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폭염 피해 속출 "지구적 현상...온난화가 원인"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07.26
weather_forcast.jpg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4일 오후 2시 경북 영천시 신령면 낮 최고기온이 40.2도를 기록했다.
사진 - 연합뉴스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여름철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북한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펄펄 끓는 폭염이 이어지는 올해 여름, 남한에서 1942년 이후 섭씨 40도를 돌파하는 지역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부산 1904년, 서울 1907년 등 현대적인 기상관측 장비가 도입된 20세기 초반이래 한국 내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은 것은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기록된 40도 한 번뿐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경상북도 의성의 낮 기온이 39.6도까지 치솟으면서 남한 전국 최고 기온이자 올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역대 기록 관측상으로도 공동 5위에 해당하는 높은 기온입니다.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측정한 경북 영천, 경기 여주의 낮 최고기온이 40.3도를 기록했지만, 주 목적이 측정이 아닌 방재인 자동기상관측장비 상의 기온은 참고용일 뿐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렇게 연일 폭염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발언, 잠시 들어보시죠.

(문재인) 장기화되는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노약자와 독거노인, 쪽방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같은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충분한지 점검하고, 폭염 속에서 땡볕노동으로 노동자와 농·어업인 등이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주기 바랍니다.

산발적으로라도 비가 오면 폭염의 기세는 꺾일까라는 질문에, 백명수 부소장은 폭염의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특보가 내려져있습니다. 비가 오면 이 폭염이 주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당분간 비 소식은 없습니다. 현재 폭염을 몰고 온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한반도 남쪽에 자리잡고 있어,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열흘 정도는 태풍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계속 이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기상청은 이 찜통더위가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지겠다고 예보하고 있습니다.

‘폭염특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는 기상 경보입니다. 한국 기상청은 여름철인 6~9월 일 최고기온이 이틀 이상 33도가 넘을 경우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는데요,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며,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가 발령됩니다.

이처럼 남한 전국이 펄펄 끓는 폭염이 이어지는 올해 여름, 북한 쪽은 어떨까요?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북한의 폭염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남한과 같은 폭염 예보 시스템이 마련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방송의 날씨 예보를 보면, 무더위가 매우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방송은 23일 일부 내륙 지역에서 35도 이상의 고온이 나타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무더위가 지속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평양 시내 수영장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러한 폭염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는 물론 북유럽까지 북반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상전문가들은 폭염의 주된 원인으로 열돔 현상 (heat dome)을 꼽고 있습니다. 열돔 현상은 지상 5~7㎞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반구 형태의 열막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은 기상상태를 말합니다. 즉, 상공에 발달한 높은 기압이 뚜껑 역할을 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지 못하도록 해 뜨거운 공기가 연이어 일정 지역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백 부소장은 전문가들이 열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온실가스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 방출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가스상태의 물질로,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백명수) 현재 북반구의 고온 현상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적도 지역의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낮아지는 라니냐가 발생하는데, 라니냐와 고온현상이 한꺼번에 발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북반구를 감싸는 거대한 열돔에 대해 발생 기제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다만 기상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6월부터 7월까지 일어난 개별 기온상황을 기후변화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지만, 온실가스 증가 여파로 생기는 장기적인 기온 추세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학계에서도 폭염을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시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상승,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이 같은 기상이변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폭염이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재앙이라는 점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폭염일수가 증가하면 사망자 수가 급격히 많아집니다. 폭염사망자 중 절반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또 야외에서 활동하는 분야에서 특히 사망자 발생률이 높습니다. 폭염은 가축에게도 치명적인데요, 돼지뿐만 아니라 닭과 같은 가금류도 폭염에 취약합니다. 또, 북반구에 폭염에 따라 건조해진 산림에 대형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극권 한계선 일대의 국가에서 최소 11건의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고, 캐나다, 미국, 그리스 등지에서도 잇달아 산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폭염에 따라 해수면의 온도 상승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국 서해부터 동해까지 삼면이 평균보다 3.5도 이상 달아올랐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면 상하 혼합이 저해되거나 육지의 유입물질이 변해 바다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자연재난이 지속적으로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리라는 것은 예견되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백 부소장은 하나의 기후 생태계를 공유하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함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기후변화에 대한 남북한의 협력을 주요 의제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의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남과 북 모두 기후변화가 빨리 진행되는 지역에 속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즉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 가뭄 등 그 피해가 직접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을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기상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로 한반도에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재해대비 시스템을 마련해 태풍, 폭우, 가뭄, 폭염 등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남북 공유하천에 대해서도 기후변화 관련 관리방안을 공동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자개량, 혹은 병충해 대비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 남과 북은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 감소를 목표로 한반도 에너지체계 구축을 논의해야 합니다. 남북 에너지 협력을 통해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높은 한국과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 등이 모두 개선돼야 할 과제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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