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별다른 대책이 없어 예측 가능했던 북한의 비 피해,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습니다. 이곳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간부들을 비판하면서 그 책임을 김덕훈 총리에게 돌렸습니다. 통신은 특히 김정은이 "최근 몇 년 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예진: 영 심상치 않은 분위기네요. 그런데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모습을 전한 이번 뉴스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먼저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허벅지까지 차는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는데요. 의도된 바가 없지 않아 보입니다. 뭘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김금혁: 사실 너무 뻔한 수법이죠.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불만들을 잠재우겠다는 것이죠.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의 태풍 피해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농장이 물에 잠겼고 제대로 된 복구 조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아 사실상 방치 상태로 놓인 곳들이 한두 곳이 아닌데요. 특히 평안남도는 주요 곡창 지대 중 하나고 많은 농장들이 위치한 곳입니다. 이곳의 피해 상황으로 보았을 때 안 그래도 어려운 식량난 속 올해 식량 생산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최근 북한의 아사자 숫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고 식량난에 직면한 주민들이 결국 참다 못해 강력 범죄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죠. 여러모로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 같습니다. 민심이라는 건 한번 이반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허벅지까지 차는 물에 들어가서라도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예진: 북한에선 경제적·사회적 불안 상황이 생길 때마다 그 책임을 당 간부들에게 돌려왔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던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그 화살이 향했는데요. 숙청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일단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즉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 비추어 본다면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비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달뱅이, 저능아, 너절하다' 등등의 매우 강한 불만이 담긴 표현을 써가며 북한 주민 전체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김덕훈 총리를 비판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런 비판은 단지 김덕훈 개인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이끄는 내각 전체를 싸잡아 비판했기에 숙청의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이고요. 향후 북한 내부가 예측할 수 없는 혼란과 공포로 뒤덮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죠.
김덕훈 총리는 그간 김정은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극소수의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김정은과 똑같은 가죽 자켓을 입고 공개 행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몇 명 없지 않았습니까? 그 중 하나가 바로 김덕훈 총리였습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 59세에 내각 총리로 발탁 된 후 김정은의 신임을 받던 그가 이 지경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아끼던 부하마저 매몰차게 내쳐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 내몰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예진: 김덕훈 총리뿐만 아니라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도 예고됐죠. 침수 피해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막말까지 했습니다. 대대적인 인사조치, 혹은 숙청작업으로 갈 수 있음을 내비쳤는데요. 지금 시점에 내각을 바꾸려는 의도는 뭘까요?
김금혁: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북한이 처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사태를 책임질 인물이 필요합니다. 뭔가 잘못 돌아가도 한참 잘못 되어가고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주민들의 불만을 더욱 북돋겠죠. 그렇다고 김정은이 머리 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그 희생양이 바로 김덕훈인 셈입니다. 이런 행태는 반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죠.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내 식량사정이 최악으로 치닫자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서관히(서관희의 북한식 표기) 농업담당비서를 간첩으로 몰아 처형하고 '심화조 사건'을 조작하여 수많은 간부들을 숙청했습니다. 나중에 상황이 좀 개선되자 '심화조 사건'으로 억울하게 몰렸던 간부들을 사면하면서 그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고요. 지금의 사태가 그때와 매우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덕훈이 총대를 메고 죽어야 김정은이 산다는 계산 하에 자신에게 충성하던 심복을 숙청하려 하는 것입니다. 내각 전체를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덕훈 혼자 책임지는 것으로 부족하니 김덕훈을 따르던 조직 전체를 없애 버리고 마치 쇄신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다른 조직의 기강도 잡고 북한 내 분위기를 공포로 몰아가겠다는 의도입니다. 이것 역시 이미 해봤기 때문에 그 효과를 잘 알고 있다고 봐야죠.
이예진: 사실 북한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재난, 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종종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도 별다른 요청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폭우 피해를 입은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국제사회보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양과 베이징, 평양과 모스크바 사이 비행길이 다시 열리는 추세고 이미 육로는 열렸다고 봐야겠죠. 지금 이 시점에 국경이 열리고 있는 것은 아마도 물밑 접촉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의 지원이 들어갈 예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북한도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이제 지원은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가 아닌 '언제,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받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지난달 18일 판문점을 통해 월북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에 대한 소식이 드디어 전해졌습니다. 아직까지 신상에 별 이상은 없어 보이죠?
김금혁: 북한이 지난달 18일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지난 16일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킹 이병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결과' 제하 보도를 발표하고 킹 이병이 북한 영내에 "불법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통신은 지난달 18일 "관광객들 속에 끼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돌아보던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게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측 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근무 중에 있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트래비스 킹은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 나라(북한)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 학대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미국 내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자신들이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인권탄압에 대한 압박을 조금이라도 전가하려는 의도겠죠. 그렇기에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트래비스 일병을 언론에 소환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예진: 트래비스 킹에 대한 소식은 계속해서 새로운 뉴스가 전해지는 대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