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철밥통’이 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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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봄이 오는 소린가 했더니, 왠 밥그릇 깨지는 소리냐구요? 방금 들으신 소리는 그냥 밥그릇이 아니고, 철밥통 깨지는 소리였습니다. 철 재질로 만든 밥통. 밥을 담그면 뜨겁고, 재질상 무거워서 밥통이라는 용도에는 적절하지 않은데, 주로 비유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죠.

사실 ‘철밥통’이란 단어의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습니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 없이 근무한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철밥통’이라고 불렀거든요. 중국어로는 ‘티예판완’이라고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주다보니 능력이 없어도 해고될 일은 없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많은 민영기업들이 생기고 경쟁원리가 도입되면서 ‘철밥통’이란 말도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웃나라인 한국에서는 최근까지도 ‘공무원=철밥통’이란 등식이 성립돼왔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이 등식도 깨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울산시에서는 근무태만을 이유로 시청 5급 사무관을 쓰레기 분리요원으로 발령냈거든요. 5급 사무관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꽤나 ‘높은 자리’에 해당하는 직위구요, ‘쓰레기 분리요원’은 아주 낮은 직위입니다.

이처럼 울산시가 보직을 박탈하고 단순노무직에 파견한 5급에서 7급 공무원은 모두 13명에 이릅니다. 울산시 자치행정국 최병권 국장의 말입니다.

최병권: 정말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는 그만한 인센티브를 주고, 부적격자로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조직에서 퇴출시키는...

여기서 ‘인센티브’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을 뜻하는 영어단어인데요, 특히 종업원의 근로의욕이나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높이는 것을 이릅니다.

이같은 ‘철밥통 깨기’ 인사실험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시도 무능한 공무원을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나섰고, 서울시도 다음 달부터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하위직 공무원부터 2급 국장급 공무원까지 대부분의 직급이 대상에 포함돼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된 공무원들은 6개월간 교통량 조사나 시설물 안전점검, 담배꽁초를 막 버리는 사람을 단속하는 등 일선현장에서 수행하는 단순 업무를 맡게 됩니다. 이 공무원들은 6개월 뒤에 재심사를 통해 복귀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래도 업무태도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에는 퇴출된다는 게 권영규 서울시 행정 국장의 설명입니다.

권영규: 인사위원회 거친 직위해제 공무원이 일정기간 보직을 받지 못하면 자동 해임될 수 있습니다.

북한 쪽은 어떨까요? 북한 공무원도 ‘철밥통’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탈북자 김진하씨는 말합니다. 김씨는 1998년에 탈북하기 전, 함경북도 온성지구 공업부문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습니다. 김씨는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을 썼습니다.

김진하: 자기가 크게 과오를 범하지 않으면 물론 그 자리에 그냥 눌러있어요. 그리고 성분이 좋으면 승진도 하구요. 아무래도 노동자, 농민들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여기 한국처럼 여유가 있어서 여유를 부릴만한 시간은 없어요.

하지만, 북한도 지난 2005년에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공무원 평가제를 도입해,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6년 조선민주주의 공화국법전’ 증보판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공무원 평가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일정한 기준에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바뀐 걸까요? 한마디로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고들 공무원들을 말합니다. 지나간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니, 철밥통 말고,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보수의 자리인 금밥통을 차지하던지, 언제 깨질지 모르는 흙밥통으로 만족하던지 해야겠죠?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