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고향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 (2)
2024.09.24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이제야 가을이 왔다는 게 실감 납니다. 햇볕은 여전히 뜨겁지만, 뺨에 스치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데요. 이맘때면 감성이 짙어진다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옛 추억과 기억 그리고 그리움이 더 커지니까요. 이럴 때, 감성 가득한 노래를 많이 듣고 부르는데요. 탈북민들이 부르는 노래엔 계절에 상관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탈북민 노래자랑’이 열렸는데요. 참가자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노래에 담아 열창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전합니다.
[현장음] 참가 번호 3번 김연아 씨 노래 : ‘잊지 말아요’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강당에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올해로 제3회를 맞이한 탈북민 노래자랑에는 예선을 거쳐 선발된 본선 진출자 10명의 무대가 펼쳐지는데요, 노래를 끝내면 사회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도 이어집니다.
참가자들은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오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깊은 심호흡을 내뱉는데요, 꽤나 긴장했던 모양입니다. 조금 전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사람은 참가 번호 3번 김연아 씨인데요. 아쉬운 무대였다며 벌써부터 다음 기회를 생각합니다.
[인터뷰-김연아] 처음에는 우리 탈북민들을 위한 노래자랑이 있는 것도 몰랐는데, 추천해 주신 분이 있어서 참가하게 됐어요. 재능이 있는 분들이 나와서 다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뭔가 가슴이 뛰어요. 노래를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잘 안되네요. 무대 끝나는 순간 더 잘할 걸, 왜 그렇게 떨렸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에 기회가 또 있다면 더 잘해보고 싶고 오늘만큼은 떨지 않을 자신도 있을 것 같아요.
참가자들 무대 중간중간 초대 가수 공연으로 행사장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 지는데요. 첫 초대 가수는 한국에서 처음 탈북 여성들로 구성된 그룹, 달래음악단을 이끌었던 한옥정 씨입니다.
오늘을 위해 옥정 씨가 특별히 선정한 노래, 뭘까요? 잠깐 들어보시죠.
[현장음] 초대 가수 한옥정 노래 – ‘단풍은 붉게 타네’
바로 북한 건전가요 ‘단풍은 붉게 타네’ 입니다. 옥정 씨의 노래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치고 흥겨워합니다. 옥정 씨가 노래자랑 현장을 노래 한 곡으로 축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인터뷰-한옥정] 안녕하세요. 가수 한옥정입니다. 오늘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에 초대 가수로 왔어요. 와서 보니까 아는 분들도 많이 오시고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구경하러 오시는 분들 참가자분들 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여기서 어우러지는 것 같은 그런 게 보여서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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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번호 5번 양춘화 씨가 ‘여자의 일생’을 열창하고, 이어 참가번호 6번이 소개되는데요. 이름 때문에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현장음] (사회자) 계속해서 참가번호 6번을 모시도록 하겠는데요. 성함이.. / (사회자) 성이 마이 씨이고요. 이름이 웨이입니다. 그래서 지금 마이웨이 님께서 준비하고 계신데요. 이번에 준비한 노래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예명으로 참가하게 됐다는 마이웨이 씨는 ‘눈물 때문에’라는 노래를 부르는데요. 고향 떠날 때 생각하며 이 곡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이웨이 씨의 목소리에 눈물이 녹아있고 관객들 역시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칩니다.
[현장음] 참가번호 6번 마이웨이 씨 노래 - ‘눈물 때문에’
[인터뷰-마이웨이] 이 노래 내용 자체에 고향 생각이 많이 나니까 부르면서 부모님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부모, 형제들과 헤어져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그런 아픈 마음에서 노래를 선정하게 됐어요.
[현장음] 7번, 8번 참가자 노래
참가자 7번 이은영 씨의 ‘아름다운 나라’, 뒤이어 참가번호 8번 박정옥 씨의 ‘아내의 노래’가 공연장을 가득 채웁니다.
[인터뷰-박정옥] 저는 많은 노래가 있지만 아내의 노래를 선택했는데 이 노래는 전쟁터로 남편을 떠나보내는 아내들의 확연한 의지, 굳건한 의지를 담은 노래예요. 제가 현충일에 봉사를 나가 보면 순국선열들의 묘비 닦기 봉사하게 되는데, 그때 이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탈북민)가 이렇게 남한에 와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 뒤에 남편들을 떠나보낸 아내들이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이 기회를 통해서 이 노래를 한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노래자랑은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요, 참가번호 9번 김철영 씨의 ‘날개’가 이어지고
[현장음] 노래
마지막 본선 참가자, 참가번호 10번 김은주 씨의 ‘꽃밭에서’가 행사장에 울려 퍼집니다.
[현장음] 노래 - 꽃밭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차례를 기다리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은주 씨의 목소리엔 여유가 느껴집니다. 경연 참가자인지 초대 가수인지 가늠이 안 될 만큼의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은주 씨의 노래에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데요. 은주 씨에게도 지금 이 무대는 꿈 같은 무대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들었던 노래를 한국에서 부를 수 있어서’랍니다.
[인터뷰-김은주] 이 노래를 제가 북한에서 있을 때부터 불렀어요. 그런데 그때는 누가 들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꽃이랑 예쁜 걸 보면 속으로 흥얼흥얼 (노래) 했었어요. 여기(한국) 와서도 내가 노래하다가도 ‘아이고, 하면 안 되잖아!’하다가 ‘아니다. 여기는 남한이다’ 이렇게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늘 너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여기서, 내가 부를 수 있다는 게 너무 꿈만 같았어요.
목청껏 불러보고 싶었던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어서 꿈만 같았다는 은주 씨의 말에 관객들의 박수가 터집니다. 노래 솜씨에, 선곡에 담긴 사연까지 행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은주 씨가 무대 뒤로 퇴장하고 마지막 축하 무대가 펼쳐지고 그 사이 심사위원들의 최종 심사 결과가 취합됩니다.
5명의 심사위원의 최종 심사 결과지가 사회자에게 전달되고 수상자가 발표되는데요. 장려상, 인기상, 우수상 순서로 호명됩니다. 어느덧 최우수상과 대상만을 남겨둔 상태!
[현장음] 2024 전국 탈북민 노래자랑! 영예의 대상입니다. 대상은~ / 김은주! / ‘꽃밭에서’를 노래하신 김은주 씨! 영예의 대상을 받으셨습니다. 여러분, 축하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Closing Music-
은주 씨의 노래가 다시 한번 울려 퍼지면서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은 화려하게 막을 내립니다. 경연자들끼리 모여서 사진도 찍고, 관객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본선 진출자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며 모두가 하나 되는 자리에서 <여기는 서울>,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