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청소년의 범죄를 다룬 드라마, <소년심판>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드라마는 미성년자들의 범죄 실태를 파헤치고 소년법의 허점을 꼬집는데요. 오늘은 드라마에서 다룬 청소년보호법, 소년 보호 재판과 실제 한국의 소년법의 현주소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드라마 1회에 등장하는 언론과의 인터뷰 장면에서 심은석 판사가 직접 소년법과 소년 보호 재판에 관해 설명하는데요.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대한민국 판사 정원 3,300 여 명 중 전국 소년부 판사의 숫자는 약 20 여 명 . 이 20 여 명의 판사들은 매년 3 만 명 이상의 소년범들을 만납니다 . 소년 보호 재판엔 보조인은 출석해도 검사는 출석하지 않고 소년부 판사가 아이들을 직접 심문하면서 보호처분을 결정합니다 . 그리고 그제야 소년부 판사의 업무는 시작이죠 . 처분된 환경 속에서 소년범이 적응은 잘하는지 , 도망치거나 이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지 담당 판사의 꾸준한 관리 ∙ 감독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
[ 기자 ] 심은석 판사가 설명한 것처럼 드라마상에서는 판사가 직접 아이들을 심문하고 현장을 조사하기까지 하는데요. 실제 소년 보호 재판과는 얼마나 유사한가요?
[ 김헌식 ] 판사가 직접 아이들을 심문하고 현장 조사하는 건 실제와 다를 수 있고요. 그런데 유사한 점은 "한 아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이다", "이름 한 번 부르고 죄목을 확인한 후 앞으로 그러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끝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나근희 판사의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나는데요. 나 판사는 "소년 법정은 속도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하거든요.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단순히 성의 없이 판결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하나는 현실적으로 법관이 부족하다는 점을 뜻합니다. 이는 앞서 심은석 판사가 언급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년범들을 예방 차원에서 판결해서 사회로 나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실제와 같습니다. 다만 기존 가정법원의 소년부를 소년형사합의부로 이름을 고치고 실제로는 판사 혼자 단독 재판하는 것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한 명의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 판사가 소년 보호 사건과 소년 형사 사건을 모두 담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 기자 ] 현실과 크게 다른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김헌식 ] 다른 점 중 하나는 판사의 역할인데요. 판사가 마치 조선시대의 사또인 것처럼 수사와 재판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것은 실제와 같지 않습니다. 가상의 설정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소년부에는 조사관이라는 직업군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조사관을 없앴는데요. 원래 조사관은 판사의 명령에 따라서 사건에 의문이 있을 때 조사도 나가고, 가해자·피해자와 면담하고, 이른바 판사의 발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극적 재미를 위해서 판사가 직접 움직이고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런 점이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실제로는 필요하다면 경찰에 긴급동행영장을 발부하고, 경찰이 판사 대신 소년을 찾아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길 수 있도록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에서 푸름 청소년 회복센터와 관련된 일화가 등장하는데요.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청소년 회복센터는 어떤 곳이죠?
[ 김헌식 ] '청소년 회복센터'는 사법부의 공식 용어는 아니고요. 실제 소년부 판사로 일했던 천종호 판사가 만든 말입니다. 청소년 회복센터를 설명하려면, '보호처분'을 알아야 하는데요. 보호처분이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서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6개월간 감호를 위탁하는 1호부터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장기 소년원 송치인 10호까지 할 수 있는 처분을 말합니다. 청소년 회복센터는 1호 처분을 받은 즉, 청소년 보호 중 부모가 보살피기 어렵거나 다시 돌아갈 가정이 없는 이들을 법원에서 위탁받아서 보호·양육하는 대안 가정입니다. 그러니까 일반 가정집에서 위탁받아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안전한 보호 환경을 제공해서 학교에 다닌다든지 학력을 취득하거나 기술 습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을 바로 청소년 회복센터라고 이야기합니다.
[ 기자 ] 드라마상에서 푸름 청소년 회복센터에 머무르던 보호 대상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며 밥그릇을 깨는 등 계속해서 말썽을 피우는데요. 센터장 오선자 씨의 딸로 함께 봉사하던 김아름은 결국 이를 참다못해 아이들을 센터 바깥으로 내쫓습니다. 그러자 소년형사합의부에도 비상이 걸립니다.
