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 비신사적 행동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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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금 한국에서 북한 관련 소식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건 아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에 대한 소식일 겁니다. 관련 기사에 달린 의견도 가장 많은데요. 그중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보인 뉴스는 뭘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격 단체경기에서 북한 대표팀이 관례를 깨고 시상대 위에서 메달리스트들의 공동 사진촬영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영국의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사격 10m 러닝타깃(달리는 목표물)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1668점을 기록해 5개 참가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2위 북한(1668점)과 총점은 같았지만, 이너텐(Inner Ten·10점 정중앙) 횟수에서 한국은 39차례, 북한은 29차례로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북한 대표팀은 침울한 표정으로 은메달을 받았습니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북한 선수들은 정면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봤습니다. 기념촬영에서 논란은 커졌습니다. 통상 국제대회에서는 메달리스트들이 1위 자리에 함께 올라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동메달을 딴 인도네시아는 한국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1위 자리로 올라왔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를 부르며 올라오라고 손짓했지만 이들은 끝내 이를 외면했습니다.

이예진: 이를 두고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북한이 한국을 모욕했다, 북한이 추태를 부렸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국제대회 관례를 몰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번 일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이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인 남북관계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 5년 전인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를 떠올린다면 그때는 남북관계가 훈풍이 불던 시절이기에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기도 했고, 아주 자유롭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남북한 선수들 사이에 가벼운 대화나 인사 정도는 허용되던 시절이었죠. 서로 기념품도 챙겨주는 선수들도 종종 있었고요. 그러나 그건 5년 전의 이야기이고 현재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습니다. 연일 남한을 향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협박이 이어지고 있고, 남한도 이에 질세라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등 대북 정책의 강경 기조는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죠. 이런 남북한의 분위기가 이번 대회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늘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대놓고 표출하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나 유학생들도 남한 사람과의 일체 그 어떤 접촉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남한 손님들이 북한 식당을 찾아가도 문전 박대당하거나 서비스의 질이 형편없이 낮아지는 등 불편한 속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죠. 이번 선수들 사이의 마찰도 결국 그 연장선이라고 봐야 합니다. 눈치 없는 몇몇이 혹시라도 북한 당국의 지시를 어기고 남한 선수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다면 선수단 전체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아마 항저우에 오기 전부터 철저히 교육을 시켰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주고 받는 것은 정치, 역사를 떠나 스포츠에 종사하는 프로 선수로서 서로 상대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신성한 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마저 정치적 이유로 무시하며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는 북한이 여전히 정상국가가 되려면 멀었다는 사실만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이예진: 대회 내내 예선 및 준결승, 결승 등에서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맞붙게 될 일이 좀 있을 텐데요. 이런 일이 종종 있겠네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북한 유도 대표 김철광 선수는 25일 한국선수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악수를 거부하고 돌아섰습니다. 김철광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kg급 16강에서 남한의 강헌철 선수와 남북대결을 펼쳤습니다. 강헌철 선수가 먼저 점수를 획득하며 승기를 잡았지만 정규시간 종료 직전 북한 김철광 선수에 한판승을 당하며 경기에서 패배했죠. 16강에서 탈락한 한국의 강헌철 선수는 패배 이후 김철광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갔지만 김철광은 뒤를 돌아 그대로 코트 밖으로 나갔습니다. 유도는 특히나 예의와 규범을 중시하는 스포츠입니다. 경기를 치른 두 선수가 승패 여부와 상관 없이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퇴장하는 것은 유도의 신성한 의식의 일부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북한은 그것을 어겼습니다. 김철광 선수는 2018년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는 한국선수들과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경력까지 있던 선수였습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던 선수가 이번에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은 결국 북한 당국의 철저한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이예진: 북한의 관례를 무시한 비신사적 행동에 대해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도 이런저런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의외였던 건 북한 선수들을 이해한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 선수들의 비신사적 행동에 대해 못마땅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냐는 동정 여론도 있었습니다. 즉 자신들이 인사를 나누고 반갑게 악수하고 싶어도 북한 당국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었죠. 결국 비판의 화살은 선수가 아닌 그들에게 이런 모습을 강요한 북한 당국에게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오지행인데 기념 촬영이 하고 싶겠냐’, ‘사진 한 장에 목숨이 달려 있잖아요’, ‘아마도 악수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북한에 돌아가서 문책 당할 겁니다. 북한은 그런 곳 아닙니까?’, ‘속마음을 숨겨야만 편안하게 살아남는 방법인데 우리 모두 이해합시다’, ‘악수하고 싶었겠지만 삼족이 고초를 겪어야 하니 못하는 거다’, ‘북한 정권의 지시가 있었다면 정말 한심하네. 어린 선수들이 뭔 죄냐?’ 이런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이예진: 북한 선수들의 비신사적 행동에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자책이 제일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러고 보니 북한은 아직까지 주력 종목에서도 금메달 소식이 없네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27일 현재까지 북한의 금메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며 호기롭게 출전한 북한이지만 예상외로 부진하며 금메달 획득에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인데요. 현재까지 북한은 축구, 탁구, 기계체조, 사격, 유도, 복싱 등 5개 종목에서 은메달과 동메달만 획득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금메달을 노릴 수 있었던 사격에서 연이은 실수들이 발생하며 은메달에 그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력 종목 중 하나인 남자 사격 10미터 달리는 목표물 사격에서 정상 단체전과 혼합 개인전 모두 은메달을 그친 것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애초 사격경기에는 중국이 참가하지 않고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강국이긴 하나 북한은 늘 해당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기에 이번에도 역시 기대가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체전 결승에서 북한은 경기 내내 1위를 고수하다가 마지막 순서로 나선 유성준 선수의 실수로 한국에 역전패를 당하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패배의 충격 때문인지 함께 출전했던 북한의 박명원 선수는 눈물을 흘렸고 북한팀은 1위 단상에 함께 사진 찍을 것을 제안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손길도 뿌리쳤습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한 유도 종목 역시 여자 70kg급 결승에서 북한 유도계의 최강자라 알려진 문성희 선수가 일본의 다나카 시노 선수에게 패배하며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정에서 북한이 과연 몇 개의 금메달을 쟁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북한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만큼 다만 한 개라도 금메달을 획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이 만든 논란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한국에선 인공기라고 부르는 북한의 국기 사용이 금지됐음에도 개회식부터 각종 경기에서 게양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전해주시죠.

김금혁: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앞세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등장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종종 북한의 인공기가 보였는데요. 이것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자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내거는 것은 당연하지만, 북한은 도핑 문제로 올림픽을 제외한 대회에서 국기 게양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그런 금지 조치들을 무시한 채 인공기를 펄럭이며 입장을 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죠. 세계도핑방지기구는 지난 2021년 10월 북한 반도핑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올림픽, 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의 게양을 금지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모든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반드시 숙지하고 따라야 하는 엄격한 규칙입니다.

북한이 이런 규제 조치에서 벗어나려면 외부 감시단의 사찰 등 시정 조치가 필수적이지만, 북한 당국의 비협조와 코로나19로 그것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2021년 내려진 북한 인공기 게양 금지 조치는 지금도 유효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대놓고 인공기를 사용함으로써 또다시 불량국가라는 세상의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비판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 준비위원회가 뭘 하고 있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제 규정이 버젓이 있고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북중관계를 고려해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북한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인 것이죠. 중국 측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甲,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