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세계 속 북한의 앞날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4.10.10
is_kurd_b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도시 코바니(아인알아랍)가 9일(현지시간) 공습과 박격포 공격으로 포연에 휩싸였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이날 코바니 도심을 공격해 방어에 나선 쿠르드족 민병대(YPG)와 격렬한 시가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국제부에서 해외 뉴스들을 챙겨보다 보니 이런저런 외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놀라운 주장을 외신을 통해 접했는데 지금 세계 경제 상황이 나치가 득세하던 1937년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1937년이면 6,000만 명이 희생된 제2차 세계대전을 몇 년 앞두었던 시기입니다. 앞으로 지구에 대재앙이 오는 것일까요.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라는 미국 예일대 교수입니다. 그는 “장기 침체와 과소 소비가 결국 사회적 분노와 불관용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지며 오늘날 그런 조짐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실러란 교수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라는 큰 사건과 2007년 세계 경제 공황을 미리 예언해 세계적 명성을 날린 사람이라 그냥 헛소리로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더구나 최근 3년 동안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 생각지 못했던 충격적인 일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으로 돌아가 볼까요. 그 해에 중동에서 쟈스민 혁명이 일어나 이집트에서 30년 장기 집권했던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끝장났고, 김정일이 죽기 두 달 전인 10월에는 42년간 독재하던 카다피가 시민봉기로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엄청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중동쪽 대사관에 20~30년씩 되는 분석 전문가들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 오래 있으면 그 나라 사람보다 더 그 나라 정세에 대해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카다피나 무바라크 권력이 끝장나기 몇 달 전만 해도, 정권 붕괴는 절대 일어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너졌습니다. 나름 최고 전문가라고 자부했는데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했으니 이 사람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돼서 지금까지도 고개만 흔들며 어리둥절해 있습니다.

예측이 어렵기는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작년 11월에 장성택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당장 내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이 됐는데, 리비아나 이집트를 보면 김정은 정권도 절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올 초에도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벌어졌는데, 소련 시절에 “시위하려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처럼 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용하던 사람들인데 한번 싸우니 무섭게 싸우네요.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놀라운 일은 이라크에 이슬람국가, 약자로 IS라는 이슬람 테러조직이 갑자기 득세해서 순식간에 영토의 반을 먹어치우고, 시리아까지 먹고 있는 겁니다. 이 역시 몇 달 전까지도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세계 어디나 손금 보듯 들여다본다는 미 중앙정보부도 완전히 깜짝 놀랐는데 한두 달 사이에 한 나라의 절반을 먹어치울 정도의 힘을 가진 이슬람 테러조직을 미국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앞서 말한 실러 교수의 말에서 나치가 득세하던 때와 흡사하다는 말이 공감되는 것은 이 이슬람국가라는 단체가 대단히 잔인하고 무서운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점령지에서 이슬람 믿지 않으면 그냥 처형해 숱한 사람들이 이미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포로로 잡은 미국인 영국인들을 참수하는 장면들을 전 세계에 대고 방송하고,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전쟁까지 선포할 정도입니다.

제가 판단컨대 이 IS란 조직은 유대인을 대량 학살했던 히틀러처럼 세상과 공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사람 몸에 비유해 말하면 절대 놔둬선 안 될 암 덩어리라 누구나 생각하지만 이걸 제거 못하고 퍼져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세계가 공군을 동원해 폭격은 하지만 지상군이 들어가지 않고선 안 됩니다. 그런데 지상군이 들어가면 엄청나게 죽어야 하니 못합니다.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 한 명 유지비가 1년에 100만 달러인데 이 병사가 전사하는 날엔 수백 만 달러의 비용이 지출되니 서방국가는 들어갔다가 뒷감당이 안 될까봐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엔 이슬람 신자들이 많아서, 이슬람을 자극해 9.11테러 같은 끔찍한 재앙이 올까봐 그것도 두렵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IS를 쓸어버릴 군대는 지구에 북한군밖에 없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비용이 1조 달러 넘는데 북한에 수천 억 달러 정도 주고 IS 없애 달라 하면 북한은 엄청난 돈 받아 좋고, 미국은 엄청난 돈 절약해 좋죠. 웰남전 때 보면 한국군은 웰남군이 벌벌 떨 정도로 용맹했는데 유격전이 잘 훈련된 북한군도 이라크에 들어가면 미군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북한은 이슬람이 발을 붙일 수도 없으니 IS가 전 세계엔 보복을 해도 북한엔 보복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이 예전에 웰남전때 군을 파병해서 미국의 엄청난 원조를 받고 경제 성장했던 것처럼 북한도 “우리도 세계 평화에 공헌하겠다”고 선포하고 그대로 따라할 수도 있겠죠. 물론 이렇게 되면 북한 청년들이 피를 흘려야 하기 때문에 저는 찬성하긴 어렵습니다만, 북한이 일약 엄청 잘 살 수 있는 길이기에 전혀 소설 같은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금 세계를 보면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막 벌어집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주말에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이 동시에 갑자기 한국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나중에 IS가 서방을 향해 큰 테러를 벌였을 때 북한 특사가 미국 가서 “특수부대 몇 만 명 파견해 정리해줄 테니 체제 안전보장해주고 이러저런 요구도 들어 달라”고 하면 무시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지만 리비아 이집트 시민혁명과 IS 창궐을 보니 세상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도 살 길을 찾기 위해선 인민의 목소리와 세계의 움직임에 과거보다 훨씬 더 귀를 크게 열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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