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일: 대학생과 방학
2006.07.12
오늘 이 시간에는 여름철 방학을 맞은 여기 남한학생들의 방학생활에 대하여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늘 책상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공부만 하는 학생들에게 방학은 말 그대로 손꼽아 기다려지는 달콤한 꿈의 계절이죠.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주던 시험도 다 끝나고 매일 아침 강의시간에 늦을세라 줄여온 달콤한 아침 늦잠도 이제는 마음껏 잘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쁘기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꼭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평양에서 머나먼 북쪽에 있는 고향까지 하루가 꼬박 걸려 기차를 타고 가서 그리운 부모님과 고향의 친척, 친구들을 만나 그 동안의 회포를 나누던 기쁨에 방학하면 그냥 귀향길부터 생각되네요. 방학이 되어 집에 가면 어머님이 그 어려운 식량난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하신 쌀로 이밥도 해주시고 토끼도 길러 잡아주시고 뭐라도 특별한 음식을 해주시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참 고향을 떠나 멀리에서 공부를 하던 우리들에게 방학은 말 그대로 귀향과 그리운 모습들과의 상봉이 떨어질 수 없이 연관되어 있죠. 하지만 여기 남한에서의 방학은 북한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남한은 고속도로와 고속열차가 발달되어 서울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부산까지도 반나절, 아니 5시간이면 금방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방학이 아니라 일요일 같은 휴일에도 마음만 먹으면 집에 갔다 올 수 있죠. 그러니 특별히 방학이라고 해서 귀향의 기쁨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신 여기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해외로 많이 나갑니다.
멀리로는 미국과 캐나다와 같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까이로는 중국과 태국과 같은 동남아 나라들을 비롯하여 세계 어느 곳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어학연수 하려, 또 어떤 이들은 봉사활동과 선교활동을 위해 해외로 찾아갑니다. 저도 이번 여름방학에 어학연수 겸 비즈니스로 중국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대학에서 계절학기라는 수업을 받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북한에는 없는 특이한 학습프로그램입니다.
대학에서는 방학기간에도 일부 학과목에 대하여 강의를 개설하고 학생들이 수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반 학기 중에 학점이 좀 낮은 부분이 있든가, 아니면 정시보다 빨리 졸업을 하려고 하는 학생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점취득이 미달되어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주로 계절학기 기간에 수강을 하고 학점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일반학기에 4개월간 하는 강의를 1개월 안에 하니 좀 질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매일과 같이 정상적으로 1~2과목만을 수강하도록 하기 때문에 영어,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 과목은 일반학기 보다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답니다.
다음으로 어떤 학생들은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아르바이트나 인턴과 같은 취업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 남한 대학의 방학은 보통 2달 내지는 두 달 반 가량으로 북한 대학의 방학보다 훨씬 긴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긴 기간에 학생들은 현실경험도 쌓고 앞으로의 취업에도 유리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취업활동에 참가하여 앞으로의 학업에 필요한 용돈도 벌고 경력도 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하죠.
여기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란 단어가 좀 생소한데 회사에 정식으로 취직하지 않고 실습이나 연습공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또 그 기간에 회사의 인정을 받으면 다음에 정식으로 채용되는 취업방식을 인턴이라고 하며 아르바이트는 여가시간이나 방학기간에 시간제로 일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노동의 한 형태입니다.
이런 취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집안사정이 어려워 학비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방학기간에 열심히 돈을 버는 이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여행경비를 마련하거나 자기의 취미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는 앞으로의 구직활동에 유리한 경력을 쌓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작년에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편의점에서 간단한 물건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시간당 얼마 되지 않은 급여를 받고 일했지만 방학이 끝나고 합쳐보니 그 액수도 적지 않았고 또 한국사회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참 북한에서 대학공부를 할 때를 돌이켜 보면 방학이 끝나고 올 때 어머니가 꽁꽁 싸주시던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반 년간 쪼개 쓰자니 한창 성장하는 나이에 학교에서 주는 밥으로 끼니를 에우기도 부족하고 또 그나마 용돈은 친구들 생일이나 학용품 구입에도 모자라 어디서 힘든 일이라도 하고 돈 좀 벌 수 있는 곳이 있음 좋겠다고 생각하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하면 돈도 벌고 능력도 키우고 남부럽지 않게 사는 그 자유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모두들 한자리에 모이면 어학연수 갔던 경험이랑, 또 해외여행 다니며 보고 느낀 점이랑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항상 북녘에서 방학 후에 한 달 간은 고향이야기로 들떠있던 그때와 꼭 같습니다. 이제 통일이 되는 날 북과 남의 대학생들, 그리고 보고 싶은 나의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그 동안의 회포도 나누고 또 앞날의 미래를 설계하는 그날이 더욱 기대됩니다.
여러분도 다가오는 여름방학 더욱 풍성하게 계획하시고 알찬 열매를 맺기 바라며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통일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시길 간절히 바라며 오늘은 이만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