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북한 말: 이벤트


2006.10.05

생활속에서 남북한 언어차이를 비교해 보는 '남한말 북한말'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벤트에 대해 알아봅니다. 진행에 서울의 이현주 기자와, 탈북자로 남한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애란 씨입니다.

이현주 기자: 안녕하세요, 내일은 추석입니다. 추석준비는 잘 하셨나요?

이애란: 안녕하세요, 이애란입니다. 추석준비는 오늘까지 끝났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어떤 말을 소개하려고 하십니까?

오늘은 이벤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9월 중순부터 시작된 추석맞이 이벤트가 한창인데요, 보니까 별의별 이벤트가 다 있더라구요, 정말 굉장합니다.

그렇지요, 추석은 연중 대목 중에 대목에 속하니까 이벤트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연중 수익이 결정되기도 하니까요.

가만 보니까 어떤 회사들은 추석맞이 상품만을 생산하는 회사들도 있더라구요. 하여간 남쪽에 와서 보니까 추석과 음력설이 얼마나 굉장한지 깜짝 놀란답니다. 남쪽에 비하면 북쪽의 추석은 명절도 아니란 생각이 들군 한답니다.

그래요, 그럼 이벤트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지요.

이벤트는 영어로 사건이란 뜻인데요, 불특정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개최하는 행사를 말한다고 하네요. 북쪽에는 이벤트란 말도 없고 이벤트도 없는데요, 굳이 북한말로 소개를 해드린다면 행사라고 해야 할 것 같군요, 북쪽에서는 소비품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광고도 필요 없고 또한 이벤트도 필요 없으니까요.

상품이 생산되면 국가에서 개인들에게 꼭 같이 배정을 하는데 배정을 좀 더 받으려면 안면을 동원하거나 권력을 사용해야 하지요. 그런데 남쪽에 와서 보니까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니까 별의별 이벤트를 다 하더라구요. 사실 이벤트를 잘 이용하면 엄청난 이익을 볼 수도 있겠구요.

또 기업의 입장에선 이벤트를 통해 상품과 기업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함으로써 보다 많은 상품을 팔기위한 전략을 수립하잖아요. 하여간 남쪽에 와서 살면서 남한사회가 참 요지경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사실 이벤트 같은 것이 어떻게 보면 상술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저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북쪽에서는 백화점이나 상점들에 가면 “백번 물음에 백번 웃으며 대답하자”라는 구호가 걸려있는데요, 사실 판매원들은 두 번만 물어보면 신경질을 내거든요. 팔 물건이 없기 때문에 백화점 매대에 놓여 있는 물건은 거의가 다 진열품인데 사람들은 진열품을 보고 자꾸만 사겠다고 물어보니까 판매원들은 아예 말을 못하게 하려고 짜증을 내는 거지요.

그러면 북쪽에선 상품을 어떻게 홍보합니까?

북쪽엔 상품을 홍보할 필요가 없지요, 생활필수품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알아서 지정한 상품을 생산하여 주민들에게 알맞게 공급한다고 하면서 계획경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상품을 홍보할 필요도 없고 또 상품홍보를 하지 않아도 상품은 늘 부족하니까요. 그러니 상품의 품질이 개선되지 않지요. 남쪽에선 소비자가 왕이지만 북쪽에선 판매자가 왕인걸요.

그렇군요. 남쪽에 남아도는 상품을 북쪽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북쪽사람들도 추석맞이 이벤트에도 좀 참석해서 공짜로 주는 사은품도 받아가고 또 남쪽의 품질 좋은 신상품을 보면서 함께 감격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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