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을 놓지않는 도시락업체대표 이정옥 씨 (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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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배달원이 포장된 도시락을 받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이 포장된 도시락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요즘 폐업한 가게 물품을 취급하는 중고업체나 점포 철거업체가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해요. 이분들 입장에선 일거리가 늘었지만 누군가 또 문을 닫았다는 거니까 바빠져도 마냥 좋아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문 닫는 상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탈북민들 중에도 상점을 운영하는 분들이 꽤 많죠?

 

마순희: 네, 맞아요. 성공시대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만 보더라도 식당 사장님, 옷 수선집, 꽃집 사장이나 자동차임대업체 사장님, 복지시설의 대표님들까지, 자신의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은데요. 성공하신 분들도 많지만 남의 밑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때가 가장 걱정이 없었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만큼 사업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낸 또 한 사람,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데요. 모든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음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정착 10년차 된 이정옥 씨입니다.

 

김인선: 정옥 씨가 음식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분이라고 하니까 걱정이 앞서네요. 요즘은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다른 사람과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삼삼오오 어울리던 식사자리에는 칸막이가 자리 잡았고 밥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건 민폐가 됐으니까요. 소규모로 먹거나 혼자 먹는 것으로 식사 풍경이 많이 달라지면서 음식점 운영하는 분들이 경영난을 많이 호소하고 있는데 정옥 씨는 어떤가요?

 

마순희: 네. 식당을 운영하는 정옥 씨 역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 식당 운영도 하지만 도시락 배달도 겸하고 있었기에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경우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며칠 전에도 정옥 씨와 통화를 했는데요. 항상 그러하듯이 활기 넘치는 대표님의 목소리에서 ‘여전히 잘 이겨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김인선: 최근 소비자들이 배달이나 포장이 가능한 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뒤늦게 배달용품을 준비하는 곳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정옥 씨의 경우엔 도시락 배달을 이미 하고 있었으니까 일반 식당보다는 앞서 간 셈이네요.

 

마순희: 네, 정옥 씨의 경우엔 식당운영을 하면서 도시락으로 배달음식을 함께 해 나갔던 터라 요즘 소비 형태에 빨리 적응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식당과 도시락배달까지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옥 씨가 북한에서부터 식당영업을 해왔던 전문가였기에 가능했던 일 같더라고요. 정옥 씨 역시 처음 한국에 와서는 정착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북한에서부터 해왔던 식당 영업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자면 자금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정옥 씨는 1년 반 정도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했었다고 해요. 그 기간 동안 돈도 모았지만 그보다 앞으로 자신의 식당을 하기 위한 더 큰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보통 음식 장사 하려는 분들은 가게를 내기 전에 전국 맛집을 둘러보면서 시장조사도 하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듣고 요리 개발에 매진하느라 바쁘던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준비들을 하셨던 건가요?

 

마순희: 정옥 씨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맛을 찾고 연구를 했더라고요. 회사를 다니면 매일 점심을 먹어야 하잖아요?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대부분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것처럼 정옥 씨도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고 야간 근무를 할 때에는 배달음식도 시켜 먹어야 했는데요. 바로 그 시간을 활용한 겁니다. 여러 식당들을 다니면서 음식 맛이나 서비스 형태를 분석하고 함께 식사했던 동료들의 평가까지 들으면서 회사에 다니는 동안 음식에 대해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가게를 낼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고 필요한 정보도 어느 정도 알아냈다고 판단한 정옥 씨는 회사를 그만 두고 자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식당을 차렸는데요. 규모는 자그마했지만 정옥 씨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점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규모보다 어떤 음식을 주력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옥 씨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 지 궁금한데요?

 

마순희: 네. 이정옥 씨는 북한에서 요리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탈북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분이라 자신의 전문 분야인 북한음식으로 결정했습니다. 주력으로 내세운 음식은 찹쌀순대였는데요.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합니다. 음식 만드는 일과 장사의 경험이 쌓이면서 북한음식연구원을 만들게 되고 북한음식 도시락제조업체를 설립하는 일까지 병행하게 됐는데요. 여기에 한식조리사기능사 자격증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남한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를 개발하는 일까지 했다고 합니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자연산 음식을 ‘웰빙’이라고 말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면서 자연의 맛을 찾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서 북한음식연구원에, 북한음식 도시락제조업체까지 할 정도면 정옥 씨 음식솜씨가 대단하다는 얘기인데요. 손님들 반응이 얼마나 좋았던 건가요?

 

마순희: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올 만큼 반응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정옥 씨가 처음 순대를 만들 때 왜 한국에서는 찹쌀 대신 당면을 넣을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종류별로 순대를 만들어서 식당 사장들에게 납품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북한식으로 찹쌀을 넣었지만 남한식으로 조미료를 넣지 않고 만든 순대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하는데요. 정옥 씨는 찹쌀순대의 시장 반응보다 남북의 맛을 하나로 통일해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정옥 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특색에 맞는 음식을 배달까지 했는데요. 이런 노력들은 빛을 발했습니다. 정옥 씨의 도시락을 맛본 사람들은 새로운 맛, 건강한 맛이라고 좋아했고 정부기관, 사회단체, 동아리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에서 정옥 씨네 음식점에서 만든 도시락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업이 점차 확장되면서 정옥 씨는 같은 탈북민을 직원으로 고용해 탈북민들의 고용창출에도 많은 기여를 했는데요. 배달 음식 주문이 많을 때에는 주변의 탈북민 어르신들에게도 부업의 기회를 드린다고 합니다.

 

김인선: 맞아요.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할 테니까요. 행사장이나 단체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량이 엄청날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일까요?

 

마순희: 네. 큰 단체에서는 한 번에 도시락 4~5천개의 주문을 받기도 한다더라고요. 지난해의 경우 정부기관 중 한 곳에서 6천개의 도시락을 주문해서 부업하는 사람만 30명이 동원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문받은 도시락 수량만 보더라도 음식 맛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되는데요. 정옥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북한음식도 있지만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도 많기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는 잘 먹지 않는 재료인 닭껍질로 만든 닭껍질삼색쌈과 메추리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메추리씨앗튀김이 특히 인기라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정옥 씨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 지역의 특색에 맞는 요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쉴 줄 모르는 음식 전문가랍니다.

 

김인선: 2-3년 내 안정된 직장을 찾았다고 해도 빨리 정착했다고 표현을 하는데 이정옥 씨는 1년 반 만에 사장님이 되셨어요. 정착이 정말 빠른데요.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정착할 수 있었던 정옥 씨만의 비법이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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