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강해지는 탈북 단속, 주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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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분석 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대유행병을 기회로 활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 바로 봉쇄 강화인데요. 국경 봉쇄를 강화해 탈북자 발생을 통제했고 내부적으로는 남한 드라마, 영화 등을 엄격히 단속했습니다. 유출과 유입을 막아 북한 주민들을 체계의 진공상태 안에 머물게 하려 노력했는데요, 탈북자 발생을 막으려는 북한 당국의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지은, 이명철 기자, 안녕하세요!

김지은 기자, 이명철 기자 : 안녕하세요.

/최근 북한 당국의 탈북 방지 관련 소식이 많습니다. 김지은 기자,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이중 처벌하겠고 밝혔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회령시 등지에서 지난달 말, 진행된 사회안정성의 주민 대상 정치 강연에서 나온 내용인데요. '이중 처벌법'이란 탈북자 또는 탈북 시도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처벌하겠다는 연좌 처벌법입니다.

강연 내용에 따르면 탈북했다 북송됐거나 탈북을 시도하다가 발각된 주민은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지고 그의 자식과 가족은 물론 결혼하여 분가해 살고 있는 형제와 그 가족들까지 모두 산간오지로 추방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존에도 탈북하면 가족에 영향이 있지 않았나요?

김지은 기자 : 기존에는 본인만 처벌했죠. 탈북하다 북송돼 교화소에 가면 가족들이 면회를 가고, 그래서 죽지 않고 살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중 처벌돼 모든 가족이 교화소 또는 오지로 추방되면 과연 살아 나올 사람이 있을까, 그런 걱정도 됩니다.

형제와 그 가족까지 처벌 범위를 넓힌 이중 처벌법은 탈북을 결심한다고 해도 가족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게 만든 법이죠. 벌써 이 같은 처벌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소식통들은 탈북의 기회를 찾던 일부 주민들도 단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엄중한 처벌에 북한 주민들이 운신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이런 이중 처벌 외에도 탈북 처벌 강화는 여러 면에서 감지되죠?

김지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중국 전화만 소지해도 탈북 기도자로 몰아 체포합니다. 중국과 국제 전화가 가능한 전화기를 갖고 있으면 탈북을 돕거나 탈북할 계획이었다고 엮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단속 아래서 주민들은 외부와 유일한 통로인 중국 전화기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합니다.

또 당국은 앞에서 설명한 이중 처벌법 등을 설명하는 정치 강연을 주민을 찾아다니며 늦은 밤까지 열고 있습니다. 강연회에서는 탈북하려 했거나 탈북 기도자를 알고 있는 주민이 안전 기관에 찾아와 진심으로 자수하고 자백하면 죄를 백지화 시켜준다는 말로 주민들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백하고 자수하라는 사법당국의 용서 조건이 일반 범죄로 제한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당국의 말을 믿지 않는 상황입니다. 탈북죄는 일반 범죄가 아니라 조국의 배반하는 역적 행위로 규정합니다.

특히 자수한 사람들과 그 가족은 조사 과정에서 고초를 겪는 것은 물론, 자수 후 더욱 위축된 삶을 살게 된다는 걸 주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법 당국은 탈북자 이중처벌법 적용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안전부는 이중처벌 관련 강연회를 연 다음 날인 5월 28일, 혜산역 광장에서 40여 명에 대한 공개폭로모임을 열었습니다. 공개폭로모임의 무대에 오른 비판 대상자들은 대부분은 외부와 통화하며 탈북을 시도한 죄로 처벌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들은 도 안전국장의 마감 발언을 끝으로 즉시 교화형에 처해 실려 갔고 모임 장소 주변에 대기했던 놓았던 화물차(트럭)들은 각각 추방 대상자들의 직계 가족, 형제들의 집으로 짐을 실으러 떠났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당국이 공개재판과 추방놀음을 벌이기만 했지 왜 주민들이 고향을 버리고 탈북을 선택하는지, 그 이유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요즘 강연회를 많이 여는 것 같습니다. 이명철 기자, 탈북 방지 집중 강연회가 열리고 있죠? 어떤 내용으로 진행 됐나요?

