들여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요. 농민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MC: .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