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북한에 보험이 없는 2가지 이유
2023.12.25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저는 남한에 와서 처음 듣는 특별한 보험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해연 씨는 그런 적 없나요?
이해연 : 맞아요. 목소리 보험, 다리 보험 등이 있다는 걸 듣고 놀랐어요. 도대체 이런 보험을 왜 드는지 의아했는데, 가수들의 경우에는 목소리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목소리로 돈을 버는데, 만일 목이 상한다면 큰일이죠. 그래서 가수들이 이 보험을 들더라고요.
박소연 : 다리 보험의 경우에는 가입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우선 다리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과 필요가 있어야 해요.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아이돌, 영화배우, 모델들이 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 달마다 내는 보험료가 비쌉니다. 보통 한 달에 500달러 정도 내는데, 다리를 다치면 보상금이 한화로 12억 원을 받더라고요. 사실 다리 보험에 가입하며 자신을 홍보하고 자랑하는 목적도 있고 그게 더 커보이긴 합니다.
이해연 : 저도 찾아보며 알게 됐는데요. 세상에는 특이한 보험들이 많았어요. 미국에서는 UFO 외계인 납치 대비 보험이라는 게 있는데, 만일 UFO에 납치가 되면 보상해 주는 보험도 있었어요.
박소연 : 그러니까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사는 외계인에게 납치될 때 보상해 주는 보험을 말하는 거죠?
이해연 : 그렇죠. 우리는 사실 판타지로 영화로만 보고 알잖아요. 근데 미국에서는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보험이 있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신기한 보험이 있는데요. 외도 보험이 있습니다. 외도는 바람을 피운다는 뜻으로 외도했을 때 보상을 받는 보험이랍니다. 또 이혼 보험도 있습니다. 이혼하시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 북한에서는 보험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는데 세상엔 참 다양한 보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신기했습니다.
박소연 : 솔직히 이런 보험들이 정말 있을까 의심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런 보험이 있다고 나와요. 믿거나 말거나...그리고 동물과 관련된 보험도 있어요. 펫 보험이라고 강아지보험이 몇 달 전에 나왔어요. 지금 남한에 강아지를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이나 된다고 해요. 남한 총인구가 5,000만 명이니까 5명 중 1명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 펫 보험도 가입 조건이 있어요. 저도 강아지 두 녀석을 키우고 있어서 가입하려고 알아봤더니 어릴 때만 가입이 된다더라고요.
이해연 : 강아지들도 나이가 적어야 보험료가 싼가 봐요. (웃음)
박소연 : 네, 강아지 나이는 사람 나이에 7년을 곱하면 된대요. 그러니까 강아지가 7년을 살면 49세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7살부터는 노견으로 취급되면서 보험료를 많이 내야 하는 거죠. 펫 보험은 매달 40달러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사람도 미래를 위해서 보험에 드는 것처럼 강아지도 10년 이상을 살 거잖아요. 그래서 보험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감이 되는 특별한 보험이었어요.
이해연 : 저는 전혀 공감이 잘 안되네요. (웃음)
박소연 : 해연 씨도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200% 공감할 겁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재밌는 보험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들을 보면 미래에 어떤 걱정 하고 있는지가 보여요. 그러면 남한 사람들이 걱정하는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해연 : 제가 봤을 때는 첫째가 건강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운동도 많이 하시고, 뉴스를 보면 100세 시대라고 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보도하잖아요. 선배님, 남한 사람들의 건강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이상하지 않아요? 북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먹을 것도 풍부하고, 건강과 관련한 좋은 식품들도 생활이 여유로워 잘 챙기는데도 건강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박소연 : 무엇보다 건강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미래의 일이죠. 당장 내 눈앞에 먹고 사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하죠. 오늘 벌어서 하루를 넘기면 잘 넘겼다고 끝나는 거지, 남한 사람들처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환경,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삶이잖아요. 지금 남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83.5세잖아요. 북한하고 거의 10년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평균이 그렇지 그걸 넘어 사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왕 사는 거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겠다며 신경을 쓰는 거죠. 이 모든 게 의식주가 해결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봐요.
이해연 : 결국엔 경제적 여유가 있으므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북한 같은 경우에는 미래의 건강은커녕, 당장 눈앞의 건강도 챙길 생각을 못 한 체, 몸이 망가지더라도 온통 돈 버는 데만 집중하잖아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보험은 미래를 대비하는 안전장치잖아요.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하지만 상상으로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보험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해연 : 제가 생각했을 때, 북한 사회가 사기 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사기당한 것에 대해 국가가 보상은커녕, 처벌도 제대로 안 하고 있으므로 사기에 대한 보상 보험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소연 : 저도 가정 내 폭력에 대한 보상보험이 필요하다고 봐요.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북한 남성들 툭하면 아내를 때리잖아요. 지금도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합니다.
