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전자제품이 바꾼 남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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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은 한국에서 전자제품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요. 북한에서 제일 품질 좋은 텔레비전도 남한 중고 텔레비전만 못할 거예요. 남한의 전자제품 품질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고장 나지 않아도 더 좋은 것, 더 기능이 많은 것으로 바꾸려고 멀쩡한 것도 폐기로 내놓곤 해요. 이렇게 내놓은 제품들을 보면서 '참 아깝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그래서 가끔 중고 전자제품을 북한에서 쓸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아쉽게도 정치적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요.

기자: 남한에서 가전제품을 자주 바꾸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북한과 어떻게 다르다고 느꼈나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이순희: 대표적으로 휴대전화가 있죠. 남한 사람들은 핸드폰 즉, 이북에서 말하는 손전화기는 2년 정도가 되면 보통 신식 핸드폰으로 바꿔요. 핸드폰이 멀쩡하게 작동되는데도 핸드폰을 안 바꾸면 새로 업그레이드되는 기능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면서 유행을 따라 핸드폰을 바꿔요. 비싼 핸드폰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도 넘는데요. 이렇게 산 핸드폰을 2년이 되면 헐값에 넘긴다니, 처음에는 많이 놀랐죠.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5년 넘게도 같은 핸드폰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젊은이들은 2~3년마다 새로 나온 핸드폰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휴대전화 통신사에서 핸드폰 바꾸라며 각종 할인 행사도 하고 핸드폰으로 이를 (광고) 하기도 해요.

기자: 전자제품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 정착한 지도 15년이 넘었어요. 그럼, 그간 남한의 핸드폰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간략히 얘기해주시죠.

이순희: 제가 2000년대에 남한에 왔어요. 그때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지능형 손전화기가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거든요. 당시 슬라이드폰이라고 하는 밀어서 화면을 올리면 자판기가 나오거나, 폴더폰이라고 해서 전화기를 반으로 접었다 폈다 하는 핸드폰들이 있었어요. 그땐 스마트폰이 없으니까, 핸드폰은 전화나 문자 수신용으로 많이 썼죠.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은 할 수 있었는데 요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와서 거의 아무도 안 썼어요. 그런데 2007년에 미국에서 스마트폰이 처음으로 출시돼서 전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었거든요. 그때까지 아직 남한에는 그런 기술은 없었는데요. 가장 놀라운 건 지금의 한국 기업이 지난 15년간 그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아서 전세계적으로 수출해 판매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다니까요. 요즘 스마트폰은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반으로 접어 뒷주머니에 쏙 넣어서 다닐 수 있게 만든 것도 있어요. 20년 전의 핸드폰과 비교하면 정말 빠르게 발전했어요.

기자: 텔레비전의 품질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기능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에 따라 세상은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순희: 텔레비전도 종류와 크기가 다양한 건 물론이겠지만, 선명도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요. 남한에서는 선명도에 따라서 텔레비전을 선택하거든요. 그래서 화면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작은 점이나 심지어 모공까지 다 보여요. 그러다 보니 출연자들 특히 영화배우들은 더더욱 피부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밤에 라면을 먹고 술을 마셔서 피부가 뒤집어져도 텔레비전 화면에는 뿌옇게 보이니 크게 신경 안 썼을 텐데 요즘에는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관리를 잘하다 보니 배우들은 본인 나이보다 10년, 많게는 20년도 더 젊게 보이는 것 같아요.

기자: 또 최근에는 스마트TV라는 게 생기면서 사람들이 텔레비전으로 정해진 방송만 보지 않고 본인이 보고 싶은 영상을 골라볼 수 있게 됐잖아요?

이순희: 네, 이제는 텔레비전으로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원하는 방송을, 원하는 시간대에 골라볼 수도 있어요. 어렸을 때 북한에서 보던 텔레비전이 생각나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전쟁 참가자로 국가 유공자라서 일본 히타치 기업에서 만든 흑백 텔레비전을 국가로부터 선물 받았어요.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많지 않아서 일요일이나 명절 때면 텔레비전을 보겠다는 사람으로 집이 터질 지경이었어요. 그랬던 세월이 50년도 안 됐는데 남한에서는 텔레비전 같은 전자제품이 넘쳐나서 더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텔레비전이 나오면 산지 얼마 안 된 기존 제품도 버리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생각이 많아지네요.

기자: 사실 전자제품 폐기량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전자폐기물이 약 5천만 톤이나 된다고 해요. 또 전자폐기물이 늘어나는 속도가 전 세계 인구 증가량보다 많다고 하는데요.

이순희: 전자제품이 잘 재활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밥솥, 휴대전화 등 이제는 일상 소모품이 되어버린 듯한 전자제품을 잘 재활용하는 게 중요하죠.

기자: 그럼 전자제품을 올바르게 배출하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저도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세탁기나 냉장고를 새 제품으로 교체한 적이 있는데요. 이럴 경우에 새 제품을 판매하는 분께 미리 말씀드리고 쓰던 제품을 전달해 줄 수 있어요. 아니면 국가에서 폐가전제품 무료 수거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요. 관련 웹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하면 직접 집까지 와서 수거해 가줘서 정말 편해요. 예전에는 새 제품을 사는 것에 비중을 뒀다면 이제는 환경을 생각해서 어떻게 잘 버릴 수 있는지도 신경 쓸 날이 온 것 같아요.

기자: 오늘 얘기 나눈 것처럼 전자제품 발전에 따라 남한 사회가 참 빠르게 변화해 왔다는 걸 새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이순희: 기차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신문을 보는 대신에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든지, 예전에는 귀하디귀했던 텔레비전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길가에 버려져 있다든지, 새 기능이 탑재된 전자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것이 고장 나지 않아도 서로 앞다투어 그 새 제품을 사려는 모습 등을 보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이북 고향에서는 아직 개울가에서 찬물에 세수하고 빨래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북한의 부모 형제들도 기술 발전으로 편리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전자제품 발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