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1) 스트레스 받아!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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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성당 앞 광장에서 열린 청소년 클럽문화 체험 행사 '카르페디엠(Carpe Diem), 이 순간을 즐겨라'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 앞 광장에서 열린 청소년 클럽문화 체험 행사 '카르페디엠(Carpe Diem), 이 순간을 즐겨라'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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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꿈을 먹고 산다고 하죠?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한숨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3포세대'는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3포세대'를 넘어 '5포세대'가 늘고 있습니다. 대인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다는 얘기입니다. 한 취업정보업체가 20~30대 2천8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은 자신을 이른바 '5포세대'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포기한 것은 결혼과 내 집 마련, 출산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레이션 : 대학 졸업해서 취직하고, 연애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어찌 보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삶의 과정들이 점점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유엔이 발표한 세계 158개국의 행복지수를 보면 남한은 10점 만점에 6점으로 47위에 머물렀습니다.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할 시점에 놓인 우리 청년들도 이래저래 사는 게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와 이 얘기 좀 해볼까요?

진행자 : 요즘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 어떤 걸까요?

강남 : 아무래도 중간고사 기간이다 보니까 시험 관련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예은 : 지금 다들 표정이 어두운 것 같아요(웃음).

알렉스 : 저는 시험 보기 전에는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끝났으니까 지금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스트레스 받는다, 스트레스 쌓인다’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스트레스가 영어 단어인데, ‘불편한 상황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이나 긴장상태’라고 해요. 북한에서도 스트레스라고 하지는 않지만 표현이 있을 것 같아요.

강남 : 그냥 ‘힘들다’ 간단하게 얘기해요. 북한에서 힘든 건 먹고 사는 것 때문이지 공부나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이런 것은 남한에 와서 처음 느꼈어요. 북한에서는 매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예은 : 저희는 스트레스를 다양한 이유 때문에 많이 받는데요. 예를 들어 직장 상사와 관계에서 화가 난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학업이나 이런 부분의 중압감, 저는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진행자 : 저 같은 경우는 결혼하라는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웃음).

예은 : 맞아요. 명절 앞두고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앞으로 뭐 할 거니 이런 질문들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그리고 요즘 여자들은 외모 때문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힘들어 죽겠다, 더워 죽겠다, 외로워 죽겠다...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진행자 : 알렉스나 강남 씨는 남한에서 유독 ‘스트레스 받는다, 힘들어, 짜증나, 죽겠다’ 이런 표현들 많이 들은 것 같다는 생각 해봤어요?

강남 : 가장 이해 안 되는 표현이 ‘먹고 살기 힘들다!’ 저 말을 왜 쓰는 거지? 북한에서도 이런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진행자 : 그건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인 거죠.

강남 : 그렇죠. 엄마들이 그런 표현을 많이 써요. 끼니마다 초롱초롱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먹고 살기 힘들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드니까 이렇게 장사하는 거죠. 좀 봐주세요.’라고 말해요. 그 사람 집에 가면 쌀밥은 있겠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빌어도 쌀밥이 없어요. 그게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진행자 : 알렉스는 한국어를 배우잖아요. 이런 표현 들었을 때 이상하지는 않았어요?

알렉스 : 이제는 생각 없이 저도 쓰게 됐어요. 시험 공부할 때 ‘어려워 죽겠다’ 그렇게 말해요(웃음). 그런데 서양에서도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많이 해요. 저는 영국에서 잠깐 직장에 다녔는데, 사람들이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3시 정도 되면 힘들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요(웃음). 어디 가나 그런 소리는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스트레스 정도가 다른 거네요.

예은 : 그리고 기준이 다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한 사회는 북한보다 복잡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도 다양해지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육체적인 부분보다는.

강남 : 앞서 말했지만 북한에서는 스트레스라는 말도 몰랐고, 기껏 힘들다고 했는데 처음 남한에 입국했을 때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 그 속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듣고 ‘이 나약한 사람들’ 이렇게 생각했어요. ‘당신들 사는 게 뭐라고 그렇게 힘들어 해, 그것도 못해? 굶어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뒤에서 큰소리를 쳤는데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니까 저도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무척 익숙해져 있더라고요(웃음).

