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탈북민 한국 정계 진출은 양날의 검?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3.12.27
[화제성 갑] 탈북민 한국 정계 진출은 양날의 검? 한국의 현 여당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젊은 탈북민 인재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 정책보좌관(왼쪽)과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 ‘국민의힘, 박충권 제공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한국의 현 여당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여기에 탈북민 인재 두 명이 포함돼 화제인데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의 여당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두 차례에 걸쳐 지금까지 13명의 영입 인재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범죄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비롯해 하정훈 서울대학교 의학 학사, 윤도현 자립준비청년 지원단체 대표 등 과학, 사회적 기업, 농업, 경제, 다문화, 언론, 사회적 약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여기에 평양 국방종합대를 졸업한 북한 출신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과 북한 출신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 정책보좌관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으며, 2차 영입 인재 8명 중에는 여성과 1990년 이후 출생인 젊은 세대의 비율이 각각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예진: 일단 축하드리고요. 그럼 앞으로 금혁 씨와 박충권 씨는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 겁니까?

 

김금혁: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탈북민 두 명을 동시에 인재로 영입한 것은 지난 21대 총선 태영호, 지성호 의원 이후 두 번째입니다. 그만큼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커졌음을 의미하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에 있어 탈북민들이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까지는 아직까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보통의 경우 과거 선거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지역구 출마나 비례 대표 후보자로 활동을 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이예진: 탈북민의 한국 정계 진출은 조금씩이긴 해도 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견을 보면 북한과의 관계가 극에 달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탈북민 인재 영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꽤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한국에서 탈북민들의 정계 진출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탈북민의 정계 진출은 항상 양날의 검 같은 것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유권자는 누구나 피선거권을 갖습니다.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이 정계로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죠. 주로 탈북민 집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부정적 의견을 내곤 하는데, 저는 탈북민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하는 모습을 통해 이런 부정적인 의견도 불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과로 보여주는 것 말고 이분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거든요. 좋은 의회 활동과 생산적인 정책 입안을 통해 탈북민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잘 동화되었고, 그들은 더 이상 이질적인 집단이 아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집단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이번에 영입된 저와 박충권 씨는 80, 90년대생들입니다. 흔히 북한에선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죠. 이런 젊은 세대가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고 나아가서 통일문제나 대북관계의 중요 정책들을 입안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사뭇 크다고 봅니다. 결국 어떤 메시지, 어떤 내용을 북한에 전달하느냐가 중요하겠죠. 나랑 동갑내기인 친구가 한국에 가서 국회의원도 하고 통일 정책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에 전해진다면 장마당 세대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부분이고 아마 김정은에게 이런 새 바람이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예진: 특히 북한 출신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와 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남한토박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혹은 조금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남북관계는 지난 70여 년 동안 풀지 못한 한국 정치의 지상 최대의 숙제 중 하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대통령들과 정치인들이 나섰지만 결국 도돌이표에 그쳤고 현재의 모습에 이른 것이겠죠. 저는 앞으로의 대북 정책, 2030년을 바라보는 남북관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한민족공통체라는 민족 담론에 의거해서 통일 정책이나 남북관계를 설계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진보한, 훨씬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남북관계는 더 이상 양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속의 남북관계로 확대시켜 국제적 기준과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중국도 있고 러시아도 있고 풀어야 할 관계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체급을 키우고 기준을 달리 하여 국제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방패막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못하던 관례를 깨고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 질서를 주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이 가진 인지도와 국제적 위상을 십분 활용하여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한 우방국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동의 목소리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죠. 항상 미국의 주도 하에 이루어 지던 것들 아닙니까. 이젠 한국이 그 주도적 역할을 되찾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성탄절을 맞아 북한과 맞닿은 경기 김포 애기봉에 성탄 트리 모양의 조명 시설이 10년 만에 설치됐습니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접경지역 생태관광지인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10년 만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개최됐습니다. 김포시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탐방로에 성탄 트리 모양으로 조명 시설을 설치하고 점등식을 열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열리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 해넘이 야간기행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됐습니다. 애기봉 조명 시설은 군사분계선에 인접해 있어 북한이 '반공화국 심리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고 지난 2014년 철탑을 철거한 이후 점등식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예진: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맞아 남한 땅의 애기봉에 성탄 나무 모양의 조명을 켠 것뿐인데, 남북관계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점등과 취소가 반복되며 그 사이에 등탑이 철거되기도 했죠?

 

김금혁: 1971년부터 매년 성탄절엔, 경기 김포시 애기봉 성탄 트리에 불이 켜졌습니다. 애기봉 트리는 군사분계선과 불과 600m 거리에, 높은 철탑 위에 있어, 북한 주민들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애기봉 트리가 '대북선전시설물'이라고 주장했고,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2004년엔 남북 군사회담 합의로 점등이 중단되기도 했고, 2010년엔 포격 위협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4년 국방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철탑을 철거했습니다. 최근 애기봉 트리를 다시 설치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김포시는 군 당국과 협의해 어렵게 열었다며, 앞으로 애기봉 트리 점등 행사를 평화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남과 북이 갈등을 빚고, 결국 북한이 군사 공격까지 가했던 애기봉의 성탄 트리, 북한이 그토록 격렬하게 반대했던 속내는 과연 뭘까요?

 

김금혁: 너무 예쁘고 밝잖아요. 북한은 전방에 나가 있는 병사들이 그런 남한의 밝은 빛과 트리를 보면서 동요할까 그것이 걱정되는 것입니다. 대북확성기에 대해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항상 반대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고 실제 대북 방송을 듣고 탈출을 감행하는 북한 병사들이 속출했기에 기를 쓰고 그것을 막고자 한 것이죠.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캄캄한 밤에 애기봉 트리와 같은 높이의 구조물이 불을 밝힌다면 북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김포 맞은편 북한에는 군인도 있고 일반 북한 주민도 있는데 이들이 모두 심리전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은 전기 사정이 어려워 한겨울 난방도 나무를 때다가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인데, 남한은 일반 구조물에 저렇게 환한 등을 달고 있으니 비교가 크게 되겠죠. 저는 북한의 이런 반응을 볼 때마다 오히려 한국이 가진 심리전 수단들의 효능을 북한이 검증해주는 것 같아 오히려 더 이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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