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 北 당국, 또 고난행군 강요해


2006.10.20

핵실험 이후 북한선전매체들이 주민들에게 '고난행군'을 벌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은 14일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에 대해 "어려운 정세와 시련 속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혁명의 승리를 위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았다는데 고난의 행군 정신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당원 근로자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지고 신심과 낙관에 넘쳐 싸워나가자"고 촉구했습니다.

민주조선도 13일 "제2, 제3의 '고난의 행군'이 닥쳐온대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자신만만한 배짱과 담력으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선전매체의 이러한 보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안이 통과되기 이전에 발표된 것으로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기 전부터 이미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북한주민들은 전기가 없어 TV와 라디오 방송을 듣지 못하니, 잘 모르지만, 현재 북한이 처한 국제적 환경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에 못지 않게 어렵습니다.

제1차 ‘고난의 행군’ 때는 3년간 3백만 명의 아사자가 나왔습니다. 만약 이번까지 고난의 행군을 겪는다면 또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희생될지 알 수 없습니다. 90년대에는 그래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핵실험 때문에 유엔안보리 결의가 채택되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꼼짝 못하고 고난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1차 고난의 행군은 순수 김일성 사망 후 실시된 ‘유훈통치’와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자력갱생’만을 외친 결과 초래한 인재(人災)였습니다.

간부들과 장사하던 사람들은 살았지만, 오직 당만 믿고 따르던 5만 여명의 군수공장 고급 기능공들을 비롯해 하층 충성분자들과 과학자, 기술자 인텔리들이 대부분 굶어 죽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여기서 죄책을 느끼지 않고, 이번에는 미국과 게임도 되지 않는 핵 대결을 불러놓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들씌우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에 제 2의 고난의 행군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온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번 겨울에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16일 발표했습니다.

5일 동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마이크 허긴스 WFP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7월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주요식량을 지원해주던 한국이 원조를 중단하고, 중국도 대북유엔결의에 동참하면서 작년에 북한에 지원했던 50만t 중 3분의 1로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허긴스 대변인은 특히 북한 아동 37%, 임신부의 3분의 1 가량이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동과 산모, 노인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북한이 생산한 식량은 북한주민들이 1년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1차 고난의 행군이 절정에 달했던 95~96년 세계식량계획(WFP)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407만t, 96~97년 287만4천t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대풍이 들었다는 작년 곡물생산은 480만t이었지만, 올해 곡물생산도 홍수피해 등으로 작년보다 100만t 적은 400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주민들이 한해 필요로 하는 640만t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입니다.

벌써부터 1년 먹을 식량을 끌어들이는 사람들은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영세적인 장사밑천에 의거해 살던 사람들, '꽃제비'들은 무엇을 먹고 이 추운 겨울을 버틸지 걱정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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