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간부들에게] 수해지역에 있어야 할 중장비는 어디에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4.09.11
[노동당 간부들에게] 수해지역에 있어야 할 중장비는 어디에 지난 2016년 북한 노동자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신전역과 간평역 사이의 철로를 보수하고 있다.
/AP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계절의 변화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또 다시 추수의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내주 9 17일은 우리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선대의 성묘와 고향 산천의 그리운 모습을 다시 볼 겸, 더 나아가 해외여행으로 신심을 충전시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정진할 역량을 보충할 겸, 남한 국민 수백만의 대이동이 예상됩니다. 더욱이 남한은 9 13일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1주일 정도 여행길에 나선 가정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도 금년 추석 명절은 온 나라가 들뜬 기분으로, 즐거운 기분으로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북한의 금년 추석 명절은 어떨 것 같습니까? 역시 민족의 명절은 그런대로 즐겁게 맞이 하도록 당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들 해외의 북한 관찰자들은 조선중앙TV나 로동신문의 보도를 보지 않아도 지난 1개월 동안 수해 지역에 파견된 청년돌격대가 어떤 환경 속에서 큰물 피해 복구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유럽우주청(ESA)의 센티넬 1호가 찍은 영상으로 수해지역의 지형, 강줄기 변화 상황을 볼 수 있고, 특히 압록강 건너편 중국 측 강변에서 찍은 동영상과 사진으로 청년돌격대의 복구작업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30만 명의 청년들을 동원했다면 그들이 작업하기 편하도록 필요한 도구나 부품을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청년들은 맨손으로 돌을 나르고 흙짐을 지는 모습입니다. 왜 목장갑 하나도 제공하지 못합니까? 홍수에 휩쓸려 창문과 골격만 겨우 남은 콘크리트 2~3층 건물을 망치로 깨서 허물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어느 세월에 폐허로 변한 수몰 지대를 복구할 수 있겠습니까? 한두 대의 굴삭기나 불도저를 보내면 한두 시간이면 끝낼 작업을 수백 명이 맨손으로, 등짐으로 돌을 쌓고 흙을 메우고 있으니 21세기 그 어떤 나라에서 이런 식의 복구공사를 추진합니까?

 

당 간부 여러분! 전 세계는 여러분 당 중앙이 결정한 8 22차 정치국비상확대회의 결정을 보면서 김정은의 그 무지막지한 지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당의 주장은애로와 난관이 중첩될수록, 보다 방대한 과업이 제기될수록 맞받아 나가는 공격전으로 투쟁해야 한다느니충성의 돌격전, 치열한 철야전, 과감한 진격전으로 대응해야 한다느니대중의 정신력과 창조력을 최대한으로 분출시켜,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위력을 남김없이 발양시켜야 한다”느니… 하나에서 열까지 김정은의 지시 관철이 곧 애국심의 발양이고 당에 대한 신뢰의 표시이며 위민헌신이라는 선동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수해 복구 사업은 전쟁도 아니고, 애국심의 표시도 아니고, 특히 여러분 당만의 특별한 투쟁방식도 아닙니다. 수해 지역이 워낙 넓고 지역적 특성이 험하다 보니 보다 많은 자재와 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해 복구 사업은 엄청난 작전계획을 세우고 인민군 수십 사단을 투입하는,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워야 할 전쟁 마당이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의 자재와 장비, 인력 그리고 지형과 지물을 고려한 제방 쌓는 과학기술적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거창한 청년돌격대 진출식을 열고 마치 1950년에 김일성이 남한을 침공하던 시기, 인민군 장병을 돌격대로 묶고 사지로 몰아넣던 그때처럼 떠드는가? 그 이유는 맨손으로 돌을 쌓고 진흙으로 그 사이를 메꾸고 망치로 깨부셔 건물을 철거하는 복구사업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해외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처럼 자랑하던, 북한 중공업이 생산했다는 중장비는 다 어디로 보낸 것입니까? 30만의 청년돌격대를 수해 복구 작업에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거창한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을 한참 준비하던 8 4, 김정은은 250대의 신형전술탄도미사일 발사체를 일선 부대에 보내는인계인수기념식이라는 행사를 거행했습니다. 왜 수해 복구 작업현장에 마땅히 있어야 할 굴삭기, 불도저, 중대형 화물차들이 보이지 않는가? 그 이유는 바로신형 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김정은이 모든 자재와 자금을 군수공업에 몽땅 쏟아 부어, 인민경제 계획 수행에 필요한 기자재와 중장비 생산을 도외시했기 때문입니다. 굴삭기 한 대면 저 무너진 공공건물을 몇 분내에 철거할 수 있는데, 청년봉사대원들이 망치와 도끼로 지붕에 올라가 깨부수려고 하니, 이런 식으로 공공건물 한 채를 쉽게 철거할 수 있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 수뇌부는 이런 혹세무민의 논리로 청년들을 그 험지로 몰아넣고 혹심한 육체노동을 강요하며 딴 생각도 못하도록 옥죄이고 있지만, 과연 이들 청년들이 여러분 당 수뇌부의 속내를 모를까요? 약간의 군사적 상식이 있는 자라면 지금 김정은이 추진하고 있는 핵미사일 개발과 이른바 전쟁준비에얼마만큼의 자금과 자재를 소비하고 있는가, 신형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식에 등장한 중장비를 생산하는 비용의 몇십 분의 1만 써도 지금 수해 복구 지역에 파견된 청년돌격대의 고생은 얼마든지 덜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한 계산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청년들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처절하고 혹심한 청년돌격대를 편성하면 할수록 여러분 당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금년 추석을 맞이하면서 더욱 더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 특히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의 일상생활의 격차를 느낍니다. 남한으로 탈북해 온 3 5천여 명은 고향에 남겨둔 부모형제자매들의 비참한 생활에 올해도 눈물 젖는 추석을 맞이할 겁니다.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수해지역 곳곳에 설치된 천막촌에는 전기도, 수도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폭염에 시달렸다면 이제부터는 추위로 고통받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청년돌격대원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창조적 기념비를 세우라느니전화위복의 기적적 승리로 영웅조선, 영웅인민의 기상을 떨치라느니 하는 기만적 선동에 놀아나겠습니까?

 

더 이상 청년들을 실망의 늪에 가두지 말고 해방시키십시오. 북한 청년들도 남한 청년들처럼 온 세계를 휘저으며 백의민족의 기상과 뛰어난 재능을 과시하고 떨치도록 내보내십시오. 모든 것이 풍요한 바깥세상을 경험하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청년들의 넘치는 활력을 만방에 떨치도록 허용하십시오. 이것이 창조와 지혜의 기적을 발휘하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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