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비서대회가 암시하는 피바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4.09
세포비서대회가 암시하는 피바람 북한 노동당 최말단조직 대표자 회의인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회의 좋아하는 김정은이 이번 주에 또 전국에서 당 세포비서들을 불러 올려와 대회를 열고 있군요.

회의장 사진을 보니 무려 1만 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빼곡히 앉아있습니다. 주민들에겐 코로나 방역 철저히 하라고 하면서 정작 필요할 때는 코로나가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이번 회의의 경우엔 전국에서 방대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격리 기간도 없이 바로 회의장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1만 명을 마스크 없이 앉게 하고 김정은이 회의에 참가해 연설까지 하는 것을 보면 북한에 코로나가 퍼지지 않았다는 믿음이 확실히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저도 대북소식통들을 통해 여러 정보를 듣지만 코로나 환자가 없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렇게 코로나 환자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왜 지금까지 계속 코로나를 핑계로 주민들을 옥죄어 왔냐 이겁니다. 이동도 통제하고 방역지침 위반자는 군법으로 처벌하면서 공포분위기를 만들었냐 하는 겁니다.

결국 답은 하나죠. 코로나 핑계로 강력한 공포 독재를 펴온 것입니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의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인민생활이 어려워지자 정부에 불만을 갖지 못하도록 코로나 방역을 내세워 죽이고 잡아가고 그러면서 무서운 분위기를 만든 겁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핑계를 대는 것도 이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정도 회의를 하면서 앞으로 계속코로나 퍼진다. 모이지 말라고 외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제 새로운 핑계가 필요합니다.

이번 세포비서 대회를 보니 답이 나옵니다. 회의에서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이어부정부패와의 투쟁이 강조됐습니다. 말단 세포비서가 무슨 부정부패를 많이 하는 직업이겠습니까. 큰 도둑은 주석단에 앉아있고, 작은 도둑들이 비판받는 그런 모양새가 이번 회의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부정부패와의 투쟁을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이걸 핑계로 또 많은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죠.

총소리를 곳곳에서 내고, 사람들을 마구 잡아가면 사회는 여전히 공포분위기에 빠져 듭니다. 경제난이 심각해져도 사람들이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찍소리 못 내고 숨을 죽이고 있게 됩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는 코로나 사태를 구실로 통제를 하는데서, 앞으로는 비사회주의를 내걸고 반동을 잡아 죽이는 것으로 사회 통제를 하려 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독재를 하다보니 축적된 경험이 많아 아무튼 사람들 조이는 데는 선수입니다.

저런 독재 아래에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말라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이 참으로 불쌍합니다. 어쩌다가 북한에 봉건 왕조를 흉내 낸 독재 정권이 들어서 저렇게 고생을 하게 됐는지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실 북한 지역은 역사적으로 봐도 독재자가 뿌리 내리기엔 여러모로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엔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감사면 다 평안감사인가라는 속담이 있죠.

조선시대에 8도 감사 중에 왜 하필 평안감사가 제일 인기가 있었던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선 경치도 좋고, 아름다운 여인도 많아서 술판 벌이고 주색을 잡기엔 최고였다고 합니다. 평양기생 하면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습니까.

중국과의 교역의 요충지에 있다보니 좋은 물건들을 구하기 쉬웠던 것이 두 번째 이유쯤 되고, 세 번째는 족벌이 발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430년대 김종서와 최윤덕 장군이 46진을 개척하기 전엔 함남 영흥에서 평북 의주까지를 잇는 천리장성 이북은 여진족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어 거주하던 땅이었습니다.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등 남쪽의 다른 지방에는 수백 년 동안 뿌리 내려 온 소위 뼈대 있는 가문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족벌로는 감사가 되기도 어려웠고, 설사 지방에 부임돼 내려가도 이런 문중 세력들과 힘겨루기를 해야 했습니다. 부임 행차부터 어디까지 나가서 마중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이 팽팽했고 임명돼 정무를 수행하려도 곳곳에서 방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평안도에는 공권력에 반기를 들 뿌리 깊은 문중이 적다 보니 감사가 부임만 되면 그 지역에선 완전히 왕이 되는 것입니다. 머리 아플 일도 별로 없고요.

이렇게 유력 가문이 발달하지 않은 북쪽의 특성이 북에 독재체제가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좋은 풍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김일성이 지방주의, 연고주의가 심한 남쪽을 다스리게 됐다 이러면 과연 독재가 쉽게 뿌리내렸을까요.

김일성은 독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았습니다. 집권하자마자 지방주의를 타파한다면서 특정 지방을 근거지로 한 세력과 문중을 다 없애고 족보까지 몽땅 불태웠습니다. 결국 지방에 반기를 들 세력들이 사라지니 김 씨 왕조를 세우고 독재를 해도 저항할 힘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족벌을 타도하겠다더니 자기 가문은 백두혈통이란 것을 내세우고 오직 혈통이란 이유만으로 왕위를 세습하고 권력을 이어가지 않습니까. 인민들의 족보는 다 없애도 김 씨 일가 족보는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 대학까지, 아니 평생 학습을 통해 달달 외우게 하니 결국 북한 인민만 노예화가 된 것입니다.

이젠 3대 노예주 김정은이 올라앉아 채찍질을 더 열심히 하고 있네요. 각종 회의를 열고 각종 핑계를 내세우고 공포감을 주입하며 목숨을 연명하려 합니다. 당 세포비서는 노예들을 관리하는 말단 관리에 불과한데, 그들 역시 노예의 운명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다면 노예주 김정은의 지시를 잘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가 잘 굴러가봐야 어차피 노예제가 공고화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보면 노예제는 그냥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슬을 끊는 길은 오직 피 흘려 싸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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