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소년의 범죄를 다룬 드라마 <소년심판>을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오늘은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김헌식 교수님, 안녕하세요. 드라마 소년심판은 미성년자들의 범죄 실태를 파헤치고 소년법의 허점을 꼬집었는데요. 그런데 실제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한국 소년법에도 개정 움직임이 있었다고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즉, 적용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고 학교폭력 성폭력 등 중범죄에 대한 촉법소년 적용 예외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실제 21대 국회(2020년 5월 30~2024년 5월 29일)에서도 여러 법안이 발의가 됐습니다. 16건의 소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가 됐는데요. 만 14세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도록 한 것이 4개를 차지했고, 또 소년법의 상한 연령을 낮추거나, 강력범죄의 경우 형량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 어른처럼 필요시에는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하게 하는 처벌을 강화하는 그런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 기자 ] 그럼 법무부에서도 '소년범죄 종합대책'도 내놓았는데 그에 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 김헌식 ] 형사상 미성년자의 연령을 종전에는 14살이었는데 13살로 낮추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소년보호심사원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 소년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책을 확충 ▲우범 소년에 대한 장기 보호 관찰부터 소년원 송치 처분까지 과중한 처분 폐지 ▲피해자에 대한 통지 제도 개선 및 피해자의 참석권 보장 ▲보호 처분을 준수하는 경우 형사재판부로 돌려보내는 조건부 소년보호송치 제도 등을 규정했었는데요. 그렇지만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3살로 낮추는 것은 "13세에게 일종의 사회적 실패를 책임 전가한다", "전과자를 양산한다", 또 "일찍부터 낙인 효과를 내게 돼서 너무 많은 소년들이 고통을 당할 수 있고 미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응이 있는 상황이었고요. 다만 "피해자의 참석권의 보장은 획기적이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 기자 ] 그런데 또 드라마상에서 재밌는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실제 한국 수능의 인기 강사 정승제 씨가 특별 출연한 건데요. 명문고의 시험 답안지 유출 사건이 있었던 6화에서 정승제 씨는 버스 광고에도 나올 만큼 인기 강사지만, 재력가 집안의 아이 석현이에게 개인 강의를 해주기도 합니다.
[ 정승제 / 인기 수학 강사 ] 무조건 수능에 출제된다고 봐야 되는 거니까 왜 그렇게 되는지 미분 가능성의 정의를 통해서 대답할 수 있는 석현이가 돼야 한다 정말 중요해요 .
[ 기자 ] 보통 이렇게 잠깐 깜짝 출연으로 나오는 배우를 카메오라고 부르는데, 이 장면에서 정승제 씨의 역할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카메오는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원래 주요 배역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 출연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정 출연이라고도 하는데요. 주로 친한 배우가 출연하거나 유명한 배우임에도 단역 배우 수준으로 짧게 출연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학 강사 정승제 강사가 답안지를 유출한 상위권 학생 모임의 회원인 석현이가 열심히 공부하는 장면에 잠깐 나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가운데 시청하고 있는 인터넷 강의가 바로 수학 인터넷 강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석현이가 타고 가는 차 옆으로 정승제 강사의 수학 강좌 광고가 달린 버스가 스쳐 지나가면서 정승제 강사의 얼굴이 눈길을 끕니다. 정승제 강사는 누적 수강생만 850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최고의 수학 스타강사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등장시킨 이유는 한국 입시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서 정승제 강사의 모습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실재감, 현실감을 더 생생하게 주려고 했던 연출이라고 보겠습니다.
[ 기자 ] 한편, 드라마에서 심은석을 포함한 네 명의 소년형사합의부 판사가 등장하는데요. 가장 먼저 부장판사로 나왔던 강원중 판사, 좌배석 차태주 판사, 우배석 심은석 판사 그리고 법원을 떠난 강원중 판사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나근희 판사가 나오는데요. 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헌식 ] 심은석 판사는 김혜수 씨가 맡았죠.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고 올해로 연기를 한 지 37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신라의 달밤>, <타짜>, <도둑들> 같은 인기작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사회적인 규제와 의식을 다루는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부도의 날>과 같은 작품들이 있었고요.