이명철 기자 : 네, 집중 강연회는 지난 5월 21일, 중앙의 지시에 따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집중 강연회는 '비법 월경은 민족반역행위이다'라는 제목으로 해당 지역 보위부가 주관하고 기관, 기업소, 인민반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강연 내용을 보면 일부 주민들 속에서 사회주의 조국을 버리고 비법월경하거나 월남도주하는 인간쓰레기, 배신자들이 나타나 사회주의 영상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지난 기간에 나타난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고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강력 처벌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강연회는 국경지역 주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는데요. 당국은 주민들에게 주위의 비정상적인 현상이 있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신고하고 숙박 등록과 군중 감시체계를 철저히 세워 국경 지역에 외부 인원이 절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라는 내용을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국경 지역에 오는 외부인을 잠재적인 탈북자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집중 강연회는 어선을 이용해 9명의 북한 주민이 탈북했다는 사실이 남한 언론에 보도된 직후에 열렸는데요, 관련 내용이 강연에서 언급됐나요?

이명철 기자 : 정확하게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이미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5월 6일 밤 9명의 북한 주민이 어선을 타고 남한으로 귀순했습니다. 이들은 두 가족으로 추정되는데, 황해남도 강령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5월 말 남한 언론에 공개됐는데요. 바로 집중 강연회가 열릴 즈음이죠.

소식통은 국경 지역 주민들은 집단 탈북 사건 이후 중앙에서 긴급하게 집중 강연회를 조직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강연회에서는 “우리 주민을 납치해 탈북설을 요란하게 떠들고 있다”는 정도의 언급만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배를 통한 귀순 등의 구체적인 언급은 오히려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연회를 여는 한편으로 단속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 브로커 일을 했던 주민들까지 체포한다고요?

이명철 기자 : 네, 북한 내에서 중국 전화기를 갖고 한국에 있는 탈북민 가족과 전화 연계를 통해 탈북을 방조해 주거나 돈을 받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해 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을 일명 '전화 브로커'라고 합니다.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과거 전화 브로커로 일했던 3명이 한밤중에 들이닥친 보위부에 잡혀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전화 브로커 일을 했지만 지금은 모두 그만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로 브로커 일을 하던 한 남성이 중국에서 북한 보위부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같은 전화브로커들은 과거에는 많이 활동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잠적하거나 잡혀갔거나 심지어는 총살까지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김정은 체제 들어 외부와의 연결 통제가 강해지는 시기 아닙니까? 북한 당국은 전화로 한국과 연계해 돈을 전달해주고 탈북자 가족의 근황을 전하며 내외부 소식을 전하는 전화 브로커를 체제 강화의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당국의 단속과 엄포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명철 기자 : 김정은 체제 들어 내부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냉담하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는데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 통제만 더욱 강화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주민들 속에서 체제에 대한 불만과 반발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은 기자 : 북한 당국이 탈북을 막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 선동과 엄포를 놓고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당장 생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식량 사정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생계형 강력 범죄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이중처벌법 등의 엄포가 배고픔을 앞설까요? 내부 소식통은 국경이 열린 이후 탈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차분히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국경이 열려도 탈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두 기자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탈북 방지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는 내부에서 일고 있는 탈북 분위기가 여느 때 없이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과거처럼 모르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 의지 그리고 생존하려는 북한 주민들 간의 대결인데요. 생존 의지는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철 기자 : 탈북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건 맞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탈북을 방지할 목적으로 지난해까지 국경 전 구간에 대한 철조망 설치를 완료했고 500m 간격으로 감시기재(CCTV)와 잠복초소를 100~150m 간격으로 증강했습니다. 또 주간에도 매 호에는 2명의 군인이 조를 묶어 잠복근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경경비대에 지시해 승인 없이 국경에 들어서는 인원에 대해서는 예고 없이 사살하라는 명령도 내려 국경지역은 매우 삼엄한 분위기에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도 북중 국경지대에 정규군을 배치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의 이동도 첨단장비 설치로 기존에 비해 탈북을 위한 북한 주민들의 이동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탈북자, 그러니까 북한 이탈 주민을 단속하는 북한 당국은 농촌 이탈 주민도 단속하네요. 농장원, 농촌 연고자 중 이탈한 사람이 많은가요?

