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북한 연인들도 커플링 낀다고?
2024.09.23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남한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북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혈압이 좀 올라가는데요. (웃음) 우리 다시 낮춰서… 금값이 계속 오른다 오른다 하는데 도대체 얼마까지 올랐습니까?
이해연 : 2024년 9월 현재 금 가격은 금 한 돈, 3.75g이 303달러 정도입니다. 같은 날짜의 지난해 가격은 265달러였거든요. 2022년 같은 날짜의 한 돈 가격은 240달러. 그러니까 금값이 요 1년 사이에 엄청 많이 올랐습니다. 진짜 그냥 대강 봐도 티가 날 정도로 엄청 많이 올랐어요.
박소연 : 작년에 이러고 살지 말고 금을 사놨으면 내 삶이 달라지겠는데… (웃음) 정말 이렇게 남조선에 와서도 어리버리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해연 : 정말 하나만 사고 재테크가 장난 아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박소연 : 우리가 경제 박사는 아니지만 요즘 맨날 TV만 틀면 나와서 아마 해연 씨도 봤을 겁니다. 요즘 왜 이렇게 금값이 오를까 봤더니 여러 가지 요인이 있더라고요.
이해연 : 이유가 몇 가지가 되는데요. 제일 중요한 건 전쟁이요. 러시아하고 우크라이나, 중동도 심상치 않고요. 전쟁이 일어나면 금의 수요가 일어난다기보다는 안전자산의 수요가 늘어나요.
박소연 : 북한도 불안하면 사람들이 달러를 사죠. 금은 흔들리지 않는 가치가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가 많아지고 똑같은 원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한 사람들이 금 시세를 많이들 알고 있는 이유를 보면, 금을 투자 목적으로 산다기보다는 쓰이는 곳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돌 반지나 결혼식 예물이 같은 것이요. 심심치 않게 금을 살 일이 생기는 거죠. 해연 씨는 남한에서 돌잔치 안 가봤죠?
이해연 : 저는 가본 적은 있지만 돌 반지를 선물로 줘 본 적은 없습니다.
박소연 : 아직 줄 때 안 됐어요. 딱친구(절친한 친구)들이 막 결혼하고 그럴 때가 돼야…
이해연 : 저는 남한에 돌 반지 문화가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이번 녹음하면서 알았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돌 반지가 아니라 그러니까 결혼식 때 이제 예물로 주잖아요.
박소연 : 북한에서 예물로 금반지를 주고받는다고요? 세상에… 우리 때는 없었습니다.
이해연 : 가락지를 안 주면 결혼을 어떻게 합니까?
박소연 : 결혼할 때 가락지을 왜 줘요? 우리는 전혀 가락지 같은 결혼할 때 가락지 주는 문화가 없었어요.
이해연 : 가락지를 줘야 결혼했다는 징표가 되지 않아요? 남자가 여자한테 가락지를 주고 여자는 남자한테 시계를 사줍니다.
박소연 : 남자 집에서 여자한테 한국 화장품 뭐 이런 걸 사준다 이런 뉴스는 봤었거든요.
이해연 : 화장품에 반지 같은 결혼식 예물 그리고 부모님들 옷 같은 거 해드리죠. 가락지는 필수인 이유가 그게 있어야만이 결혼식 촬영을 할 수 있거든요. 결혼식 할 때 신랑, 신부가 가락지 끼워주는 장면도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으면 뭐가 결혼식입니까… (웃음)
박소연 : 천지개벽할 일이네요… 그럼 북한에서 반지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요.
이해연 : 그럼요. 있죠. 어떤 사람들은 거기에 서로 이름 같은 것도 새기고, 하트도 넣고.
박소연 : 저희 때는 금반지 맞출 때 그거 만드는 사람을 못 믿어서, 금을 빼돌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앉아서 지켰어요. 한국에서는 내가 금 매장에 가서 이거 진짜 써 있는 대로 18k 금인가요, 이렇게 물어봤다가는 이상한 취급을 받죠. 속이는 게 비정상이고 다 인증서를 받아 판매되니까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걸 만드는 사람이 떼먹고 다른 걸 섞어서 해줄 수 있어서 저희 때는 지켰어요.
