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천국의 계단, 해피엔딩이었다면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3.12.19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천국의 계단, 해피엔딩이었다면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한 장면.
/ 드라마 캡쳐

[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한국 방송 채널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알아보겠습니다. 2003년 12월부터 2004년까지 2월까지 총 20부작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권상우, 최지우, 신현준, 김태희 주연의 가슴 아픈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 모셨는데요. 우선 드라마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김헌식] 전체 평균 시청률은 33.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인 20회에서는 무려 42.4%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총 20회 분량인데 세 차례 시청률 40%를 돌파했습니다. 특히 방송 3주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요. 최고 50% 시청률을 기록했던 대장금도 처음 3주 동안에는 20%밖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돈 5천만 엔,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한 5억 2천만 원에 일본에 수출됐습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판매 계약 전까지 드라마의 일본 수출 사상 최고 액수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지 같은 경우에는 “천국의 계단은 단시간 내 성공을 이뤄냈다”며 굉장히 호평했고요. 천국의 계단은 아르헨티나에서 오후 3시에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 상위 5위 안에 기록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기자] 드라마 수상 내역은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2003년 연기대상 10대 스타상에서 드라마스페셜 부문 여자 연기상에 최지우 배우가 받았고요. 연기대상 10대 스타상 네티즌 최고 인기상은 권상우 배우가 받았습니다. 또 연기대상 뉴스타상은 김태희 배우, 연기대상 아역상은 박신혜 배우가 받아서 대부분 연기상을 휩쓸었고요. 특히 천국의 계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도 방영이 됐고, 러시아에서는 천국의 계단이 현지 리메이크돼서 러시아 배우인 미카엘 아랴만과 베라 쥐트니스카야가 한국판 권상우와 최지우 역을 맡아서 크게 화제 됐었습니다.

 

[기자] ‘천국의 계단’은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지만 놀이공원 벽화 등 드라마 곳곳에서 등장하는데요. 드라마 제목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김헌식] (천국의 계단은)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한태화(신현준)가 그린 그림의 제목이죠. 놀이공원 즉, 테마공원 안에 차송주(권상우)가 한태화에게 벽화를 부탁하는데, 세상을 떠난 것으로 생각되는 한정서(최지우)를 위해서 이상적인 천국도를 그리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러시아 매체에서는 “드라마 명칭이 영국의 밴드인 레드 제플린의 유명한 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 (Stairway to Heaven)>에서 따왔다”고 했지만, 드라마에서 천국은 ‘순백의 피아노 건반이 있는 눈 덮인 놀이공원’ 같은 순결한 세상을 가리킨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제작 기획 의도를 보면 “천국의 계단은 금지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네 남녀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랑을 완성하는 공간”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제작진은 “있었으면 좋겠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둔 자신만의 천국에서 위로받으면서 진정한 향기를 음미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는데 즉, 우리 안에 있는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랑의 천국이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와 연관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드라마가 천국의 계단과는 전혀 거리가 먼 비극으로 끝나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천국의 계단이라는 이름도 인상적이어서 많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자] 권상우가 연기했던 차송주는 놀이공원과 리조트 등을 소유한 재벌 집 아들 역이었기 때문에 드라마의 배경으로 놀이공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 놀이공원은 실제 한국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였죠?

 

[김헌식] 그렇습니다. 원래 롯데월드는 많은 청춘 남녀가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특히 겨울에 스케이트 타러 가기도 하고 거리 공연도 하는데요. 극 중 한태화가 평생 지켜주고 싶은 여동생 한정서가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장면 이후에 롯데월드 회전목마는 로맨틱 성지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슬픔도, 헤어짐도, 아픔도 없는 세상인 천국’을 재현했다는 ‘천국의 벽화’는 연인들에게 포토존 즉, 사진을 찍는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불가능한 사랑도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바뀐다”는 드라마 대사 때문인지 벽화 앞에서 프러포즈 즉, 사랑 고백을 하거나 결혼하자고 고백하는 연인들도 간혹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제주도나 강원도에 사는 연인들이 벽화 앞에서 언약식을 하려고 계획 중인데 방문하는 날까지 벽화 세트가 유지되는지 문의하는 전화도 있었다고 합니다. 롯데월드 측에서는 세트장을 유지하고 다양한 연인 대상 이벤트를 개최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또 하나가 바로 드라마로 명소가 된 얼음지치기라고 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였습니다. 드라마의 부메랑 장면과 불 꺼진 링크에서 두 연인이 신발만 신고 밀치고, 넘어지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이 방영이 된 이후에 야간 시간대에 색다른 즐거움을 찾으려는 데이트족들로 불야성을 이뤘습니다. 아무래도 야간에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왔는데, 실제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겠죠. 왜냐하면 드라마에서는 (영업시간이) 다 끝나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현실과 달랐습니다.

 

[기자] 그런데 천국의 계단 촬영지였던 롯데월드를 방문하기 위해 몰린 관광객들로 놀이공원 측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는데 어떤 일이 있던 거죠?