이명철 기자 : 그렇습니다. 식량부족 등 생계 어려움이 지속되자 농촌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서 돈벌이하는 현직 농장원들이 많습니다. 특히 농촌 연고가 있는 젊은 층들의 인력 유출이 많아 북한 농장의 인력이 고령화되고 인력 부족이 가속화되는 실정입니다.

또 여성 같은 경우에도 농장에서 일하다가 결혼해 타 지역으로 가면 해당 지역의 농촌 분야에 근무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렇게 하는 여성들이 거의 없습니다.

남성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면 군대에 나가 있어, 농장에서는 청장년들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제대하는 농촌 출신 군인들도 사업하여(뇌물 주고) 도시로 빠지거나 직업 군인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 농촌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당국에서는 농촌 이탈자, 연고자를 빠짐없이 찾아내 해당 농장에 재배치하라는 중앙의 지시문이 지난달 29일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기간에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최고 지도자의 비준과업 진행으로 지시문이 내려와 단속의 강도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촌 출신 군인들 역시 제대 이후 무조건 농촌으로 배치하도록 통제가 대폭 강화됐습니다.

/농촌에서는 일하는 것에 비해 돈을 못 벌고 또 도시에 비해 워낙 열악하니 이탈자가 생기는 것이잖아요? 강제로 복귀시키는 게 해결책은 아닐 것 같은데 농촌 이탈자 방지를 위해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뭘까요?

이명철 기자 : 가장 기본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생계 해결입니다. 농민들은 지속되고 있는 생계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경제생활 여건을 개선해 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열악한 농사 환경도 발전하는 현실에 맞게 올려 세우고 농촌의 생활 환경도 도시 못지않게 일정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그나마 농촌에서 인력들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마지막 소식입니다. 러시아산 밀가루가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다고요.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유입량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덕에 밀가루 값이 내려갔다고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지난달부터 북한 내부의 양곡 판매소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산 밀가루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밀가루 가격이 비싸서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일반 주민들도 요즘은 밀가루 맛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같은 러시아산 밀가루는 중국의 판매 업체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밀가루 포장 봉투를 보면 밀가루는 러시아산이며 2kg 중량으로 윗단에는 러시아어가 아랫단에는 중국어가 표기돼 있습니다. 밀가루의 유입으로 지난 1월부터 2월 사이 9,000원이던 밀가루가 5월에는 8천 원(0.1$)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6월 현재 북한에서 거래되는 러시아산 밀가루 가격은 1천 원 더 하락한 7천 원으로 기존 가격보다도 더 떨어진 상태입니다.

/러시아 또는 중국에서 지원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사 왔는지 그 출처는 알 수 없지만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되긴 할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이제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현재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러시아산 밀가루가 유입되었다고 해도 돈 없는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올해의 보릿고개는 유독 높고 깊습니다.

오늘만 전해드린 새로운 단속 , 검열이 3가지입니다. 당국이 식량을 주진 않아도 단속, 검열 이것만 줄여준다면 주민들의 보릿고개는 지금보다 낮아질 겁니다. <지금 북한은> 준비된 소식 여기까집니다. 함께 해주신 김지은, 이명철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이명철 기자 : 감사합니다.

저희는 새로운 소식과 함께 다음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지금까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