이해연 : 가정 내 폭력 보상보험보다는 법적으로 처벌을 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돈이 없는데 어떻게 보험을 들겠어요. 정말 여러 필요한 보험들이 많은데,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험만 있으므로, 개인의 경우에는 그 보험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보상을 받을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보험이 있다면 좋겠어요.
박소연 : 해연 씨가 중요한 얘기를 했어요. 북한에서는 모든 것을 국가가 운영하고 있어 북한에서는 국가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바보라고 해요. 주민들은 국가를 믿고 돈을 맡기지 않고 국가를 믿지 않습니다. 예전에 그런 사례가 있었거든요. 국가 은행에다 적금했는데 막상 찾으려니 돈이 없다고 안 주는 거예요. 보험도 똑같을 거잖아요. 내가 보험료를 매월 냈는데, 막상 일이 발생해서 보험료를 타려는데, 돈이 없다고 아무것도 보상을 안 해줘요. 누가 들겠어요. 그만큼 국가가 신뢰를 잃은 거예요. 마지막으로 해연 씨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까지도 여러 보험에 가입하셨잖아요. 그래도 앞으로 꼭 들고 싶은 보험이 있어요?
이해연 : 현재는 없습니다. 올해 갑자기 네 개나 들어서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요. 앞으로 살다 보면 필요한 게 생기지 않을까요?
박소연 : 해연 씨는 아직 젊으니까 앞으로 살면서 들어야 할 보험들이 생길 겁니다. 저는 나이가 있으니까 노후를 위해서 주택연금보험에 꼭 들고 싶어요. 우리가 앞서 입술이 닳게 말했잖아요. 100세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100세까지 돈을 못 벌잖아요. 그 기간에 생활비라도 마련하려면 주택을 담보로 국가에서 연금을 받는 거예요. 근데 그것도 국가가 정한 조건이 있어요. 돈이 많은 부자는 가입이 안 됩니다. 내 집이 한화로 12억 이하, 미화로 92만 달러 이하여야 하는 거죠. 그리고 나이도 55세부터 가능하고, 본인이 선택합니다. 65세에 받겠다고 하면 금액이 좀 많을 거고, 55세부터 받으려면 더 길어지니까 조금 적게 나올 수 있겠죠. 어쨌든 본인이 선택하는 거예요.
이해연 : 이것도 보험료가 한 달에 얼마씩 내야 하나요?
박소연 : 아니죠. 보험료가 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현재 사는 집을 국가에서 시세에 맞게 담보로 잡고 대신 저한테 돈을 주는 거예요. 그러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집을 국가가 회수하죠. 그런데 시세를 보고 지금까지 나한테 준 연금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있으면 자녀들에게 지급합니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자식한테 손을 안 내밀어도 되잖아요.
이해연 : 집은 있는데, 내 수중에 생활비가 없는 경우에 좋겠네요. 그러면 또 궁금한 게 집 주인이 너무 오래 살면 국가가 손해를 보지 않나요?
박소연 : 어쨌든 처음에 연금 책정을 국가가 하므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보상을 해줘요. 그러니까 계산기로 철저히 계산하고 지급할 겁니다.
이해연 : 국가 입장에서는 손해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겠네요.
박소연 : 그러니까 이래저래 사사오입해서 수지를 맞추겠죠. 주택연금보험은 국가가 하므로 믿을 수가 있는 거예요. 제 노후에 달마다 들어오는 돈이 있으면 마음 놓고 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연 : 결국, 자기 집이 있을 때만 들 수 있는 보험이네요. 저에게는 아직 먼 얘기인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살면서 어떻게든 자기 집을 마련해야죠. 20년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은 얘기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건강보험부터 시작해서 북한의 보험까지 구구절절 얘기를 나눴는데 결론은 노후를 위한 보험으로 끝을 냈네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보험을 칭송하자는 방송이 아니고요… (웃음)
이해연 : 그래도 보험을 들어 놓으면 북한에서 마치 월동준비를 마친 것처럼 편안한 것 같아요.
박소연 :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고등학교 때 방학 숙제를 한 느낌이잖아요. 보험이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담보잖아요. 어찌 보면 우리 같은 탈북민들이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미래의 보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므로 우리가 잘살게 된다면 여러분들의 든든한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얘기 마무리할까 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