 

[김헌식] 그렇습니다. 보통 때보다 야간 입장객 수가 20% 이상 증가하면서 극 중 주인공들의 장면들을 재현하려는 사람들이 쇄도했다는 건데요. 회전목마도 당연했습니다. 예전에 회전목마는 어린아이들과 부모님들만 즐겨 찾던 시시하고 구식인 놀이기구였습니다만 저마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들려고 연인들이 완전히 점령했었습니다. 여자 친구를 목마에 태워놓고 극 중 차송주처럼 회전하는 목마를 따라 뛰면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닭살이 돋는 장면도 있었고요. 주인공들이 탔던 7번과 8번 목마를 타기 위해서 쟁탈전도 벌이는 일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퇴장 시간인 오후 10시 30분 이후에도 담을 몰래 넘어와서 ‘나 잡아봐라’ 같은 극 중 장면을 연출하는 연인들이 너무 많아서 현장 관리 직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서 업체 측은 폐장 후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링크를 통째로 빌려주는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기자]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던 가운데 또 드라마의 배경음악도 화제가 됐었는데요. 그중 가수 김범수 씨가 부른 ‘보고싶다’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노래로 김범수 씨도 대중에 이름을 널리 알렸죠.

 

[김헌식] 그렇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원래 있던 곡을 드라마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아예 드라마와 함께 만들어진 창작곡을 넣었는데요. ‘보고싶다’는 김범수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원래 1년 전에 발매됐는데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음반이 하루 1천 장 이상씩 팔리고 심지어는 갑자기 앨범 순위에 등장하고 심지어는 각종 차트에 20위권 안에 진입한 상황이었습니다. 활동 기간이 지난 음반이 차트에 재진입하는 것은 가끔 있지만 이렇게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은 드물었습니다. 특히 배경 삽입곡으로 써달라고 부탁도 안 했는데 제작진이 알아서 곡을 사용했고요. 게다가 삽입곡이 일반적으로 곡의 일부만을 틀어주는데, 천국의 계단에서는 3분이 넘는 노래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시때때로 나오게 되면서 제대로 홍보가 됐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곡 내용이 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과 잘 어울려서 자주 나와도 시청자들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 네, 그럼 김범수 씨가 부른 천국의 계단 배경음악 ‘보고싶다’ 함께 듣고 오겠습니다.

 

 

(천국의 계단 OST)

 

 

[기자]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란 드라마를 촬영 뒷이야기를 뜻하는데요. 천국의 계단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김헌식] 앞서 김범수의 ‘보고싶다’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최경식 음악감독은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왜 선택했느냐?”라는 질문에 “이 곡보다 더 애절한 가사를 쓸 수가 없어서”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들이 뛰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요. 권상우 씨는 운동을 했기 때문에 계주 대표를 할 정도로 달리기가 유독 빠릅니다. 특히 버스에 탄 한정서를 붙잡기 위해서 달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권상우 씨가 “잠실에서 구두를 신고 그 신발이 해질 때까지 뛴 것 같다”, “5시간이나 뛸 정도였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촬영 당시 봉고차에 카메라를 매달고 뛰었는데 봉고차 따라잡을 정도로 빨리 뛰었다”, “감독님이 자기가 아는 배우 중에 제일 빨리 뛰는 것 같다고 얘기하니까 지치지 않고 했다”고 합니다. 권상우 씨가 달리기를 잘하니까 지하철 장면 그러니까 정서를 잡기 위해서 개찰구를 뛰어넘는 장면이 있는데요.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서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없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넣어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권상우 씨가 “케이블 방송에서 천국의 계단을 방영하면 아직까지도 보다가 운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현준 씨도 한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때 드라마 세트장에서 최지우 배우 대기실이 바로 옆이었는데 복도에서 서로 마주치기만 해도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신현준 씨도 울고 최지우 씨도 울어서 감독님께 얘기해서 분장실을 바꿔 달라고 했다”, “마주치면 울기 때문이었다”는 것이고요. 또 김태희 씨는 당시 신인이었는데 신현준 씨가 때리는 장면이 많았다고 합니다. 김태희 씨가 극 중에서 얄미운 짓을 많이 해서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세게 때리라고 해서 진짜 세게 때려서 너무 미안했다”, “초자 신인인데 심하게 때려서 너무 미안했다”고 했고요. 또 신현준 씨의 아역 역할을 했던 이완 씨 같은 경우 김태희 씨가 동생을 데리고 와서 따로 오디션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 말씀해 주시죠.

 

[김헌식] 금지된 사랑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는 사랑을 완성하려고 했던 애절한 삶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저런 열정적인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러시아의 드라마 프로듀서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드라마다”라고 했는데 이런 점을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동의하지 않는 것은 여주인공의 결말인데요. 시청 소감에 많은 분들이 “한정서를 죽이면 안 봅니다”, “정서를 죽이지 마세요” 언급했는데 저도 이 부분은 동감합니다.

 

[기자] 극 중에서 최지우 씨가 죽지 않고 아름다운 결말을 맞았으면 시청자들이 보기에 편하고 행복했을 터라는 아쉬움이 있죠.

 

[김헌식] 2편에서 최지우 씨가 다시 살아나거나 어딘가 살아있는 내용으로 다시 만들어지면 어떨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기자] 그러면 또 색다른 재미가 있겠네요.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천국의 계단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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