차태주 판사는 김무열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 <드라마 시티>를 통해서 데뷔했고 <별순검 시즌 1>, <일지매>를 통해서 인지도를 높였고요. 최근에는 영화 <대외비>에서 김필도 역할을 하고 또 <정직한 후보> 1편, 2편에 출연한 데다가 최근작인 <발레리노>에 출연하는가 하면 <범죄도시 4>에서는 악역까지 해서 앞으로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부장판사로 나왔던 강원중 판사는 이성민 씨가 맡았습니다. 최근에 이제 2022년 작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을 맡아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고 할 정도로 호평을 이끌어냈고, 또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박정희 한국 전 대통령의 특징을 잘 살린 연기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무엇보다도 2014년에 방영됐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오상식 과장으로 훌륭한 호연을 보여주면서 찬사를 이끌어냈고 이때부터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근희 판사는 이정은 씨가 맡았습니다. 이정은 씨는 <미스터 션샤인>의 유모 함안댁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또 최고 대표작은 <기생충>의 국문광, 그러니까 부잣집에서 여성 집사 역할로 나오는데 이 작품 이후로 그야말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억척스럽지만 마음속에 첫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은희 역을 맡아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이정은 배우가 바로 나근희 판사 역할을 했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소년심판'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소년심판 OST)
[ 기자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드라마의 극본을 쓴 김민석 작가가 한국 최고 권위의 종합 예술상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극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까지 극본상을 수상한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죠?
[ 김헌식 ] 사극으로는 <추노>, <뿌리 깊은 나무>가 있었고요. 추리물로는 <시그널>과 <비밀의 숲> 같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또 인간애 가득한 작품으로는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그리고 <동백꽃 무렵>이라는 작품이 있었고요. 또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이 TV부문 극본상을 수상했고요. 말씀드린 작품들은 시청률도,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작품들이었습니다.
[ 기자 ] 소년심판 극본의 어떤 점이 가장 훌륭했다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일단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건들이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고요. 그런 가운데 현재 사회적으로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촉법소년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실제 사건과 허구적인 이야기를 잘 버무려 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여점이자 공헌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에서 각 일화를 엮어서 흥미를 잡았고요. 특히 소년 범죄 과정이 아닌 범죄 이후에 대해서 주목했고, 범죄 이면에 있는 가족∙사회∙나라의 문제를 다루는가 하면,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시청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무엇보다도 사전 취재∙조사를 정말 치밀하게 꼼꼼하게 했다는 점도 크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그럼 실제 드라마의 국내외 인기는 어땠나요?
[ 김헌식 ]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었고 무엇보다도 해외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2022년 2월 넷째 주에 공개됐는데 3일 만에 비영어권 부문 세계 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3월 4일 기준으로 중동, 이슬람 지역에서도 4위에서 6위 정도의 순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3월 첫째 주에는 넷플릭스 공식 기록에 따르면 비영어권 전 세계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요. 그다음 주에도 1위를 했고요. 한국 법정물이 전 세계에서 1위를 하는 유일한 사례가 돼서 눈길을 많이 끌었습니다. 역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공식 차트에서 1위 한 드라마를 <오징어 게임>, <지옥>, <고요의 바다>, <지금 우리 학교는> 뿐이었는데 소년 심판이 다섯 번째 작품이 됐고요. 특히 소년 심판은 비영어권 공식 차트 1위를 달성한 작품 가운데 유튜브 미국 공식 계정에서 홍보조차 아예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서양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소년법의 규정과 처벌이 강력해서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기자 ] 마지막으로 드라마 소년심판의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 말씀해 주시죠.
[ 김헌식 ] 촉법소년이 무엇인지와 소년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청소년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법을 통해서, 인간적 유대를 통해서, 사회 구조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런 점에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인공이 주로 판사나 법정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년들의 심리라든지 관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요즘에는 감정적으로 촉법소년에 대한 분노와 원성이 많은 상황인데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이 드라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소년심판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