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귀환하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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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28일 저녁, 한국에선 북한 관련 속보가 전해져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 인력 수백 명이 귀국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북한이 뭔가 달라질 준비를 하는 것 같죠?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다수의 언론매체에 의하면 지난 28일, 중국 단둥에서 북한 인력 300∼400명이 버스를 이용해 북한 신의주로 이동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이날 오전부터 북한 인력을 실은 버스 10여 대가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갔다고 전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29일에도 북한 인력 100여 명이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등 이번 주에만 500명이 넘는 인원이 귀국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귀국하는 북한 인력은 학업을 마친 유학생과 오래전 임기를 마친 파견 공무원 및 무역상, 환자들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1주일여 전부터 단둥에 집결해서 귀국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귀국 대상 인력에게 개별적으로 귀국 계획을 알리고 준비하도록 했으며, 귀국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들은 신의주에서 1주일 가량 자가 격리한 뒤 평양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 우선 코로나 19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3년 7개월 만에 정식으로 국경을 개방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가장 먼저 어떤 변화가 예상되십니까?

김금혁: 무엇보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죽어있던 북한의 장마당이 곧 부활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장마당은 북한 내수시장을 떠받치고 북한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그런 북한만의 경제 체제였습니다. 주로 중국과의 밀무역, 합법적인 무역 등을 통해 물품을 들여오고 그것이 유통되면서 북한 내부에 돈이 흐르게끔 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닫히면서 모든 공식, 비공식 무역로가 다 막힌 상황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마당도 서서히 죽어갔고 장마당에 의지했던 수많은 상인들과 장마당을 통해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입하던 시민들도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앞으로 추이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던 중국에서 지내던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나 유학생들이 북한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무역로도 다시금 재개가 될 것으로 예측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보도해드렸듯이 북한에서도 중국 관광객들을 받기 위한 준비가 진행중으로 보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국경은 지속적으로 더 확대 개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예진: 사실 위험도는 좀 낮아졌다고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요즘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국경을 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아사자가 급증하는 것이 결국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것 같고요. 중요하게는 국가가 식량을 공급해주지 못하더라도 주민들이 알아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것 역시도 장마당을 통하는 길 이외에는 없고 장마당이 열리려면 북중 국경 개방은 필수인 거죠. 저는 북한 당국이 이제 국경을 개방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더 고집을 피웠다가는 정말 분노가 폭발한 주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죠. 얼마전 저희가 보도해드린 것처럼 올해 역시도 식량 생산이 시원치 않고 자연재해까지 겹쳐 더 극심한 식량난이 예고되고 있지 않습니까. 김정은도 그것 때문에 김덕훈 내각을 제물 삼아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해보려고 하고 있는 것이고요. 국경 개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예진: 저희 RFA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 25일 러시아로부터 북한으로 송환된 이들은 탈북을 시도하다가 체포돼 감금됐던 노동자들과 간부들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선 이들의 귀국이 시급했을 것 같은데요. 반대로 해외 파견 일꾼들 입장에선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요?

김금혁: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북한으로 대거 귀국하는 사람들의 경우 앞으로 북한 당국의 집중적인 감시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상 귀국 시점을 한참이나 넘겨 꽤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하게 된 사람들인 거잖아요. 한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들에 북한도 과연 이들이 지금도 북한에 충성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한 의심이 가득할 것입니다. 추측컨데,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도 북한 당국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을 것입니다. 북한의 국경이 완전히 닫히면서 이들은 서신거래도 할 수 없었고 ,그동안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어떤 연락도 할 수 없었죠. 이들 입장에서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잘 지내는지, 코로나에는 걸리지 않았는지 등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고,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는 북한 당국이 실망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북한으로의 북송이 가까워지자 러시아를 비롯한 곳곳에서 탈북 시도가 급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들이 북한으로 어찌어찌 잘 들어간다 할지라도 매우 강도높은 사상재교육을 받아야 할 운명이고 혹여 그 과정에서 자그마한 실수나 설명할 수 없는 행적이 발견된다면 이들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요약한다면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인력의 전면적인 교체를 통해 불안감을 미리 제거할 것이고, 교체되어 북한으로 들어오는 인력들은 대부분 보위부의 강한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이 지난 24일, 정찰위성 발사에 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했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24일 새벽 3시50분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로켓 '천리마-1형'를 발사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천리마-1형의 1, 2단 로켓은 모두 정상 비행했지만, 3단 로켓은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의 오류로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통신은 정찰위성 발사, 약 2시간30분 만인 지난 24일 오전 6시15분 외국 대상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실패 소식을 전했는데요. 그러나 북한 주민이 모두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 매체는 제2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예진: 북한이 1차 정찰위성 발사를 실패했을 때도 처음엔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20여 일 지나서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도 비슷할까요?

김금혁: 저는 이번에는 아예 알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이 3차 발사 계획을 밝혔죠. 당 창건기념일이 있는 10월 안에 쏜다고 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3차 발사까지 지켜보고 만약 그것이 성공할 경우 그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3차도 실패한다면 그것 역시도 숨기겠죠. 인공위성은 북한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중요한 전략 과제입니다. 그것이 계속 실패한다는 것은 결국 김정은 리더십의 실패로 귀결되는 것이기도 하죠.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독재자가 계속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권위가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북한은 더더욱 보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예진: 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또 한번의 정찰위성 발사에, 국경 개방을 통한 경제 효과, 스포츠 등 성공적인 해외 교류까지…지금부터 김정은 이름으로 이뤄내야 할 성과가 워낙 많다 보니 여러 가지로 조바심이 날 것 같은데요. 김정은 업적 쌓기에 북한 주민들이 지금보다 더 혹사당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