[ 강원중 / 소년형사합의부 부장판사 ] 무슨 소리야 그게 ? 소년이 전부 사라졌다니
[ 차태주 / 소년형사합의부 좌배석 판사 ] 정확히 일곱 명 중 한 명은 인근 파출소에서 찾았고…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센터도 저희도 보호 관찰소와 협조해서 어떻게든 찾겠습니다 .
[ 기자 ] 아이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갈 곳을 잃습니다. 이탈한 아이 중 한 명인 오연지가 센터에 몰래 전화해 상황을 알리는데요.
[ 오연지 / 푸름청소년회복센터 ] 그래서 전화했어 . 나 좀 도와줘라 .
[ 김아름 / 센터장의 딸 ] 애들하고 같이 서울까지 갔는데 오늘 저녁 6 시에 애들이 강제로 시켜서 조건 하기로 했대요 . 자기가 첫 타자라고 좀 도와 달라고 .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장소는
[ 김아름 / 센터장의 딸 ] 정확한 위치는 몰라요 . 그냥 서울역 근처 모텔이라던데 .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보통 보호관찰 중인 소년이 가출을 하면 담당 판사도 비상이죠 . 왜 그런 줄 알아 ?
[ 김아름 / 센터장의 딸 ] 그야 가출을 하면…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 큰돈 벌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 그게 제일 쉬우니까 . 이게 네가 내쫓은 대한민국 가출 소년의 현주소야 .
[ 기자 ] 그런데 실제로도 국가 격리시설뿐 아니라 회복센터에서도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의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고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시설 관리자에 따르면 4, 5화에 나왔던 청소년 회복센터 일화들은 실제로 많이 벌어지는 흔한 사건이라는 겁니다. 남자아이들은 배달,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성매매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좋은 청소년 회복센터의 환경을 제공하더라도 아이들의 사회성이 떨어지면서 심리적인 문제를 안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성품 교정과 환경 개선을 같이 병행해야 하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년 범죄의 가장 큰 원인이 꿈을 잃은 것이라는 겁니다. 아이들이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이탈해서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소년심판'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소년심판 OST)
[ 기자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소년범들의 현실뿐 아니라 관련 소년법에 대해서도 조명하는데요. 소년법이 만들어진 이유와 그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소년법은 '범죄 자체는 성인과 다를 바가 없더라도 청소년이기 때문에 성인과 똑같이 처벌하게 되면 청소년들의 미래가 굉장히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 교정의 가능성을 생각해서 환경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 처분을 통해 건전한 육성을 목적으로 하겠다'면서 1958년 7월 24일에 제정됐습니다. 19세 미만의 사람을 소년으로 규정했는데요. 소년범은 연령에 따라서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촉법소년(만 14세 이상~14세 미만),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래서 만 10세 미만의 범법 소년의 경우에는 법적 처벌을 내리지 않는 보호 처분을 하죠. 일종의 예방 효과를 위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소년범들이 죄를 뉘우치고 올바른 성인으로 자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소년법이 애초에 생긴 취지입니다.
[ 기자 ] 드라마에서는 소년법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드라마에 등장하는 법관에 따라서 '보호 처분을 통해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라면서 소년범을 부드럽게 대하는데요. 심은석 판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심 판사는 "소년은 결코 혼자라 자라지 않습니다. 오늘 처분은 소년에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끼셔야 할 겁니다"라고 하는데요. 결국 소년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부모나 사회 등 사회적인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에서 봤을 때, 드라마는 소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사회나 공동체의 책임과 관심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 기자 ] 그럼 소년법은 청소년보호법과는 어떻게 다른 거죠?
[ 김헌식 ] 소년법에서 대상으로 삼는 소년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고요. 오히려 청소년보호법에서는 일반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법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유통되는 것,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을 규제합니다. 즉,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제정한 법률입니다. 흡연이라든지 유흥주점과 같은 위험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소년법이 미성년자인 청소년의 범죄 행위를 규제하는 것과는 다른, 보호 예방 차원의 법이 바로 청소년 보호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기자 ] 소년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소년범들이 사회에 다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화시키는 것인데요. 실제 소년범들의 재범률은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5년간 범죄 소년의 수는 약간 줄었지만, 3명 중 1명은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해 한 30%대의 재범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재범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2017년에서 2021년 재범 소년 가운데 50%가량은 3번 이상 범죄를 저질렀고, 6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 비율도 같은 기간 24~ 29% 정도 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년범들을 "무조건 관용하는 것이 재범과 범죄 행위 자체가 줄어드는 길이 아닐 수 있다"는 심은석 판사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소년심판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소년법에 대 짚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