이해연 : 지금은 그런 게 아니라 만드는 데 가서 제작을 해요. 반지를 하고 싶은데 무게는 어느 정도 하면 좋겠고 얼마짜리를 하면 좋겠다… 이름을 새겨달라 또는 금 몇 퍼센트 하겠다 다 본인이 정하고요.
박소연 : 결혼 예물로 반지한다는 것보다 이게 더 천지개벽이네요. 북한도 그 정도인데 남한은 어떻겠어요. 남한에 금방 봤을 때, 아마 해연 씨 연차 정도 됐을 때일 겁니다. 하나원 입소 동기생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돌잔치를 했어요. 돌잔치 하는 얘들이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 무슨 물방울 같은 반지를 애 손에 끼고 사진을 찍어서 7개가 들어왔다고 자랑하더라고요. 한돈 7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러길래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제가 그때는 몰랐던 거죠. 한 돈이 뭔지, 돌반지가 금인지 뭔지 몰랐습니다. 남한은 직계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사람들은 돌 생일에 금반지를 아이한테 무조건 해주더라고요.
이해연 : 그냥 돈을 주기보다는 이게 금이라는 게 가치가 따라 올라가잖아요. 좋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그런 돌 반지를 모아서 나중에 팔아 애들 대학 등록금도 하고 그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소연 : 그럼 해연 씨는 희망이 있네요. 아기 낳을 수 있잖아요! 어떻게든 돌반지 10개 받아요. 나도 하나 해줄게요.
이해연 : 약속하신 겁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금을 사고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생기기 때문에 편의점 김밥 가격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금값을 많이 알고 있고 가격의 오름과 내림에 예민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맞습니다. 이건 좀 실없는 소리 같지만 한국에 금방 왔을 때 제 치아가 빠졌어요. 치과에서 상담을 했는데 금으로 할 건지 아니면 치아와 재질이 똑같은 그런 법랑질로 치아를 할 건지 물어요. 숨도 안 쉬고 ‘금이요’ 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금 이빨 하는 사람들 있으면 농담 삼아 그랬어요. 야, 너 밖에 나가서 입 벌리지 마라. 그만큼 우러러봤다는 얘기죠. 가격도 똑같아서 당연히 금으로 했는데 입을 벌릴 때마다 너무 누렇게 번쩍번쩍해서 나중에는 바꿨습니다. (웃음)
이해연 : 북한에서는 그게 또 과시인데… 누가 금 이빨 하면 ‘몇 시입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죠. (웃음) 말을 하며 입을 벌려 금 이빨을 보여주는 게 너무 웃깁니다.
박소연 : 그래서 저도 정착 초기에는 금에 대한 환상이 많았죠. 아마 북한 주민들이 다 통일이 되면 다 금이빨 하겠다 할 거예요. (웃음) 그런 걸 보면 금을 바라보는 남북 사람들의 시선이 참 다르죠. 그런데 우리가 오늘 금값이 많이 오른다고 알려드려도 북한 주민들이 당장 주머니에 있는 빨간 돈주머니에 돈을 꺼내 금을 살 형편은 못 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금을 둘러싸고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저희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해연 : 사실 지폐는 썩거나 보관하기도 또 불편하고 한 나라에서만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금은 어느 나라에 가서든 내가 먹을 걸 바꾸겠다고 하면 바로 오케이잖아요. 북한 주민들도 그런 금을 좀 모을 수 있는 사정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클로징] 남한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첫 생일에 왜 금반지를 주는 지, 한번 생각해 봤는데요. 비상금으로 쓰라는 의미도 있겠고 부유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금은 항상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축복을 받는 돌잔치 날처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거죠. 모든 것이 변할 때도 변치 않는 가치! 그래서 권력자들도 동상엔 금을 두르겠지만 모든 것이 내일이면 변하는 요즘, 우리가 금처럼 변치 않고 믿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희는 금 같은 마음으로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