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러시아 파병 유언비어 유포자의 최후는
2024.11.28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 인민군 개입으로 러시아가 전쟁에 유리해졌다는 괴소문의 출처
-러시아 파병 유언비어 유포자의 최후는?
-4인 가족 두 끼에 맞먹는 북한 물티슈의 인기 비결
-인민생활소비품 생산보다 무장장비전시회
소문 하나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주민들에게 여전히 침묵하던 북한 당국이 최근 알 수 없는 소문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죠.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주민들 입 단속까지 하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쉬쉬하던 북한 당국이 최근 번지고 있는 소문에 대해선 방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문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겁니까?
문성휘 기자: 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주민들의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이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고, 세계 최고의 군사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러시아에 자신들의 무기를 수출한다고 하니 “아, 우리의 군사력이 이렇게 막강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긍지감을 느꼈다는 거죠.
이와 반대로 러시아에 인민군 군인들을 파병했다는 소식은 주민들을 크게 분노케 했습니다. 러시아에 군인들을 파병했다는 소식은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이후에 북한에 급속히 확산됐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소식은 북한의 고위급 간부 자녀들이 공부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순식간에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파병 소문을 낸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검열 그루빠까지 파견이 됐다고 하셨죠.
문성휘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늘 인민들 앞에서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항상 세계 피압박 인민대중의 편에 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편에 서서 군대까지 파견한 겁니다. 결국 돈 때문에 인민군 병사들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몬 것 아닙니까. 그래서 김정은 정권은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을 꽁꽁 감추어 두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북한의 고위급 자녀들의 입을 통해 주민들 속에 확산되었다는 거죠. 주민들의 분노에 급해 맞은 북한의 국가보위성은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을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유언비어 유포자 색출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게 10월 10일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11월 10일경부터 조금 다른 얘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는 거죠. 이게 무슨 내용이냐 하면 “인민군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라는 얘기였다고 합니다. “3년동안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던 러시아가 인민군의 도움으로 곧 전쟁을 승리로 종결하게 될 것”이라는 괴소문이 북한 내부에 갑자기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문제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소식을 유언비어라며 단속에 혈안이 되어 있던 국가보위성, 북한의 모든 사법기관들이 이러한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선 아무런 대응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민들도 그래,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이 “참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거죠. 북한군이 파병되었다는 소식은 유언비어라고 날뛰더니 북한군이 큰 공을 세우고 있다 하니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거죠.
진행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관한 말을 했다고 유언비어 유포자로 붙잡힌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문성휘 기자: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유언비어가 아닌 사실로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양강도 보위부는 이러한 소식을 유포한 주민 4명을 유언비어 유포자로 체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데요. 일단 파병 소식이 유언비어가 아닌 사실이니까 국가보위성도 무작정 유언비어라고 몰아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국가보위성은 김정은 정권이 꽁꽁 감추고 있던 인민군 파병 소식을 누구에게서, 어떤 경로를 통해 들었고, 왜 이를 유포시켰는지를 따질 텐데요.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유언비어 유포자로 체포된 사람들은 자신들도 장마당이나 열차에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라고 우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우연히 들은 얘기라는 건데요. 과거에도 북한에는 이런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 간혹 큰 처벌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노동교양대’ 처벌에 그쳤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노동교양대’는 10개월까지의 형이 최고인데요. 남한에서는 ‘노동교양대’ 정도면 매우 엄한 처벌로 여길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노동교양대’ 정도면 아주 가벼운 처벌이라는 거죠.
진행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땐 유언비어라며 단속에 나섰던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들이 크게 전과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 되는 상황은 아닌데요. 러시아 파병으로 악화된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북한 당국이 일부러 유언비어를 조작해 냈다는 의심도 있다고 했는데 문 기자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기자: 과거에도 북한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김정은 정권에 무언가 안 좋은 소식이 확산되면 곧바로 그와 반대되는, 그러니까 김정은 정권을 두둔하는 소식들이 확산되었다고 하는데요. 2019년 있었던 하노이 정상회담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합니다.
하노이 회담 실패 후 북한에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려다가 쫓겨났다” 이런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가지고 놀았다” 등 하노이 정상회담을 둘러싼 여러 가지 유언비어가 북한에 확산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유언비어가 가시기도 전에 한쪽으로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가 회담을 결렬시킨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후회하면서 김정은에게 연이어 친서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애원하는 내용이다” 이런 유언비어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김정은에게 유리한 유언비어였다는 건데요.
당시에도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김정은에게 유리한 내용의 유언비어들을 북한 당국이 일부러 조작해 유포시키고 있다고 의심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인민군 러시아 파병을 둘러싼 괴소문들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와 꼭 닮았다는 거죠. 한마디로 김정은에게 유리한 유언비어들은 북한 당국이 일부러 조작해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들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어디까지나 주민들의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거죠.
진행자: 최근에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희귀동물들을 선물하는 등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러시아와의 혈맹을 자랑하는 김정은이 앞으로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가능한 얘깁니까?
