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 낮은 곳에도 길이 많습니다 <최영호씨 인터뷰>
2006.03.22
탈북자 한민(가명)씨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와 만나보는 '한민의 탈북자가 만나본 탈북자' 시간입니다. 한민씨가 주철공장에서 일하는 의사출신 탈북자 최영호씨를 만나봤습니다.
서울시에서 서쪽으로 1시간가량 나가면 김포시대곶면이란 곳이 나옵니다. 도시와는 상관없는 한적한 시골에 있는 주철공장에 들어서니 최영호(가명)씨가 기름때 묻은 작업복차림으로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의 안내로 침실에 들어서니 방 여기저기에 선반관련서적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통신원: 탈북은 언제 했고 한국에는 언제 오셨습니까? 최영호: 2002년5월에 탈북해서 2003년2월에 한국왔시요. 통신원: 선반일은 언제부터 했죠? 최영호: 2003년6월부터 지금까지 했시오.
최영호씨는 북한에서 의학대학7년제를 졸업하고 평성에 있는 중앙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던 지식인출신이랍니다. 선반 일을 배우면서 갈등도 있었지만 깊이 방황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선반을 처음 배우며 시작할 때는 60만원 정도의 월급이었지만 지금은 3.5배로 증가된 월급을 받으며 공장의 고급기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은 자신감에 넘쳤습니다.
최영호: 여러 가지 고민두 했지요. 이것저것 방황해야 그게 그거지요. 문제는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자기 설 자리를 정하는 겁니다. 정한 다음엔 열심히 투자해야지요. 내가 선반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이전에 생각 못해 봤시요. 환경이 달라졌는데 사고 방식두 그에 맞게 변해야지요... 무슨일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문제는 어떤 자세로 일하는가이지요.
통신원-많은 탈북출신들에게 의미 있게 들리는 말씀입니다. 최영호: 모두 경쟁적으로 높은 곳만 바라보며 가니까 길이 좁디요. 난 아래를 보며 가니까 길이 넓두라구요. 욕심은 필요 외에 버려야 합니다. 낮은 곳에두 길은 많지요.
통신원-선반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목적이나 희망이 있다면요? 최영호: 북한에 두고 온 혈육들과 친지들을 위해서라두 열심히 돈두벌구 기술두 배워서 통일되면 그들에게 도움 줘야지요. 그게 내 꿈이라구요. 좀 외로운 때가 있는데 가끔 마음편한 친구와 대화하고 싶은 심정이 있지요.
그는 휴식일이면 독서를 즐긴다고 합니다. 웬만한 구급약은 자체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통신원: 북한의 친지분들에게 전하고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하십시오. 최영호: 통일 될 날까지 모두 앓지 말구 성한 몸으로 건강하길 바래요. 그거말구 그들에게 더 바랄것두 없시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최영호씨의 밝은 내일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