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캠핑카, 전국을 누빈다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0.07.29
camping_car_b 2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 도로에 캠핑카 등이 주차돼 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가족이나 지인끼리 차 안에서 숙식하는 차박이 유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지만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 19여파로 올여름 휴가는 예년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 지난 주 전해드렸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요즘 차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고 마음 먹은 곳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이른바 캠핑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죠.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 모시고 자세한 얘기 들어봅니다.

숙식해결하고 가고 싶은 곳 맘껏 다니는 캠핑카

보통 움직이는 집이라고들 표현하는 캠핑카는 한 가족 구성원 5~6인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 싱크대, 가스레인지, 화장실, 냉장고, 히터 등의 설비를 기본으로 갖추고 차량 내에서숙식하며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여행하는 것을 오토캠핑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캠핑카보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오토캠핑의 의미는 자동차에 텐트와 취사도구 등 장비를 싣고 캠핑장으로 이동해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쓰인다.

캠핑카는 캐러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집시들이 포장마차에서 생활도구를 싣고 캐러번을 이뤄 유랑하던 모습 가깝게는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포장마차를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캠핑카 문화, 서구는 1800년대 말 한국은 1960년대 부터

캠핑카 문화는 자동차 산업의 발달과 함께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레저문화가 함께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접목이 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레저로서 캠핑의 대중화를 이끈 사람은 영국의 여행가이드였던 토마스 하이램 홀딩(Thomas Hiram Holding, 1844~1930)이다. 야외 생활을 좋아해 1901년 캠핑 마니아들을 모아 최초의 캠핑 그룹을 엮은 데다 1908년에는 ‘캠핑 가이드북’도 펴냈다.

이후 자동차에 잔뜩 장비를 싣고 야외로 나가는 오토캠핑은 자동차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본격적인 열풍이 일어난 때는 2차 대전 이후인 1950년대 초반이다. 당연히 자동차로는 넉넉한 공간의 차가 주목받았고 캠핑카로 개조된 차종도 대부분이었다.

나아가 편리함에 대한 욕구는 아예 안에서 숙박까지 해결하려는 욕구로 연결돼 아예 별도로 캠핑카를 제작하는 곳도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캠핑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장비를 매고 산과 계곡을 찾아 떠나던 때가 1960년대다. 물론 지금은 장비를 자동차에 싣는 데다 경량 및 소형화로 무게 부담도 많이 줄였지만 그보다 자연 속에 머무르려는 인간의본성이라는 점에서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캠핑 인구만 400만명이 넘고 전국의 캠핑장 숫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정도다.

2030세대로 확대된 ‘차박’ 열풍

차에서 잠을 잔다.... (車泊)'은 자동차를 타고 산·바다·계곡으로 떠나... 국내 차박 문화는 낚시인이나 등산객이 한밤에 쪽잠을 자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최근엔 오토 캠핑을 하지 않고 곧바로 차박을 시작하는 20~30대들이 차박 문화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여가라기보다는 고행에 가까웠다. 불편하고 위험하고, 장점보다는단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여가문화가 확산되고 ‘차박’을 돕는 각종 물품이 출시되면서상황이 확 달라졌다.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오롯이 느끼는 데서 오는 희열, 여행을 관광이 아니라 모험이게 만드는 충동과 무모함까지, 차박은평범한 여행이 주지 못하는 일탈의 경험과 매력을 듬뿍 선사해주며 코로나19 시대에 딱 맞는 신개념 피서로 각광받고 있다.

차박 열풍은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인스타그램에는 ‘#차박’ ‘#차박캠핑’ 해시태그 게시물이 20만개를 넘어섰고,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린 3~5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차박’을 검색한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불멍'사진들도 많이 올라와 있는데 ‘불멍’은 캠핑을 가서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의 신규 회원 가입자 수는 2월 2600명에서 5월 1만6600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차박’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더 확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19 시대에 낯선 이와 마주치지 않으면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차박이 크게 늘어난 계기가 됐다.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일반 텐트 캠핑과는 비교 불가다. 동물, 벌레, 치안 범죄 등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받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비바람 등 악천후나 소음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캠핑장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궂은 날씨와 무개념 캠퍼들의 소음이다. 차박은 차에 들어가 커튼을 치고 누우면 외부 소음이 대부분 차단되고 반대로 내부에서는 적정 수준의 대화나 음악소리를 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텐트가 날아갈 걱정 없이 편하게 잘 수 있다. 오히려우중 차박의 매력에 빠져 일부러 비 오는 날을 골라 캠핑을 떠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탁월한 편리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차박의 경우 텐트, 의자 등 각종 장비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언제든 내킬 때 훌쩍 떠나면 된다. 물과 간단한 음식 정도만 챙기면 되기에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 당일치기 여행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캠핑장 예약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최근 캠핑 붐으로 웬만큼 알려진 캠핑장의 주말 예약은하늘의 별 따기 수준. 차박은 사전 예약이 필요 없고 주차만 가능하면 어디서든 숙박이 가능하다.

