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 처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


2006.12.26

북한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북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김형직 사범대학 작가양성반을 나오고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평양시 창작실 시문학분과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다 1998년 7월에 북한을 탈북하였습니다. 남한에는 그 다음해인 1999년 11월 말에 들어왔고요.

남한에 오니까 참 특이한 게 애들이 친구의 엄마를 아줌마라고 부르더라고요. 북에서야 명실이 어머니, 철용이 어머니, 이렇게 부르는 데 말이에요. 처음엔 남쪽 애들의 그런 호칭이 어딘가 어색하고 서운하게 여겨졌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이곳 애들이 왜 친구 엄마를 누구네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아줌마라고 부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철용이 어머니라고 하면 철용이 만의 어머니가 되어 조금 대하기 어렵지만 아줌마라고 부르면 철용이 만의 어머니에서 벗어나 대하기가 훨씬 자유롭겠더라고요.

친구의 엄마만이 아니라 친구가 허물없이 대할 수 있는 아줌마로서의 대상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남한 애들이 친구의 엄마들과도 전혀 어렵지 않게 대화를 늘 나누더라고요.

그래서 여러분과 만나는 이 시간에 저는 저의 호칭을 아줌마로 부르기로 했어요. 아마 처음엔 어색할 거예요. 그래도 듣다보면 편해져요. 아줌마가 남한에 올 때 네 살짜리 아들애가 있었어요.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이거든요, 내년이면 6학년에 올라갑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아줌마의 아들애를 남한 애들과 비교해보니까 제일 분명한 차이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그 하나가 아줌마의 아들애는 남한 애들보다 늘 쓰는 언어 수가 형편없이 적은 거예요. 다른 애들은 그때그때에 맞는 여러 가지 언어로 말을 자유롭게 해 나가는 데 말이죠, 그런데 아줌마의 아들애는 “좋다” “나쁘다”가 전부인 거 있죠.

어떤 어른이 그러시는 데 못사는 나라 아이들일수록 알고 있는 언어 수가 적다고 하더라고요. 발전된 나라 아이들일수록 이용하는 언어 수가 많더라는 거예요. 아줌마는 이런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속으로 생각하고 관찰해 보았어요.

우선 첫째로 남한의 엄마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 책을 아주 많이 읽어주더라고요. 잠자기 전에 동화책을 두 세권씩 읽어주는 것은 보통 일이더라고요. 한번은 남한의 큰 신문에 어떤 글이 실렸는지 아세요?

“한국의 어른들, 책을 좀 읽읍시다!”였어요.

여러분, 우습지 않으세요, 어른이 어른들을 욕하는 거예요. 그것도 책을 안 읽는 다고요. 그런 욕이야 원래 아이들 때 어른들한테서 듣는 게 아녜요?

제목이 하도 재미있어 그 내용을 읽어보니까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히고 또 읽으라고 맨날맨날 강요하면서 어른들은 책을 안 읽는 다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어른 구실하겠는 가고요. 하하 참 우습지요.

게다가 또 남한에서 너무나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 공부하라고 하니까 한쪽으론 어른들이 어떤 반대의견을 들고 나오는지 아세요?

애들 때 너무 공부로 들볶는다, 애들 땐 좀 놀려야 한다, 노는 것도 공부다, 잘 놀 줄 아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 아, 이러면서 목청을 높이는 거예요.

게다가 어떤 어른들은 아예 자기 돈으로 놀이를 중심으로 한 학교를 세우기도 하고요. 그래서 국가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무료로 다 공부시키데 어떤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그런 좋은 학교에 안 보내고 돈을 비싸게 내면서 노는 학교에 보내기도 하더라고요.

참 우습지요, 여러분, 돈을 비싸게 내면서, 그것도 놀기만 하는 학교에 자기 자식들을 보내다뇨?

그 다음 차이점이 아줌마 아들애가 남한 애들과 말하는 방법이었어요. 남한 애들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늘상 말로 의논하는 거예요. 그런데요, 아줌마의 아들애는 말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주먹부터 쳐드는 거예요.

아줌마는 아들애의 그런 모습에 창피해 죽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아들애보고 그러지 말라고 암만 말해도 철부지 아들애가 알아듣나요?

아줌마는 남한의 애들과 부모들을 가만히 살펴봤어요. 참 신기한 일은 남한의 부모님들이 절대 화를 안 낸다는 것이었어요. 자식이 억지를 쓰는 일이 있어도 타이르고 설명하지 큰 소리를 안 지르더라고요. 어떤 때는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다가 아줌마의 속이 확 뒤집히겠더라고요.

처음엔 그런 남한의 부모님들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렇게 아이들을 어쟈어쟈 하다가 바로 잡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그런데 지나면서 보니 애들이 모두 반듯하게 자라는 거 있죠. 오히려 화를 잘 내는 아줌마의 아들이 더 초조하고 불안해 하는 거 있죠.

아줌마가 한번은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어요. 어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해주는 부모가 제일 좋은가 써 내라고 했대요. 남한 애들은 참 좋겠죠, 자기가 원하는 부모에 대해서 까지 마음대로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너도나도 써 냈는데, 제일 좋은 부모는요? 자식들과 친구처럼 늘 이야기 해주는 그런 부모라는 거예요. 이런 말은 여러분 처음 듣지 않으세요? 아줌마는 남한에 와서야 들었거든요.

남한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대하는 방식을 살펴보니까 친구처럼 대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자기 자식이기 때문에 무조건 부모의 말을 듣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렇게 할 수도 없겠더라고요, 부모들이 그렇게 하면 애들이 집을 나가 버리니까요, 남한에는 그런 애들이 돈을 벌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부모들이 자식들을 함부로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아줌마가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아들애에게 화를 안 내고 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했지요. 그러니까 어떻게 됐느냐고요? 더 말할 게 있어요? 당연히 아들애가 좋아하지요.

그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다음 시간엔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 거예요. 모두들 빠지지 않고 올 수 있겠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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