문성휘 기자: 일단 저는 북한이 추가로 병력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을 합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은 12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90만명의 병력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다 북한군은 단순한 국토 방어가 아닌 국가의 온갖 주요 건설들에 다 동원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병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는 거죠. 파병에 대한 민심이 안 좋게 흐르는 점도 김정은이 참작을 하고 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많이 사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을 거고요. 이런 복합적인 사정으로 권력 유지에 급급한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분석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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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코로나 시기 국경이 봉쇄돼 밀수까지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소비재 부족 현상이 심각했죠. 그런데 최근 종이공장에서 신상품 물지(물티슈)가 생산돼 주목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손 기자, 한국에서 흔히 쓰는 물지와 비슷합니까?
손혜민 기자: 북한이 한국 라면과 새우깡 포장지 등을 모방했듯이, 물지 포장지도 한국산 물지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 품질은 못합니다. 한국 물지는 하얗고 잡아 당겨도 찢어지지 않지 않나요. 이에 반해 북한산 물지는 잡아당기면 찢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색깔도 누렇고요. 그렇지만 북한 지방공장에서 자체로 생산한 제품이라는 점은 평가할 만 합니다.
하지만 아직 대중이 소비할 가격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상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지를 공짜로 줄 만큼 가격이 싸고 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집 청소 할 때도 걸레를 쓰지 않고 물지를 뽑아서 편하게 사용하죠. 그러나 북한에서는 20장짜리 손바닥만한 물지 상품 하나에 3천원(0.15달러), 100장짜리 물지 상품은 8천원(0.4달러)입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 옥수수 1킬로 4,500원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4인 가족 두 끼 식량이 물지 가격과 맞먹는 셈입니다.
진행자: 어쨌든 공장에서 새로운 물건을 생산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중공업 우선 발전 정책노선으로 경공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요. 현재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손혜민 기자: 지난 21일 평양에서는 ‘무장장비전시회’가 열렸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전시회 사진을 보면, 북한이 지난달 31일 처음 발사한 화성-19형도 있었고, 탄두 등도 있었습니다. 이 말은 인민생활소비품을 생산해야 할 경공업보다는 군수공업과 중공업 부분에 국가 예산이 투자되고 있는 김정은 정부의 반 인민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쟁이라도 콱 일어나서 세상이 뒤집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이래서 나오는 겁니다.
실제로 주민들의 삶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비누가 없어 양잿물을 물에 풀어 빨래를 하다가 손 껍질이 벗겨져 정말 쓰리거든요.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농촌에서는 양잿물도 없어 볏짚을 우려내 비누로 사용합니다. 볏짚마저 없으면 세탁할 수 없으니 위생이 얼마나 열악하겠나요. 특히 치약이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세 번 양치를 못합니다. 소금으로 양치하는데요. 굵은 소금을 이빨로 깨물어 양치를 하면 짠 맛으로 입안이 마비되죠. 이것이 장기화되면 치아가 저절로 부스러집니다.
올 초 당국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발표하고 해마다 20개 시, 군에 10개의 지방산업 공장을 세우도록 했는데요. 그러나 북한에 공장이 없어서 생활소비품이 생산되지 못하나요. 전기가 부족하고 원료와 자재가 없다 보니 양말 하나도 자급자족을 못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물론 올 봄 착공된 식품 공장 등이 여러 시, 군에서 완공됐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비가 있어야 공장 모양새를 갖출 게 아닌가요. 공장 설비를 수입하려면 대북제재 해제가 필수입니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요. 저렇게 무장장비전시회나 개최하고 전쟁을 암시하니 민생은 점점 악화되는 것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되면 당국이 민생을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싶네요. 물지라도 계속 생산이 됐으면 좋겠는데, 장거리장사를 다니는 여성들에게 물지가 애용되고 있다고 하셨거든요. 그나마 물지 생산이 늘고 가격이 좀 안정되면 역전에 즐비한 세숫물 장사꾼들은 영 장사가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손혜민 기자: 물지 생산이 늘어나고 가격이 안정될 정도면, 북한 경제난도 회복 추세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만성적인 전기난도 해결될 수 있어 기차가 연착되는 문제 또한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말해 그 정도면 기차 역전에서 주민들이 굳이 세숫물 장사를 하지 않아도 강냉이 밥은 먹고 산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김정은 정부는 체제 안전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민생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도 평양에서 혜산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최소 3일, 길면 열흘이 걸린다고 합니다. 연착으로 기차가 하루만 서 있어도 역전 주변에는 세숫물 장사꾼이 늘어서는데요. 세숫물 가격이 꽤 비싸거든요. 양동이로 길어 온 물을 연탄불에 데워서 팔아야 하므로 비용이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쌀을 되로 재서 팔 듯이 세숫물도 바가지로 정량으로 재서 파는데요. 세숫물 비용을 절약하겠다고 사리원-나진행 기차를 타고 장거리 장사를 다니는 상인들은 100장짜리 물지를 세수용 상품으로 산다고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겨울 신발도 변변한 게 없어 동상 입은 발로 장사를 해봐야 이밥 한 그릇 배불리 먹을 수 없거든요. 3대로 세습되는 북한 정부의 인민생활 정책,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