일반차를 캠핑카로 개조(튜닝)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 .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승인한 캠핑카 튜닝 대수는 3천214대로, 지난해 동기(1천119대)보다 2.9배 급증했다. 이는 작년 연간 캠핑카 튜닝 대수(2천195대)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캠핑카 튜닝 대수가 급증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데다 다중 밀집시설을 찾는 대신 캠핑을 즐기려는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목적지 경관과 더불어 편의시설도 점검해야

강이 보고 싶은지, 호수와 산이 보고 싶은지, 바다로 떠날 것인지 목적지 선택은 일반적인 여행지 선택과 비슷하지만, 차박이라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포장된 도로위에서 묵을 것인지, 아니면 비포장도로, 즉 노지 위에서 잠을 청할지 여부다.

비포장 지역은 나만의 풍경을 즐길 수 있지만, 도로가 완만하지 않고 가로등 하나 없이 외딴곳일 가능성이 높아 초보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

차박을 처음 떠나는 이라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주위에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나를 살펴야 한다. 공용화장실과 개수대는 가까울수록 좋다. 식사를 준비하고 간단한 설거지 등을 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다. 먼 거리를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차박지를 선택하는 것이 방법이다.

초보자들에게 무난한 장소는 강원도 해변쪽

양양 물치해변(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정암리)과 정암해변은 바닷가를 좋아하는 차박 초보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물치해변은 최근 서핑의 새로운 성지로 뜨고 있는 곳인 만큼 서핑(파도타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일석이조다.

강원도 속초와 가깝고횟집, 카페,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많아 차박하기에 편리하다.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어 차를 세울 장소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외국 해변을 찾은 듯한 데크가 어우러져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선사한다.

물치해변 인근에 위치한 정암해변 역시 차박 명소로 꼽힌다. 해변과 나란히 자리한 해파랑길 곳곳에 마련된 쉼터가 인기장소. 동해안에 위치한 만큼 바닷가에서 차박을 하며 맞는 일출이 특히 아름답다.

가족 여행객에게는 서해에 자리 잡은 충남 당진 왜목마을(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을 추천한다. 아이가 있으면신경 쓰이기 마련인 화장실 등 주변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다. 동해에 일출이 있다면 서해에는 일몰이 있다. 일몰 시간대잔잔한 바다와 어우러진 분홍빛 하늘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택했다면 하루쯤차박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능해변(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은 최근 인기가 많은 곳이다.

바다 너머로는 비양도가 보이고, 맑은 바다와 백사장을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색다른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강이나 해변과는 색다른 경험, 산에서 하는 차박

해발 1100m에 위치한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마을(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1길)’은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명소다. 백두대간에 위치한 만큼 높은 지대에서 뻥 뚫린 산 절경을 바라볼 수 있다. 해발 1100m 고지대로 사방이 밭이어서 큰 불빛이 없기 때문에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은하수도 감상할 수 있다.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한 산속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초록색 배추밭이 만드는 절경이 압권이다.

특히 고도가 높아 시원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도심의 무더위가 답답하다면 피서 삼아 떠나기 좋다.

산과 어우러진 강 풍경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강원도 홍천강(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이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홍천강을 따라 달리다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워도 좋고, 편의시설이 딸린 곳을 원한다면 모곡밤벌유원지를 찾아가도 된다. 자갈밭 앞에 펼쳐진 강줄기와 푸른 산의 조화가 여름철 속을 뻥 뚫리게 만들어준다. 여름철 물놀이와 민물낚시를즐기기에도 좋다.

캠핑카를 타고 금강산을 거쳐 개마고원 거쳐 백두산까지 달려 보는 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요. 간절한 바람을 또 가져보면서 캠핑카 얘기로 함께한 열린문화여행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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