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어른이라도 몸이 아프면 어린아이처럼 응석받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기 때문에 이런 퇴행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몸과 마음 모두 상처가 많은 탈북자들은 어떨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몸이 아팠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인 변화를 살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자들이 수술을 한다든지 입원을 한다든지 몸이 많이 아팠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얘기해볼 텐데요. 먼저 어떤 경우들이 있는지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우울한 감정이 있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더 느껴요. 몸이 아플 때 더 외롭게 느끼죠. 물 한 잔 마셔야 하는데 그것조차 어려울 때 그 고독감 때문에 눈물이 나죠.
이예진: 저도 가끔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감기몸살로 아픈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면 왠지 서운하고 그렇거든요.
전진용: 저도 자취할 때 혼자 아플 땐 약도 혼자 사야하고 다 혼자 해야 하니까 외롭고 우울해지고 서글퍼지고 몸이 아픈 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예진: 그런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거죠?
전진용: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특히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돼 신체적 질병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요?
전진용: 보통 탈북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신체적인 어려움도 많거든요. 탈북 과정이 고되다보니까 타박상이나 위장 장애도 많고, 무리한 일정으로 치료를 미뤄서 질병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예진: 이럴 때 가족이 북한에 있는 경우엔 식구들 생각이 더 날 테고 더 마음 아플 것 같네요.
전진용: 병원에 있어 보면 일반적으로도 단 며칠 입원하게 되어도 가족이나 친구가 면회를 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죠. 탈북자들 중에는 혼자 입원해서 간병도 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면회 오는 경우를 보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데요. 특히 탈북자들에게 외로움은 평상시에도 많은데요. 가족이 북한에 있고 아무도 면회를 안 오거나 하면 혼자 있다는 생각에 더 위축되고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보시면서 이와 관련한 어떤 사례들을 접하셨나요?
전진용: 수술을 했는데 간병인 없이 혼자 있다 보니 고생스러웠다는 분들도 있었고, 집에서 갑자기 배탈이 났는데 도움을 요청할 곳도 생각이 나지 않고 혼자 죽도 끓여먹고 약을 사다 먹었는데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에 더 우울해졌다는 분도 있었어요. 또 한국에서 몸이 아프니까 ‘몸이 재산인데, 일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조바심이 났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리고 출산한 탈북 여성 가운데 친정어머니가 북한에 계셔서 산후조리를 할 때 남편과 시어머니가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어서 왠지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몸이 아프니까 심리적으로 생각보다 많이 위축되네요.
전진용: 몸이 아프면 누구나 이런 반응이 옵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가, 더 안 좋아지는 건 아닌가 불안하게 되고요. 심리적으로 어린아이처럼 퇴행되는 부분도 생겨서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보통 때 별일 아닌 것도 쉽게 상처받고 쉽게 외로워지는 거죠. 아프면 환자 역할을 하려는 심리가 있거든요.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게 되죠. 그러다보니 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바라게 되는데요. 탈북자들은 평상시에도 심리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신체적인 문제가 겹쳐지면 신체와 정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가 더 가중되기도 합니다.
이예진: 네. 아프면 의지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니까요. 눈물만 흘릴 게 아니라 몸도 마음도 얼른 추스려야 하겠죠? 자 이런 분들한텐 어떤 말들이 도움이 될까요?
전진용: 물론 심리적으로 힘들겠지만 병이 빨리 나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겠죠. 아프고 외롭다고 약도 안 먹고 그냥 누워만 있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지는 않잖아요. 병만 악화되니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이럴 때 주변의 도움도 물론 있습니다. 먼저 오신 탈북자들이나 이웃, 종교단체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요. 내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게 그분들에게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이니까요. 의지해서 도움을 받고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게 성공적인 정착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주변에 의지할 때 좀 더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간병인 도움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전진용: 네. 국립의료원 안에 의료상담센터가 있어서 간병인이나 산후 조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지역 사회의 하나센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종교 단체 등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사실 이제까지는 더 큰 문제, 그러니까 탈북자들의 직업이나 생계에 더 신경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팠을 때 외로움이나 이런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 탈북자들의 힘든 부분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먹고 사는 데 치중하다보면 내 마음이 어떤지 살피는 건 뒷전인 경우가 있죠. 이제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몸과 마음 모두 챙길 때가 됐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가끔은 내 마음의 나이가 몇 살인지, 많이 퇴행된 건 아닌지 살펴보면 좋겠네요.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