알렉스 : 확실히 남한 사람들이 서양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인데 한국에서는 윗사람, 아랫사람, 선후배 관계로 직장이나 학교에서 윗사람 앞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 같아요. 서양에서는 일하면서 윗사람이 ‘이것 좀 해줘’라고 하면 ‘힘들다, 싫다’라고 할 수는 있어요.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못하니까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얘기를 더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서열관계라고 하죠. 선배나 상사 앞에서는 사실 자기가 너무 바빠서 일을 못하는 상황인데도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할 일이 늘어나니까 ‘아이고, 죽겠다’라고 한다는 거죠?

알렉스 : 네.

강남 : 진짜 궁금한 건데 남한에서는 왜 이렇게 서열관계가 확실한 거예요?

예은 : 북한도 그렇지 않아요?

강남 :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군대는 서열관계가 확실히 있는데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남한에서는 나이가 한 살 위면 무조건 형님이라 해야 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아랫사람한테 밥을 사줘야 하고, 그런 고정된 문화가 있잖아요. 북한은 직장에서도 선배가 없어요. 그냥 형님이라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당당하게 말해요. 학교에 가도 선배라고 하지 않아요. 윗학년과 싸우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한두 살 아래 위는 허물없이 지내는데, 저는 남한에서 전공이 경찰행정학과이다 보니까 규율이 더 세요.

진행자 : 오히려 북한이 이런 면에서는 외국과 비슷하네요? 사실상 이런 문화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왜냐고 물어오면 정확히 대답은 못하겠지만, 일단 동양권은 유교사회잖아요. 장유유서라고 하죠. ‘찬물도 윗사람부터’라는 사상이 강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군대문화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사회에 진출을 많이 했잖아요. 군대에 있던 계급이나 규율들이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직장에서도 관료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다 보니까 그 계급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아요.

강남 : 그런데 북한은 군대사회가 남한보다 더 탄탄하잖아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제대 후에 사회에서 그렇지는 않거든요.

진행자 : 북한과 비교해보자면 예를 들면 직장에는 부하직원과 상사가 있잖아요. 이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했나 이런 것들을 상사가 평가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상사가 ‘이 일을 좀 더 해’라고 했을 때 ‘저 못합니다’라고 하면 혹시나 나한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강남 : 제가 생각해도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일을 해도 보수가 안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상관이 없는데, 남한은 월급을 타서 가족을 부양하고 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에 상사의 말을 안 들으면 피해가 막대해서 아마 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알렉스 : 남한은 유교 문화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도 예전에는 유교문화가 강했잖아요. 하지만 공산주의로 그런 문화가 조금씩 약해지고, 북한도 그래서 약해진 게 아닐까 생각해요.

진행자 : 사실 알렉스가 다니는 대학원이나 예은 씨가 다니는 학교만 해도 이런 문화가 덜 할 것 같은데, 또 취업을 하면 직장에는 기성세대들이 있으니까 반복되는 거죠.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항상 듣는 얘기가 ‘요즘 애들은 왜 이래?’고요. 요즘도 학교에서 서열문화가 심한가요?

예은 :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없어졌고요. 과마다 조금 다르긴 한데, 저희 과 같은 경우는 선후배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선배가 주는 술을 거부해서는 안 되고 그런 문화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선배들이 마시고 싶지 않으면 안 마셔도 된다고 배려해 주기도 해요.

내레이션 : 남한 사회에 강하게 뿌리박힌 서열문화. 서열문화로 인해 분명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왔을 텐데, 어쩌면 남한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알렉스나 강남 군에게는 유독 그 부분이 피부로 느껴졌나 봐요. 그렇다면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숙제는 뭘까요?

강남 : 직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거고.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은 : 저 같은 경우도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까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지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보다는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될까,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

알렉스 :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해야 계속 남한에 있을 수 있는데, 한국을 좋아하지만 남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 집단주의나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것도 많이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졸업하면 어떻게 할까. 다른 나라에 가서 살까, 남한에서 열심히 해볼까 그런 스트레스는 받고 있어요.

내레이션 : 스트레스를 받기만 한다면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겠죠? 몸과 마음의 긴장상태를 적절히 풀어줘야 하는데요. 남한의 청춘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청춘만세>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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